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그녀는 그날, 아기를 안고 베이비박스로 갔다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안채원 인턴기자 | 2018.11.22 06:30

[축복과 절망 사이](종합)

편집자주 | 저출산이 전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지금도 거리로 내몰리는 아기들이 있다. 베이비박스가 국내에서 첫 문을 연지 올해로 10년째, 베이비박스의 존폐 여부에 논란이 머물러 있는 사이 여전히 한해 200여명의 아기들이 이곳을 찾는다. 부모들이 아기를 안고 이곳을 찾는 이유는 '아기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베이비박스의 법적 논란을 넘어 근본적인 해답을 찾아야 할 때다.



거리로 내몰린 아기들, 대답없는 정부



[축복과 절망 사이] ① '베이비박스 10년' 유엔으로 간 논란…"아이 키울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 vs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2009년 서울 관악구에 국내 최초의 '베이비박스'가 생긴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유엔(UN)은 세계 각국에 베이비박스를 없애라고 권고하고 있다. 베이비박스 역시 영아 유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지난 1일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베이비박스 등 한국의 아동 유기 상황을 담은 시민사회 연대 보고서가 제출됐다. 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한국 비영리단체(NPO) 연대가 작성했다. 보고서는 "한국에선 매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200~300명이 발견되는데, 민간의 베이비박스가 아동보호의 대안이 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빈자리를 민간이 메우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베이비박스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동안에도 매년 200여명의 아기들이 저마다 사연을 안고 베이비박스를 찾아온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베이비박스는 관악구와 경기도 군포 2곳.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는 관악구 베이비박스의 경우 아기가 들어오면 즉시 경찰에 통보된다. 이후 아기는 담당구청을 거쳐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로 보내진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는 입양이나 가정위탁, 보육시설 등 상황에 따라 맞는 곳으로 아기를 보낸다. 하지만 출생신고조차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아기들은 보육시설에 맡겨진다. 이렇게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를 거친 아기만 올들어 9월 기준으로 142명에 달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기는 것은 아동 유기에 해당한다. 민간 단체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는 정부의 인정을 받은 공식적인 아동보호 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형법 제272조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양육할 수 없을 때, 이밖에 다른 이유로 영아를 유기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의 부모를 찾아줄지는 여부는 경찰의 판단에 달렸다. 관악구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 관계자는 "길거리에 버리는 등 아이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는 유기는 처벌하지만, 아동 보호 차원에서 유기를 하는 경우 경찰 수사가 들어가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며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처벌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실제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생후 이틀 된 아기를 군포 베이박스에 두고 떠난 20대 남녀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아동학대 예방 강의 수강명령 40시간이 확정됐다. 이달초 대구시와 서구청 등은 대구의 한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에 대해 "현행법상 설치 근거가 없고 아동 유기를 조장할 우려가 높다"며 교회 측에 운영 중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민간이 운영하는 베이비박스가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데 이견을 찾긴 어렵다. 베이비박스가 영아 유기를 장려할 뿐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유전적 정체성에 대한 알 권리를 박탈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1호 베이비박스를 만든 이종락 목사는 "아이를 지키고 싶은데 도저히 상황이 안되는 엄마들이 베이비박스를 찾는다"면서도 "이런 상황에 처한 이들이 없어져 베이비박스를 없애는 것이 우리가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근본적인 해법은 친부모가 아이들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공익인권법인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베이비박스를 찾는 많은 이들이 미혼모인데, 이들에 대한 지원을 현실화하고 차별 문제를 해소해 아이를 포기하는 대신 양육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며 "예산이 많이 들고 관심을 못받는 분야여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데, 아동 보호를 위해서도 정부 차원의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보희 기자, 안채원 인턴 기자



나는 왜 아기를 안고 '베이비박스'에 갔나



[축복과 절망 사이] ② 사회안전망 벗어난 청년빈곤층…벼랑 끝에서 찾은 '베이비박스'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사진=안채원 인턴기자
은혜씨(가명)가 22살이던 4년 전. 몸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던 은혜씨는 자신이 임신 5개월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남자친구와는 이미 헤어진 뒤였다. 어지러웠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 아빠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낳아야겠다고, 혼자서라도 책임을 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자, 2년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사람들이 미혼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알까봐 두려웠고, 그들이 바라볼 시선이 무서웠다. 병원도 갈 수 없었다. 병원비도 부담이 됐고, 병원이라고 미혼모에 대한 시선이 다른 것도 아니었다.

헐렁한 옷으로 배를 감추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알려야할지,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하는건지,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지, 아니 그래도 낳아서 키워야지 하루에도 수십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는 찾아보지도 않았다. 미혼모니까,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도움을 청하려면 미혼모라고 말해야하는데, 그렇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정부라고 뭘 도와줄수 있을까. 은혜씨는 알지 못했고, 인터넷을 검색해봐야 뾰족한 수는 없었다. 인터넷에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법' 대신 '입양을 보내는 법'이 있었다. '정 안 되면 입양이라도 보낼 수 있겠지' 막막한 가운데 생각했다.

