SNS에 유포된 증권사 회장님의 시황관 "한국 주식 줄이고, 미국 주식 늘려라"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8.11.25 08:00

[행동재무학]<244>증시 하락장에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고민하는 사람들

편집자주 |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최근 증권가에는 모 증권사 회장님의 시황관이라는 글이 SNS(사회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유포돼 투자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나중에 사실이 아닌 거짓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사설정보지 이른바 ‘지라시’에 담긴 내용은 많은 투자자들의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회장님의 시황관으로 알려진 ‘지라시’의 내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해외 주식, 그중에서도 미국 주식 투자를 확대하라는 주문이었습니다.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라. 그리고 미국 주식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라.”

여기에 나온 회장님은 한국 증시가 대세 하락기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진입 단계에 와 있으며, 1997년 IMF 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V’자 반등을 했지만 이번엔 ‘V’자 반등이 나오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라시’ 회장님은 한국 증시에 대해 비관적 시황관을 갖게 된 주요 세가지 요인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사회 진행으로 산업 구조가 바뀐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보호무역주의, 신냉전시대 개막했는데 해외 펀드매니저들은 중국보다 한국을 더 위기 상황으로 인식한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너무 떨어지고 있다. 자동차, 조선 무너지고 반도체 하나 남았다 등을 거론했습니다.

‘지라시’의 증권사 회장님은 10월 국내 증시가 IMF를 신청한 아르헨티나보다 더 많이 하락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엔 더 안 좋아 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한국 주식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해외로 나가되 미국 주식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rebalancing)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란 포트폴리오내 투자종목의 편입 비중을 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편입 비중이 5%인 A종목을 추가 매입해 8%로 늘리거나 반대로 B종목을 일부 매도해 편입 비중을 기존 10%에서 6%로 줄이는 것이지요. 특정 종목을 아예 빼고 새 종목으로 교체하는 것도 리밸런싱에 포함됩니다.

특정 종목이 아닌 섹터 전체의 편입 비중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성장주 섹터 전체의 비중을 줄이고 방어주 섹터의 비중을 늘린다거나, IT 섹터 비중을 낮추는 대신 바이오 섹터 비중을 올리는 것 등입니다.

‘지라시’의 증권사 회장님은 종목이나 섹터가 아닌 시장 전체의 리밸런싱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 전체 비중을 줄이고 해외 증시, 그중에서도 미국 증시 비중을 늘리라고 한 것입니다.

전문적인 장기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자주 하지 않습니다. 보통 연말에 향후 전망을 수립한 후 적절하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합니다. 그런데 예측치 못한 돌발 상황이 터지고 그 영향이 클 경우엔 연중이라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수행합니다.

사실 ‘지라시’의 회장님이 주문한 해외 주식으로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특별히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해외 주식 투자 붐은 이미 작년부터 일찌감치 일었습니다. 그 배경은 회장님의 시황관에서 거론된 세가지 요인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해외 주식 매매규모는 2016년 125억6086만 달러(매수액+매도액 합계)에서 지난해 227억1417만 달러로 1년새 81%가 늘었습니다.

올해도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하자 서둘러 해외로 눈을 돌린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해외 주식 매매규모는 올 들어 11월 23일까지 298억9345만 달러를 기록해 작년 규모를 31% 초과했습니다.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2016년 1억8782만 달러에서 올 들어 현재(11월 23일 기준)까지 19억137만 달러로 2년새 10배 넘게 커졌습니다. 순매수 규모를 대폭 늘렸다는 사실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에 대해 매우 자신감을 갖고 공격적으로 투자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한 해외 주식 톱10(결제규모 기준) 리스트를 보면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8개가 모두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들입니다. 미국 주식 쏠림 현상이 매우 높습니다.

