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토이저러스 될라"… 이케아, 역대급 구조조정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 2018.11.22 15:59

오프라인 인력 7500명 줄이고, 온라인 강화…
파리·뉴욕 등에 크기 줄인 도심형 매장 신설

세계 최대 가구 소매업체 이케아(IKEA)가 전체 임직원의 5%를 감원하는 역대 최대 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 이케아는 또 특유의 창고형 매장 전략에서 한발 물러나 온라인 플랫폼과 소형 매장 중심으로 사업체질을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21일(현지시간) 이케아는 임직원 7500명 감원과 도심형 매장 확대를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감원 대상은 행정, 인사, 홍보 등 오프라인 사무 업무직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5000명을 감원했을 때보다 큰 규모다.

이케아 모회사인 잉카그룹의 예스페르 브로딘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전 세계 소매시장이 전례없는 속도와 규모로 변화하고 있다"며 "변하는 소비 행태에 발맞춰 사업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케아는 세계 대도심에 30여개 소규모 매장을 새로 열고, 향후 2년간 디지털, 배송 관련 일자리 1만1500여개를 늘릴 계획이다. 톨가 온쿠 이케아 소매부문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매장 고객 80%가 미리 온라인을 통해 구매 계획을 세운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이케아는 UN 보고서를 인용해 오는 2050년까지 전세계 인구의 70%가 도심에 몰릴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도심에 매장을 열어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고,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내년 봄 프랑스 파리에 개장할 매장 예상규모는 5000제곱미터(약 1513평)로 창고형 매장에 비하면 6분의 1 이하이다. 그동안 이케아는 임대료가 싼 도심 외곽 지역에 대형 창고형 매장을 열고 물류비를 줄여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업체와 경쟁하는 전략을 써왔다.


이케아는 당분간 창고형 매장과 도심형 매장 전략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창고형 매장은 도시화가 덜 진행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신설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일 이케아는 필리핀 마닐라에 역대 최대 규모인 6만5000제곱미터(2만평)에 달하는 매장을 오는 2020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케아의 구조조정이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부터 이케아 소매판매 성장세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2018 회계연도(2017년 9월~2018년 8월) 소매판매는 388억유로(약 49조9234억원)로 최근 10여 년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온라인 방문 건수는 매년 10%씩 고성장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 토이저러스와 미 대표 백화점 시어스의 파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미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토이저러스는 지난 6월 창사 70년 만에 미국 내 모든 매장을 폐쇄했다. 2000년 아마존과 10년간 장난감 및 어린이용품 판매 독점 계약을 맺은 후 온라인 플랫폼 개발에 뒤처진 것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이케아가 '소매업의 종말'(retail apocalypse)에 맞서 사업 재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토이저러스와 시어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소매업체들도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스트 클릭

  1. 1 연봉 10억, 100억 집…'지연과 이혼' 황재균, 재산분할 규모는
  2. 2 33평보다 비싼 24평…같은 아파트 단지인데 가격 역전된 이유
  3. 3 "명장 모셔놓고 칼질 셔틀만" 흑백요리사, '명장·명인' 폄하 논란
  4. 4 "국민 세금으로 '불륜 공무원 커플' 해외여행" 전남도청에 무슨 일?
  5. 5 김장훈, '200억' 기부 아쉬워한 이유 "그렇게 벌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