'어떻게 하지'를 수천번쯤 되뇌였을 때, 진통이 왔다. 임신 사실을 안 뒤 처음으로 산부인과를 찾아갔다. 진료 기록이 있어야 분만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대학병원으로 갔다.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은혜씨가 누워있는 사이, 병원이 가족을 찾아 연락을 했고, 친오빠가 병원에 왔다. 은혜씨의 임신과 출산은 그렇게 가족에게 알려졌다.

그렇게 낳은 아기는 아팠다. 아기는 한 달 간 입원 끝에 퇴원을 했지만, 앞으로도 여러차례 수술이 필요했다. 친오빠와 함께 살고 있었지만, 결혼한 오빠 집에서 계속 함께 살 수는 없었다. 살 곳도 없는데, 혼자서 일하며 아픈 아기를 돌볼 수도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인터넷을 뒤졌고, 비로소 베이비박스란 걸 알게 됐다.

아기를 안고 베이비박스에 갔다. 그곳에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주민센터를 찾아갔다. 주민센터는 은혜씨가 월급을 받고, 4대 보험이 있다는 이유로 "스스로 충분히 키울 수 있다"며 ""우리가 해줄 것은 없다"고 했다. 그곳에서 말하는 요건은 일을 하면서는 충족할 수 없었다. 일을 하지 않아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지원은 아픈 아기와 함께 살만큼 충분하지 않았다.

입양을 생각했지만 아픈 아기를 데려갈 양부모는 찾을 수 없었다. 아기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아픈 아기를 두고 돌아설 수도 없었다. 갈 곳 없던 은혜씨는 그렇게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에서 아기와 함께 살게됐다.

후원을 받아 아기는 몇차례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마지막 수술이 잘못돼 아기는 결국 하늘나라로 갔다. 은혜씨에게 아기가 찾아왔다가 그 품을 떠나는 짧은 시간 동안 은혜씨는 정부의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다. 아기 아빠는 이 모든 일을 알지 못한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은혜씨는 많은 부모를 만났다. 아이를 키울 수 없다며 울면서 찾아와 아기를 맡겨두고, 수개월 뒤 돌아와 다시 아기를 찾아가는 어린 엄마가 있었다. 아기와 함께 살 준비가 될 동안 조금만 아기를 맡아 달라고 호소하는 어린 부모가 있었다. 아기를 키울 수 없었던 한 외국인 엄마는 한국에서 아기를 낳아 본국에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는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도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방법을 찾지 못한 엄마는 결국 아이를 두고 떠났다. 출생신고를 못해 학교도 병원도 못가는 '없는 사람'으로 가난하게 사느니 시설에 들어가는게 더 나을 거라고, 운이 좋아 착한 양부모를 만날 수도 있을거라고, 엄마는 짐작한 듯 했다. 한국은 부자나라니까.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아기를 지키고자 나름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했다고 은혜씨는 기억한다.

'베이비박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김윤지 비투비(BtoB) 대표는 베이비박스에 온 아기와 부모 500여명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 8가지 공통 요소를 발견했다.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 △거주지가 없음 △한부모로 남겨짐 △가족이 부재함 △임신과 피임에 무지 △아기가 건강에 이상이 있음 △사회가 정의한 전형적인 혼인관계가 아닌 관계에서 아기가 태어남 △원치않는 성관계(성폭행 등)로 아이를 낳은 경우 등이다.

김 대표는 "많은 이들이 (베이비박스에 온) 부모들이 무책임하다,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부모들은 그들 자체가 사회 안전망에서 벗어나 있는 청년 빈곤층으로 아기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마지막에서야 결국 베이비박스를 온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여러 정부 기관이나 입양기관에 도움을 청했지만 모든 곳에서 거절을 당하고 베이비박스로 온 사례도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겼다가 다시 찾아간 부모가 30%에 달한다. 이들이 아기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결코 적지 않다는 뜻이다. 이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준다면 기꺼이 자신의 아기와 함께 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보희 기자, 안채원 인턴 기자



'비밀출산' 허용하면 아기 안 버릴까?



[축복과 절망 사이] ③ 보편적 출생등록제 전제돼야…임신부터 출산까지 종합지원체계 마련이 우선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베이비박스에 아기들이 오는 것은 법과 제도의 미비 때문이다. 아이를 지키고 싶은데 출생신고를 도저히 못하는 상황인 부모들이 오는 것이다."(이종락 주사랑공동체 목사)

일각에서는 출생기록이 남을 것을 두려워한 부모들이 베이비박스를 찾는다며 '비밀출산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출산 기록이 남지 않도록 비밀을 보장해준다면 부모가 아이를 유기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취지다.

그러나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시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밀출산제를 먼저 논의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들은 먼저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이 누락되지 않을 방법을 마련하면서, 사각지대를 메우기위한 방안으로 비밀출산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밀출산제가 '베이비박스' 논란의 답이 될 수 있을까?

◇ 비밀출산제…친부모 익명 보장, 출생기록은 법원으로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한다. 일견 당연해보이는 이 과정이 여의치않은 이들이 있다. 이들이 출산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비밀출산제다.

