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는 맹장(盲腸)이 아닙니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8.11.22 13:48

정부 중소지원 활성화 대책 발표…업계 "지금부터 일관된 정책 추진이 관건"

"우리는 맹장(盲腸)이 아닙니다"

22일 정부가 중소조선사 지원을 위해 내놓은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과 관련, A조선사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그의 말에는 섭섭함과 기대감이 동시에 섞여있었다.

우선 섭섭함. 이번 정부 방안은 2016년 조선 한파가 전 세계를 덮친 지 만으로 3년 만에 나온 중소조선사 특화 대책이다. 그 사이 정부 관심은 오로지 대마(大馬)에만 쏠렸다. 대우조선에만 1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중소 조선사 10개 중 8개가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난립한 중소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소마필사(小馬必死)론도 나왔다.

하지만 중소조선사는 맹장이 아니었다. 중소조선업계의 몰락이 재앙이었던 통영의 사례에서 증명이 됐다. 한때 1만8000여개의 일자리를 책임지던 지역 6개 조선사가 무너지자 2015년 하반기 2.8% 수준이던 통영의 실업률은 올해 상반기 6.2%로 뛰어올랐다. 통영에 중소조선사는 심장이었다. 지역 일자리 생태계를 책임지고, 기술력에서도 경쟁국 중국보다 우위에 있지만 지원 정책의 사각에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기대감. 이번 정책은 늦었을지언정 사후약방문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공통된 의견이었다. 특히 LNG 추진선을 신 시장으로 개척한다는 대책은 업계 요구와도 맞아떨어진다. 아직 중국이 손대지 못한 시장을 선점해 자생력을 마련할 물꼬를 터달라는 것은 그동안 업계의 일관된 목소리였다. "맹장이 아니다"는 목소리가 일단 정부에 닿았다는 데서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업계의 다음 목소리는 '지속적 관심'이다. 정부 대책 발표 후 감지된 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 추진 여부였다. '대마' 보다 작은 덩치 탓에 정책 추진의 우선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겨우 마련된 지원안이 또 다시 무관심 속에 흐지부지되고 다른 대안을 찾으려 한다면 그때는 정말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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