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개정될 경우, 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 개발 등 상업 목적을 포함한 연구나 통계, 공익 기록보전 목적이라면 이용자 동의 없이도 가명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오남용 방지대책도 마련했다. 보안시설을 갖춘 전문기관을 통해서만 데이터 결합을 허용하고, 가명 처리된 정보를 부정한 목적으로 특정 개인을 식별할 경우 강력한 처벌 규정을 뒀다.
가명 정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금융·통신·유통 등 기존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빅데이터 가공 및 유통 사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존 서비스나 상품의 혁신은 물론 데이터에 기반한 신산업 생태계도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창업 10년 만에 기업가치 35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빅데이터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2억명의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며 남긴 빅데이터로 양질의 개인 맞춤형 숙박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
文 “데이터 고속도로 뚫겠다’ 했지만...=개인정보에 관해 ‘활용‘보단 ‘보호’에 중점을 뒀던 당정이 ‘활용’ 쪽으로 급선회한데는 4차 산업 혁명 경쟁에서 더 이상 늦춰져선 안된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8월 “산업화 시대의 경부고속도로처럼 데이터 경제시대를 맞아 데이터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며 데이터 규제혁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세계 각국은 데이터 전쟁 중이다. 데이터는 4차산업 혁명 시대의 원유(原油)로 비유되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각종 혁신 서비스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다. 미국이나 EU(유럽연합)의 경우 특정인을 확인할 수 없는 비식별화 조치를 거쳤다면 서비스 개발 등 어떤 용도로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중국조차 ‘빅데이터 알고리즘 왕국’으로 평가받으며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산업시장에서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중삼중으로 개인정보보호에 중점을 둔 규제정책으로 옴짝달싹 못한 지 오래다. 개인정보보호법(행정안전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방송통신위원회), 신용정보법(금융위원회)등 관련 법안과 소관부처도 제각각이었던 것도 문제였다.
2016년 정부가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기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당정이 ‘가명정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법률체계와 관리감독 체계를 일원화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일각에선 여전히 개인정보 규제완화에 대한 반발 기류도 적지 않다.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완전히 알아볼 수 있는 익명정보와 달리 기술적인 추가조치를 취할 경우 개인 식별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무난히 넘어설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식별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면서도 개인정보 남용 혹은 오용 소지는 철저히 막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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