출생신고 문제 때문에 아동 유기가 일어난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2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임산부 지원 확대와 비밀출산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임신·출산 사실을 은폐하고자 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는 등 경제적·사회적 곤경에 처한 임산부를 지원해 영아가 친부모에게서 양육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법안에 따르면 임산부가 비밀출산 의사를 밝히면 담당 기관은 △임산부 신원의 익명성을 보장하며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출산 후 아기 보호, 후견, 입양 절차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비밀출산으로 낳은 아이를 △본인이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여의지 않을 경우 입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 비밀출산 된 아기의 출생증명서는 가정법원에 제출하록 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인 주사랑공동체의 이 목사는 "병원에서 바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기록은 법원에만 남도록 하고 있다"며 "임신부터 출산까지 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비밀출산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 후 '사각지대' 비밀출산제로 메워야"

전문가들은 비밀출산제의 필요성에 대해 일견 동의한다. 다만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전제가 된 비밀출산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시행 중인 출생신고제의 허점을 먼저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현재 출생신고는 전적으로 부모에게 맡겨져 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동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극단적으로 아이가 태어났다 사망해도 정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실제 2017년 부산에서 30대 여성이 신생아 2명의 시신을 냉장고에 보관한 것이 드러났다. 그중 한 아이는 병원에서 낳았지만 출생신고조차 안돼 있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려고 해도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A씨는 이혼 소송 중 다른 남자와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출생신고를 하려했지만, 담당 공무원은 전 남편이 법률상 친부로 추정돼 출생신고가 안된다며 먼저 소송으로 친자관계를 정리한 후 판결문을 가지고 오라고 돌려보냈다. 전 남편과 연락이 되지 않았고 소송을 하려면 수백만원이 들었다. 결국 아이는 11세가 될 때까지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출생신고가 안돼있으니 학교도 병원도 갈 수 없었다.

한국 비영리단체(NPO) 연대는 유엔(UN)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출생신고되지 않은 아동을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은 없고, 부모가 고의 또는 과실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공적기관이 아동의 출생 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은 부재하다"고 지적하며 "보편적 출생등록제도가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보편적 출생등록제 시행을 권고한 바 있다.

보편적 출생등록제란 부모의 법적 지위, 출생 지역과 장소 등 어떤 요소나 출생 여건과 관계 없이 국가 내 모든 아동의 출생을 등록하는 제도를 말한다. △의료기관이 직접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는 '출생자동등록제' △의료기관은 담당 기관에 출생 통보만 하고 이후 보호자가 상세 사항을 신고하는 '출생통보제' 등이 방안으로 나온다.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시행 중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아기가 출생한 의료기관 등에서 출생증명서를 지역 담당관에 제출한다. 영국은 아동이 출생하면 병원 등록 시스템을 통해 출생아에 대한 의료보장번호가 발급된다. 독일은 부모와 병원에 동시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 독일 '임신'부터 '출산후'까지 지원하는 '신뢰출산제'…산모·아동 보호가 우선

일각에서는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시행되면 출산 기록 남기고 싶지 않은 이들이 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출산을 하는 등 오히려 산모와 태아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실 현재 출생신고를 해도 기록에 드러나지 않도록 할 방법은 있다. 정부는 기록이 남는 것이 두려워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이들을 보호하기위해 2016년부터 증명서를 세분화했다. '현재의 가족관계·신분 사항' 등 필수 정보만 담긴 '일반증명서'를 원칙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전체 정보가 기재된 '상세증명서'는 특별한 경우에만 이유를 설명한 뒤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생기록을 남길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대안이 비밀출산제다. 소라미 변호사는 "비밀출산제는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논의돼야하는데 현재 한국은 이같은 제도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며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을 전제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비밀출산제는 단지 '산모의 익명성'이 아니라 '위기상황의 산모'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얘기다.

독일은 '신뢰출산제'라는 이름으로 산모에 대한 종합지원체계를 마련해뒀다. 2000년부터 베이비박스가 설치되기 시작한 독일은 장기간의 논의를 거쳐 '임신여성 지원확대 및 신뢰출산에 관한 법률'를 제정, 시행 중이다. 정부는 '임신갈등상담소'를 통해 산모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임신과 출산 전 과정에 대한 전문 상담과 지원을 제공한다. 산모가 비밀출산을 원할 경우 의료기관에서 익명으로 자녀를 출산할 수 있다. 출생증명서는 공공기관 등에서 보관하고 자녀는 만16세가 된 이후 확인할 수 있다.