미국 주식에의 쏠림 현상은 올해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해외 주식 전체 매매규모에서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58.7%, 2017년 55.6%에서 올해 11월 23일까지 68%로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지라시’ 회장님과 비슷한 시황관을 가지고 미국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국 주식 중에서도 특히 소위 ‘FAANG’라 불리는 초고속성장 기술주에 투자가 많이 몰려 있습니다. 이들은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애플(Apple), 넷플릭스(Netflix), 알파벳(Google의 모회사)을 칭하는데, 기업 이름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입니다. 이들 5종목 모두 결제규모 기준 미국 주식 투자 톱10안에 올라가 있습니다.

여기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미국 주식은 단연코 아마존입니다. 올 들어 11월 2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아마존 주식을 21억3600만 달러(2조4137억원)어치 매매했습니다. 순매수 규모는 4억3412만 달러(4906억원)에 달합니다. 아마존은 올 2월부터 매월 연속해서 결제규모 기준 미국 주식 투자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한국 주식을 줄이고 미국 주식으로 갈아탄 투자자들은 10월에 증시 급락이 왔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 손실을 입었습니다. 반면 한국 증시에 계속 남아 있었던 사람들은 가장 큰 손실을 입었고요.

한국 코스피지수는 10월에 13.4% 하락하고 코스닥지수는 이보다 큰 21.1% 급락했는데 반해 미국의 다우지수는 고작 5.1% 하락했습니다. 많이 떨어진 나스닥지수도 하락률이 9.2%에 그쳐 한국 증시 하락률보다 작았습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하락률이 6.9%였습니다.

그런데 11월 들어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한국 증시는 소폭 반등했지만 미국 증시는 추가 하락을 이어간 것입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11월 들어 23일까지 1.4% 오르고 코스닥지수는 5.3% 상승했는데 미국의 다우지수는 3.3% 추가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5.0% 급락했습니다.

10월초부터 현재까지 미국 증시 하락률이 한국 증시보다 크지 않지만 안심할 순 없습니다. 내년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 2분기 연율 기준으로 4.2%까지 성장했던 미국 경제는 내년 하반기에 1.5~1.8%(연율)로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형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JP모간(JP Morgan)에서 나오고 있는 형편입니다. 연율 성장률을 단순 성장률로 환산하면 고작 0.34~0.45%로 0%대 성장으로 추락하는 것입니다. 올해 성장률이 너무 컸던 상태에서 1년새 0%대 성장으로 급락하게 되면 체감적으로 느끼는 경기 위축은 엄청날 수 있습니다.

미국 경제가 내년 하반기에 0%대 성장으로 떨어지면 기업들의 이익 전망도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거의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이 내놓은 내년 이익 전망치는 여전히 긍정적입니다. 즉 내년 경제 위축 전망이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지요. 앞으로 내년의 부진한 경제 성장 전망이 기업 이익 전망치에 반영되면 주가는 계속 하락할 위험이 큽니다.

이에 반해 한국 경제의 내년 성장률은 올해 전망치 2.7%와 비슷하거나 최대 0.2%p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게다가 한국 기업들의 내년 이익 전망치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낮게 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어닝 쇼크가 올 가능성이 낮습니다. 반면 상당수의 미국 기업들의 내년 이익 전망치는 너무 낙관적으로 높이 매겨져 있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어닝 쇼크를 맞을 위험이 높습니다.

이미 ‘FAANG’이라 불리는 미국 주식들 모두 올 3분기부터 어닝 쇼크를 맞으며 주가가 전고점 대비 20% 넘게 급락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어닝 쇼크와 주가 급락이 FAANG을 넘어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미국 증시는 11월 들어 반등에 실패하고 추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역대껏 추수감사절 다음날 블랙프라이데이에 미국 증시는 좋은 성적을 보여왔는데 올해는 하락했습니다. 2011년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었습니다.

우리 속담에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똥 피하려다 지뢰 밟는다'는 말도 있고요. 한국 증시가 내년에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 주식으로 갈아타는 이들은 이같은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내년 미국 증시가 한국보다 더 안 좋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 11월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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