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달러 '수혈'한 쿠팡, 숨통 트였다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 2018.11.21 09:03

올 연말 자본잠식 위기에서 벗어나…대기업 시장 진입 등 만만치 않은 상황


자본잠식 위기에 놓여있던 쿠팡의 숨통이 트였다.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이하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5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를 투자를 받은 이후 사상 최대 투자 규모다.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쿠팡 앞에 놓인 상황은 만만치 않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e커머스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데다 '로켓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맨에게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됨에 따라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규모 자금 수혈…숨통 트인 쿠팡=쿠팡은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를 투자받게 됐다고 20일 밝혔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주도해 조성한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 투자 펀드로 투자금만 917억달러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분기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쿠팡 지분을 비전펀드로 이전했다.

쿠팡은 이번 투자 유치로 자본잠식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지난 3년간 1조7510억원의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한 쿠팡은 자본잠식에 빠져있었다. 올해 초 블랙록·피델리티·웰링턴 등 해외 투자기업으로부터 2억3000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하며 겨우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지만, 올해 역시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6000억원에 달하는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를 기준으로 했을 때 약 4년이라는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쿠팡은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물류 인프라 확대, 결제 플랫폼 강화,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손정의(왼쪽)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과 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제공=쿠팡

◇ 소프트뱅크, 韓 e커머스 성장에 투자=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한국 e커머스 시장 성장세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계 5위 규모인 한국 e커머스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의 올해 매출은 2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쿠팡은 1억2000만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그중 400만종은 로켓배송을 통해 주문 다음날 바로 받아볼 수 있다. 쿠팡은 2015년 5500명 수준이었던 직간접 고용 인원이 올해 2만4000명 수준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투자 결정 뒤 "김범석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e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며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과 손잡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도 "쿠팡은 그동안 고객의 삶을 획기적으로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 혁신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우리는 소프트뱅크와의 파트너십에 힘입어 데이터와 물류, 페이먼트 플랫폼을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점점 더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만만치 않은 환경…과제 산더미=쿠팡을 둘러싼 상황은 쉽지 않다. 우선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의 본격적인 e커머스 시장 진출이 큰 변수다.

롯데쇼핑은 지난 8월 출범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를 중심으로 그룹 유통 계열사 온라인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향후 5년 간 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최근에는 빅데이터 분석 등 IT 전문 인력 40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내년에는 통합 플랫폼인 '투게더 앱'도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내년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을 분리해 온라인 법인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외부 투자 및 자체자금으로 온라인 신설 법인의 물류 및 배송인프라와 상품경쟁력, IT기술 향상에 1조7000억을 투자할 예정이다.

쿠팡맨 주 52시간 적용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쿠팡은 아파트 단지 내 배송을 전담하는 '로켓배송 파트너'와 지원자의 승용차를 이용해 배송하는 '쿠팡 플렉스' 등을 선보였지만, 쿠팡의 핵심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보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달 말 출범한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투자 유치가 비전펀드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도 눈 여겨볼 점이다. 비전펀드의 출자 구성비을 살펴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48.4%), 소프트뱅크(30.1%), 아부다비(UAE) 무바달라개발공사(16.1%) 순이다. 그동안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대규모 적자를 감내해 왔지만, 나머지 투자자들도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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