소 변호사는 "해외에서 도입·시행 중인 비밀출산제는 단순히 출산기록과 같은 형식적인 논의에 방점을 두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어떻게 하면 위기상황의 산모가 고립된 상태로 출산을 하지 않도록, 그래서 산모와 아동의 생명이 위태롭지 않도록 할 것인지를 목표로 안전한 임신과 출산, 실질적인 양육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있고, 그 일부로 출산 기록을 제한하는 방법이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보희 기자, 안채원 인턴 기자



보육 따로, 입양 따로…정부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축복과 절망 사이] ④ 독일 "아동보호부터 입양까지…정부 산하 '아동청'이 총괄"

친부모가 키우지 못하는 아이 앞에는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놓인다. 보육시설로 보내지거나 입양을 가는 것이다. 아이의 일생을 가를 문제지만, 전문가들은 민간 중심으로 제각각 이뤄지는 보육과 입양 시스템이 아동을 위한 적절한 대안을 찾기 힘들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보육과 입양이 필요한 아동들을 돌보는 역할을 민간에 미루고 있는 사이, 아이들은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민간이 알아서 하는 입양·보육

일각에선 입양특례법이 출생신고를 강제하는 방향으로 개정·시행되면서 법이 아동 유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조금 다르다. 입양특례법 개정 전에도 출생신고는 의무였다. 다만 법 개정 전에는 양부모가 아동을 받아 처음부터 친자인 것처럼 허위로 출생신고를 하거나, 출생신고 없이 유기 아동으로 처리해 해외로 입양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 후 입양신고제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입양허가제로 바뀌면서 관행대로 할 수 없게 됐다.

법은 입양절차를 체계화해 양부모 자격을 엄격히 심사하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됐다. 과거 입양절차가 허술해 자격없는 이가 아동을 입양해 학대하거나 무책임하게 파양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법 개정으로 입양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아동 유기가 크게 늘지는 않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입양특례법의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입양특례법의 부작용으로 유기 아동이 늘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법 때문에 영아유기가 증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유기아동 수는 2006년 이후 매년 200~300여명 수준으로, 법 때문에 유기아동 수가 늘었다고 보긴 힘들다.

입양이 잘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출생신고가 아니라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는 보육시설과 입양 시스템에 있다. 출생신고가 안된 채 베이비박스에 온 아이들은 대부분 보육시설로 보내진다. 보육시설에 간 아이들은 성본창설 과정을 통해 출생신고가 이뤄진다. 물론 보육시설의 아이들도 출생신고가 되면 입양을 갈 수 있다. 문제는 보육시설과 입양기관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입양기관은 직접 받은 아이들을 우선 입양 보낸다. 보육시설의 아이들은 입양기관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 입양기관에서는 보육시설에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도 모르니 입양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보육시설 관리자의 의지와 상황에 따라 입양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시설에 남는다. 보육시설로 가고나면 사실상 입양이라는 선택지는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입양은 입양기관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며 "보육시설과 입양기관을 연결하는 공적 기관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독일, '아동청'이 입양까지 알선

아동의 양육 지원, 보육시설 입소, 입양 등 아동 보호 업무를 한 곳에서 아우를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엔아동권리협약’과 ‘국제입양에 관한 아동의 보호 및 협력에 관한 협약'(헤이그협약) 등은 입양을 권한있는 공적 당국에서 관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소라미 변호사는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후 정책변화와 과제’ 토론회에서 "입양이 아동복지 시스템과 분리돼 운영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아동은 친생부모와 함께 살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아동복지·사회복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입양은 최후의 방안으로 검토돼야 하는데 우리는 친생부모가 입양기관을 찾아가 아이를 입양 보내달라고 하면 곧바로 입양절차가 개시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친부모가 양육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 먼저 △지방자체단체의 아동복지체계 내에서 상담·양육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입양이 아이를 위해 가장 적절한 방안이라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공적 기관의 검증을 통해 최후의 방안으로 입양이 검토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입양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은 대부분의 입양이 '아동청'의 알선을 통해 이뤄진다. 독일 전역에 설치된 아동청은 해당 주의 아동복지 업무를 관장하는데 △아동양육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부모 사이 갈등이 있는 경우 △입양을 하려는 경우 △아동이 궁핍에 처한 경우 등 아동복지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무상으로 필요한 모든 정보와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법정책연구원의 안문희 연구위원은 "우리의 입양절차가 전반적으로 (민간) 입양기관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독일, 영국, 캐나다, 스웨덴, 프랑스, 중국, 홍콩, 베트남, 필리핀의 경우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입양의 전반적인 절차에 관여하고 있다"며 "(입양 등 결정을)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는 중앙입양원이 수행하게 되면 입양 절차 전반에서 통일성·객관성·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보희 기자, 안채원 인턴 기자



"우리 아기 입양 보내지 말아 주세요"



[축복과 절망 사이] ⑤ 베이비박스는 '아기 버리는 곳'이 아닌 '임시보호소'

"베이비박스에 찾아온 부모들 중 입양을 원하는 부모도 있지만, 아이가 시설로 가길 바라는 부모도 있었어요. 아이가 시설에 가면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입양은 그럴 수 없으니까요. 지금 당장은 키울 수 없어 베이비박스에 맡기지만 다시 아이를 찾아가겠다며 꼭 다시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았어요." (정은혜씨·가명·26)

베이비박스에는 아기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찾아온다. 하지만 이는 이들이 아기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키우고 싶지만 당장은 그럴 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베이비박스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부모가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안문희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가정 보호가 가장 우선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경제·사회적 도움을 통해 가능한 친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뿔뿔이 흩어진 지원책들

"임신 사실을 알고 주민센터에 찾아갔는데 담당이 아니라고 구청으로 가라더라고요. 구청에선 또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고…. 서로 여기는 아니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같아요. 만삭에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며 물어보는데, 가라고 해서 가면 또 아니라고 하니까요. 결국 대부분의 지원은 베이비박스를 통해 받았어요."


