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GU+, 생태계 황소개구리 안되려면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 2018.11.22 04:00
"미꾸라지 무리에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면서 더 강해진다."


지난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경영 설파를 위해 인용하면서 유명해진 '메기론(Catfish effect)'이다. 기업 혹은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시장에 적절한 활력을 줄 수 있는 자극과 긴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국내 통신 시장에서 LG유플러스가 요즘 그런 메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파격 행보를 잇고 있어서다.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가장 먼저 출시하면서 데이터 요금제 혁신을 주도하더니 케이블TV 사업자 인수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며 유료방송 개편의 핵으로 부상했다.


LG유플러스 파격 행보의 정점은 해외 사업자들과의 제휴다.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중국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도입했다. 글로벌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IPTV(인터넷TV) 서비스에 단독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생태계에 예사롭지 않은 해외 파트너라는 점이다. 미국 등 정부는 화웨이 장비의 '백도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 보안이슈와 직결될 수 있다. 사드 사태 이후 한중 교역관계가 원만치 않은 상황에서 굳이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냐는 정서적 비난 여론이 만만치 않다.


넷플릭스의 경우 유트브와 마찬가지로 납세, 규제 형평성, 망 사용료 등 국내 서비스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가시지 않고 있는 해외 사업자다.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은 그대로인데 LG유플러스가 IPTV 단독 수급 협상을 밀어붙이는 통에 국내 산업에 불리한 전례를 남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LG유플러스의 행보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후발 사업자로서 수십년간 고착화된 통신시장 경쟁구도를 깨기 위해선 특단의 전략들이 필요하다. 특히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시장 판세를 뒤집겠다는 절박감이 있었을 게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전체 산업 생태계를 함께 고려하는 배려와 완숙미가 부족했다.


LG유플러스가 끌어들인 화웨이와 넷플릭스가 국내 방송통신 생태계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경쟁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선 생태계 전체를 망가뜨리는 황소개구리가 될 소지도 다분하다.


논란에 대한 불식은 이제 LG유플러스의 몫이다. 국내 생태계에 도움을 주면서도 혁신을 주도하는 '메기'로서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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