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관]이영자에 놀란 이해찬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8.11.22 13:45

[the300]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8.11.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 분위기가 심상찮다. 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의원들의 표정은 어둡다. “내후년 총선이 걱정”이란 얘기가 벌써 나온다. 화두는 ‘이영자’다. ‘20대 청년, 영남, 자영업자’ 등 민주당 지지 세력의 앞글자를 딴 조어다.

최근 이들을 주축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자 당내에선 “이영자가 우릴 버리고 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민주당의 20대 지지율은 올해 1월1주차 53.7%에서 11월2주차엔 42%로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남권 지지율도 PK(부산·울산·경남) 43.9%에서 39.0%로, TK(대구·경북)는 39.1%에서 29.0%로 하락했다. 자영업자 지지율 역시 51.1%에서 33.8%로 20%포인트 가까이 이탈했다.(1월 1주차 주간동향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p, 응답률 5.7%. 11월 2주차 주간동향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p, 응답률 7.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리얼미터가 22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52.5%)를 기록했다. 당 지지율은 40%가 깨졌다. 다양한 원인이 제기되고 있지만, 경제·민생 악화와 함께 지난 주말부터 확산한 '혜경궁 김씨'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이영자’ 여파로 당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 되자 이해찬 대표가 나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지지층 이탈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그동안 현안에 대해선 말을 아껴왔지만, 앞으론 직접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이 대표는 그동안 언급을 자제하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국정조사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조금씩 입장을 내놨다. 이 지사 문제에 대해선 “(검찰조사가 나와 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대변인이 공식 입장을 내놨다”고 언급했고, 국정조사 문제와 관련해선 “부당한 국정조사에 대해선 엄격한 기준으로 대해야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들은 대체로 이 대표의 이런 움직임을 반긴다. 명확한 메시지를 통해 난관을 뚫고 가길 바라는 의원들이 많다. 어정쩡한 대표의 입장이 오히려 정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탓이다. 이 지사 관련 문제 등 당에 부담을 주는 현안에 대해 대표가 확실한 입장을 내놓으면 어느 정도 매듭이 지어지고, 당이 특정 논란에 끌려가지 않을 거란 기대다.

하지만 우려하는 의원들도 있다. 이 대표 스타일상 청와대와 각을 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지사 논란이나, 여야 국정조사 합의 등이 청와대 작품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말 한마디가 결국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 내다본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는 할말은 하면서 정치를 한 사람”이라며 “지금 현안에 대해서도 본인 소신을 밝히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가 되는 순간 ‘사심이 없는’ 정치인이 됐다.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 대표를 자신의 정치인생 마무리 과정으로 삼은 것처럼 보였다. 당 지지자들이 이 대표를 신뢰했던 배경이다. 그런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는 지금, 당 지지율이 추락하는 지금 이 대표가 할 일은 분명하다. 명확한 메시지가 없으면 결국 사심 가득한 정치인으로 남을 것이다.

이 대표가 곧 내놓을 메시지에 청와대도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셈법에 따라 여러 관전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대표가 신경써야 할 영역은 민생뿐이란 것이다.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어떤 선택을 해야 민생을 살릴 수 있는지 이 대표도 고민을 했을 것이다. 이 대표가 민생에 방점을 찍고 메시지를 낸다면 ‘이영자’는 물론 국민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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