한때 베이비박스를 찾았지만 지금은 다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경민씨(35·가명)의 얘기다. 주변에서 저소득층이나 미혼모라면 정부 지원이 있을 것이란 얘기를 듣고 여기저기 찾아나섰지만, 실제 도움은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지원은 커녕 질문에 대한 답도 제대로 얻기도 힘들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저소득층이나 청소년, 미혼부모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기는 하다. 문제는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별로 흩어져있어 막상 당사자들은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소득수준, 나이 등에 따라 지원 요건이 제각각이라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지 알기도 힘들다. 이 조차도 홍보가 제대로 안돼 있어 아는 이들이 드물다.

오영나 미혼모네트워크 대표는 "미혼모 지원 주거 시설이 적지만 있기는 한데, 제도 자체를 몰라서 이용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갈 곳이 없는데, 다른 것은 잘 모르고, 베이비박스는 들어봤고 알려져 있으니 찾아가는 이들도 있다"며 "일선 주민센터 공무원들이 이런 정보를 구체적으로 전달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흩어진 지원책들을 연결해 '원스톱' 지원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라미 변호사는 "지자체별로 지역 아동 복지 전담 공무원이 확충돼야 한다"며 "엄마가 개별적으로 보육원과 입양 시설을 찾아다니며 상담하고 혼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통합적인 상담을 받고, 당장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스스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비박스는 '아기 버리는 곳'이 아닌 '임시보호소'

전문가들은 당장 필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단기적으로 아기를 돌봐줄 수 있는 '단기양육보호시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베이비박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김윤지 비투비(BtoB) 대표는 베이비박스에 온 부모들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베이비박스는 부모들에게 '아기를 버리는 곳'이 아닌 '임시보호소'의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 엄마가 수술을 받는 동안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겼다가 찾아가거나, 부모가 출산을 반대해 홀로 아기를 낳은 뒤 부모의 허락을 받는 동안 아기를 맡겼다가 찾아간 미혼모들지 적지 않았다.

당장 일자리를 얻기 위해 면접을 보거나, 지원을 받기 위해 알아보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아기를 돌보며 이 같은 시간을 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 시간 동안만이라도 아기를 돌봐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베이비박스와 입양, 직접 양육 사이에서 고민했던 부모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회에 있어야 하는데 없는게 단기보육시설"이라며 "아기를 키우기로 결정을 했어도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것들을 알아보려면 2~3일만이라도 전적으로 아이를 맡아 돌봐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한데, 베이비박스를 찾아오는 이들은 주변에서 이런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양한 가정 형태 인정해야…사회적 인식 개선 시급

"아기를 낳기 전까지 한 번도 병원에 못갔어요. 눈치가 보여서요. 다른 미혼모들도 많이 봤는데 대부분 병원 다니는 것 조차 시선이 따갑고 눈치가 보여서 안다녔다고 하더라고요." (정은혜씨)

미혼모 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저출산이 전국가적 문제가 된 지금도 여전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유기예방 및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 연구'에 따르면 베이비박스를 찾은 이유 가운데 '사회적 낙인이나 주변의 반대 등 심리적 이유'가 32.4%(290건)에 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잃을 것이 많은 20~30대로 올라갈수록 병원 출산 비율이 낮았다.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병원도 가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김형모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가 자녀를 건강하게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지원과 미혼부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를 통해 미혼부모의 출산이 직접 양육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기로 결정한 미혼모에게 질책보다는 격려를 보낼 수 있도록 사회 인식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 역시 "미혼부모들이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데는 차별과 인식이 큰 몫을 한다"며 "다양한 가정 형태를 인정하고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으며 아이를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박보희 기자, 안채원 인턴 기자



"아기 혼자 키우세요? 이런 지원 받아보세요"



[축복과 절망 사이] ⑥ 주거·양육비·취업 지원 등…주민센터·복지로 홈페이지 등 통해 확인

아이를 홀로 키우는 미혼부모들은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임신부터 출산, 양육까지 시기별로 미혼 한부모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정리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국민행복카드'는 출산 준비시 반드시 발급 받아야 할 카드다. 나라에서 지정한 요양기관에서 이 카드를 이용해 임신·출산 관련 진료비를 결제할 수 있다. 기본 지원 금액은 50만원이지만, 쌍둥이 등 다태아 임산부에게는 90만원을 지원한다. 카드는 분만예정일 이후 60일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그때까지 남은 금액은 사라진다. 임신이 확인된 건강보험 가입자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카드사에 방문해 임신확인서를 제출하면 된다.

만약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 산모라면 국민행복카드 지원 금액이 170만원으로 늘어난다. 사회서비스전자바우처 포탈(www.socialservice.or.kr)에 접속해 온라인 신청을 해야한다. 미혼모에게만 지원되는 혜택은 아니고, 대한민국 산모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출산 전까지 지낼 곳이 없어 걱정이라면 '미혼모자 가족복지시설'에 갈 수 있다. 이곳은 미혼인 산모, 출산 후 지원이 필요한 여성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최대 1년 6개월까지 머물 수 있지만 출산 후에는 6개월까지만 가능하다. 입소하려는 시설이 있는 시·군·구에 입소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입소 가능 시설 현황은 여가부 한부모가정 맞춤형 서비스 홈페이지(www.mogef.go.kr/cs/opfMain.do)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산 직후

출산 직후에는 산모와 신생아가 무료로 건강관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미혼모만을 위한 제도는 아니다.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이 기준 중위소득 80%(2018년 2인 가구 직장가입자 7만1374원·지역가입자 5만9490원) 이하면 지원 대상이다. 식사, 산후체조, 좌욕, 세탁물 관리 등을 관리해주는 건강관리사의 가정방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서비스 기간은 최소 12일부터 최대 24일(산모가 중증장애인일 경우)까지다. 사는 곳의 시·군·구 보건소에 출산증빙서 등을 제출해 신청할 수 있다.

◇아이 양육

자녀 양육 시기에는 아이 교육, 안정적인 주거 환경 마련 등을 위해 돈이 많이 필요하다. 정부는 양육비 등을 지원한다.

우선 '아동 양육비'는 현재 만14세 미만 아동이 포함된 한부모가족 중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60%(2018년 2인 가구 170만8258원) 이하면 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는 아동 기준 연령을 높여 해당 소득 기준에 해당하는 만 18세 미만 아동 한부모가족이 모두 받을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턴 지원 금액도 오른다. 한부모가족 아동 양육비는 2018년 기준 아동 1인당 월 13만원에서 20만원으로, 기준 중위소득 72%(2018년 2인 가구 204만9910원)이하인 만 24세 이하 청소년 한부모가족의 아동 양육비는 아동 1인당 18만원에서 35만원으로 오른다.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60% 이하인 청소년한부모가족은 연154만원 이내에서 검정고시 학습비와 월 10만원의 자립지원촉진수당도 받을 수 있다. 아동 양육비는 정부에서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아동수당'과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

만5세 이하 아동을 키우는 한부모 가구에게는 '추가아동양육비'도 지급한다. 아동양육비와 함께 매달 아동 1인당 5만원씩의 추가 양육비가 지급된다.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52%(2018년 2인 가구 148만490원) 이하인 미혼 한부모가족으로서 부·모의 연령이 만 25세 이상인 경우 신청할 수 있다. 아동양육비와 추가아동양육비는 관할 주민센터 또는 복지로 홈페이지(online.bokjiro.go.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이밖에도 자녀가 중·고등학생일 경우에는 자녀 1명당 5만4100원의 학용품비 등을 지원한다.

저소득 한부모가족을 위한 주거 지원도 있다. 크게 '모·부자가족복지시설'과 '공동생활가정형 매입임대주택' 주거 지원으로 나눠진다. 모·부자가족복지시설은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다만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52% 이하인 무주택 한부모가족으로 아이가 만 18세 미만이어야 한다. 입주 기간은 최대 5년이다.

공동생활가정형 매입임대주택은 최대 4년 동안 입주할 수 있다. 아동의 나이와 상관없이 무주택 한부모가족이라면 신청 가능하다. 단 한부모가족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소득인정액 기준 중위소득 60% 이하에 해당해야 한다. 매달 평균 10만원 정도의 관리비는 내야 한다. 한부모가족상담전화(1644-6621)과 거주지 시·군·구청에 문의하면 된다.

◇홀로서기에 도움이 필요한 부모라면

양육비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 '양육비 이행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양육비 이행 서비스는 양육부·모의 신청을 받아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당사자 간 협의, 양육비 관련 소송, 채권추심, 불이행 시 제재조치 등을 지원한다. 만 19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한부모가족은 신청이 가능하다.

해당 서비스를 신청한 채권자가 양육비를 받지 못해 자녀 성장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6개월간 자녀 1인당 20만원씩 지원하는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제도'도 있다. 다만 아동 양육비를 이미 지원 받고 있다면 지원금은 1인당 월 10만원으로 줄어든다. 양육비 이행지원 서비스는 양육비이행관리원(1644-6621)으로 문의하면 된다.

임신과 출산으로 학업이 중단된 한부모라면 '미혼모 대안위탁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중퇴, 자퇴 등으로 사라진 학적을 회복한 후에 교육부 중고등과정을 대체교육으로 이수할 수 있다. 국가에서 지정한 위탁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는다. 서울 나래대안학교(02-393-4720), 경기 홀트고운학교(031-216-9081) 등 기관으로 직접 연락하거나 한부모가정상담전화로 연락하면 신청 가능하다.

1년 동안 통합적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취업성공패키지'도 눈여겨볼 만 하다. 정부는 만 18세~만 69세 이하의 기초생활수급자, 미혼모, 한부모 등에게 취업성공패키지를 제공한다. 취업 상담에 참여하면 25만원의 참여 수당이 있고 직업훈련에 참여할 경우 20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훈련비가 나온다. 또 3단계인 집중취업알선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에 성공하면 최대 150만원을 지급한다. 신청 문의는 고용노동부 고용센터(1350)으로 하면 된다.

안채원 인턴, 박보희 기자



"몇달 뒤 꼭 데려갈게요"…베이비박스 가보니



[축복과 절망 사이] ⑦ 베이비박스 찾는 미혼모 10명 중 8명이 상담 받아…"정부 지원 알려주면 마음 바꾸는 미혼모 많아"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사진=안채원 인턴기자
"경사 때문에 더 못 가니까 여기서 내리세요"

차를 세운 택시 기사가 가리킨 곳에 베이비박스가 있었다.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를 찾았다. 국내 1호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곳이다. 베이비박스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급격한 경사 때문에 차가 접근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매달 20~30여명의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품에 안겨 이 길을 오른다. 길 끝에는 엄마와의 이별이 있다. 주사랑공동체의 이종락 목사는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이 험난한 길을 오르는 것보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홀로 키우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길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사랑공동체 내 상담실./사진=안채원 인턴기자
베이비박스를 찾는 엄마들은 제각각 드라마 못지않은 사연을 안고 온다. 아이를 놓고 가는 엄마들 대부분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임선주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팀장은 "이곳을 찾는 엄마 10명 중 8명은 우리와 긴 상담을 나눈다"고 말했다. 상담 후에 아이를 다시 데려가는 엄마도 있고, 몇 달 뒤 반드시 데려가겠다고 약속한 후에야 발걸음을 떼는 엄마도 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과 홀로서기에 대한 두려움이다. 베이비박스를 찾는 대부분의 엄마들은 임신·출산 과정을 오롯이 혼자 겪어냈다. 임신 사실을 알린 뒤 아이 아빠와 이별하고, 출산 과정 도중 부모님과의 관계도 악화된 경우다. 이 때문에 아이 양육에도 더 큰 두려움을 갖는다.

주사랑공동체의 한 상담가는 "미혼모를 위한 정부 지원 제도가 있다는 걸 아는 미혼모는 별로 없다"며 "정부의 다양한 지원 제도를 알려주고 우리가 더 도와주겠다고 말하면 마음을 바꾸는 미혼모도 꽤 된다"고 했다.

주사랑공동체 창고에 쌓여있는 후원 물품./사진=안채원 인턴기자
하지만 이처럼 사실상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주사랑공동체도 민간 종교단체일 뿐이다. 주사랑공동체의 베이비박스는 오로지 후원으로만 운영된다. 창고 한켠엔 후원자들이 보낸 분유와 기저귀 등이 쌓여있었다. 기업에서 대량으로 후원하는 물품이 대부분이지만, 한 달에 3∼4개씩 분유를 사서 꼬박꼬박 보내는 개인 후원자들도 있다.

임 팀장은 정부의 미혼모 지원 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임 팀장은 "현재 정부에서 지급되고 있는 양육비는 아이를 키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보육원 등 시설에 지원하고 있는 금액을 미혼모에게 지급하는 방안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혼모 주거 지원도 대상 지역의 범위가 넓지 않고 입소 조건도 까다로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채원 인턴 기자



"아기 버리려고 배 타고 16시간 걸려 올까요?"



[축복과 절망 사이] ⑧ 김윤지 비투비 대표 인터뷰 "다양한 가족 형태 존중받는 사회 되길"

사진=김윤지 비투비(BtoB) 대표
"정말 '버려진' 아기들일까?"

'베이비박스 프로젝트'는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들을 언급할 때 대부분 사람들은 '버려진' '원치 않는' 등의 단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김윤지 비투비(BtoB) 대표는 세간의 인식에 의문을 던졌다. 2013년 베이비박스에 대한 기사를 보고 처음 이곳을 찾은 뒤 베이비박스에 온 부모들의 사례를 접하면서다.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왔대요. 출생신고가 안 된 아기는 비행기를 못타니까. 낙태하지 않고, 또 태어난 아기를 배를 타고 16시간 걸려 베이비박스까지 데려온 거죠. 이 아기가 정말 버려진걸까요? 굳이 버리려했다면 이렇게 어마어마한 노력을 들여야 했을까요?"

의문은 이곳에 온 부모들은 누구일까를 찾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들과 그들의 부모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512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곳을 찾은 부모들은 대부분 사회 시스템 밖에 있는 취약계층이었다.

◇가난·장애·무지…그리고 대물림

김 대표의 '베이비박스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부모들의 대다수는 20~25세 청년들이었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집이 없어 PC방이나 찜질방이나 고시원, 자동차, 친구 집 등에서 생활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집이나 가정이 없는 경우 부모나 아기 아빠가 가정폭력을 행사해 집에서 가출했거나 결손가정에서 자라 홀로 있는 경우가 주를 이뤘다. 부모가 있어도 가난하거나, 아기를 반대해 지원받을 수 없는 이들이 많았다. 친구와 함께 아이를 키우다 도저히안돼 베이비박스를 찾은 미성년자, 친구 집에서 아기를 낳고 119를 불러 탯줄을 자른 엄마도 있었다.

임신과 피임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임신한 것을 모르고 있다가 8개월만에 양수가 터져 친구의 도움으로 아기를 낳은 미성년자도 있었다. 이는 이들이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책임감이 없다기보다 가정과 학교 등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장애가 있으면 상황은 더욱 어려웠다. 임신 중 아기에게 장애가 있는 것이 확인되자 병원에서는 아기 상태가 위험해 출산이 불가능하다며 다른 곳으로 갈 것을 종용했다. 입양기관이나 복지시설 등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아기는 장애가 없더라도 부모나 다른 가족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입양기관에서 거절당한 사례도 있었다.

미혼이나 별거 등 '전형적인 혼인' 관계가 아닌 사이에서 아기가 태어나 이곳을 찾은 경우도 107건에 달했다. 상담 기록이 없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이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폭행 등 원치않은 성관계로 아기를 낳은 경우도 14건 발견됐다. 성폭행으로 임신했는데 형편이 어려운 부모에게 말하지 못해 홀로 출산한 10대 미혼모, 업무 중 고객에게 성폭행을 당해 출산한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대부분은 이같은 상황들이 중첩돼 있었다. 미성년자인데 집단 강간으로 임신돼 장애가 있는 아기를 낳거나, 아기 아빠의 폭력 때문에 아기와 집을 나와 찜질방을 전전하는 경우 등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대물림되고 있었다.

"저의 부모님은 사고로 저를 가지셨다. 나도 사고쳐서 아기를 낳게 됐다. 아이가 저의 모습과 같다고 느껴져 도저히 지울 수 없었다. 혼자 키워봤지만 상황이 악화돼 키울 수 없다. 절대 버리지 않는다. 꼭 찾아갈테니 그때까지만 부탁드린다." (베이비박스에 아기와 함께 남겨진 자필 편지)

◇"베이비박스 존폐 논란 넘어 '부모가 아기 키울수 있도록 하는 방법' 고민해야"

김 대표는 이들에게 베이비박스가 '임시보호소' 역할을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혼모시설에 연락을 했지만 "입양을 보낼거냐"는 재촉에 베이비박스를 찾아와 아기를 맡기고 몇달 후 아기를 다시 찾아가 직접 키우고 있는 한부모도 있었다. 다른 방법을 끝내 찾지 못한 부모들이 베이비박스를 찾았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이들이 아기를 낳고 충동적으로 베이비박스를 찾는다고 생각하지만 아니었어요. 이들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본 뒤 최후의 선택으로 이곳에 온 거예요."

분석 결과,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긴 부모 중 16%는 베이비박스를 통해 아기를 찾아갔다. 14%는 정부를 통해 아기를 되찾아갔다. 보육 시설에 맡겨진 아기를 찾아 데려갔다는 얘기다.

"다시 찾아가는 비율이 30% 밖에 안 된다고 볼 게 아니라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30%나 되는 부모들이 아이를 되찾아가 갔다고 봐야 해요. 정말 키우려는 의지가 있는 거죠." 김 대표는 아기를 키울 의지가 있는 이들이 직접 아기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논란은 수년째 똑같아요. 베이비박스의 존폐 문제죠. 그 사이 베이비박스를 찾은 아기들은 1300명을 넘어섰어요. 하지만 고민해야 할 진짜 문제는 어떻게 하면 베이비박스를 찾는 상황을 줄이고, 아기를 키울 수 있게 도울까여야 해요."

◇"다양한 가정 형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 되길"

김 대표는 부모들이 대부분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쉽게 각종 지원 정보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른바 '품(puum)' 프로젝트다. 앱에서 각 부모의 상황에 맞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원책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너무 어려웠어요. 막상 찾아도 이해가 안 가고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정부 사이트에 나온 설명을 봐선 내가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알 수 없었어요. 쉽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모바일 솔루션을 만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 지금 개발 중이에요"

'품'에는 △주거가 없는 부모들이 갈 수 있는 전국의 기관 정보 △물품, 일자리 등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 △긴급 지원이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에 관한 정보 등이 담겼다. 출산과 육아, 자립에 관련된 정부, 기업, 비영리 단체 등을 포괄한 각종 정보들을 '원스톱'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실제 전국에 위치한 관련 기관들을 직접 방문해 정보를 취합하고 있다. 내년초 오픈할 계획이다.

김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런 과정을 통해 부모와 부모, 아기와 아기를 연결해주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다. 이들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 출산·양육하는 경험을 통해 서로가 자립에 대한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하겠다는 것. 이를 아기를 뜻하는 영단어 '베이비(Baby)에서 따서 'BtoB'라는 이름에 담아냈다.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아주고, 정보를 찾는 시간을 줄여 실질적인 삶의 질을 올려주는 것이 목표에요. '해마다 베이비박스에 들어오는 아기들 200여명과 매년 보육원으로 가는 아이들 4000여명의 절반이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자, 부모들을 도와 더 많은 아기들이 건강한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자'는 거에요. 내 아이를 키우고 싶은 부모가 사랑을 쏟을 수 있게 하고, 아기가 가정에서 사랑 받으며 자랄 수 있게 하자는 거죠. 무엇보다 이를 통해 비혼 한부모들이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하고 싶어요. 다양한 가정의 형태가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으며 살 수 있도록요."

박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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