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증권은 일부 PEF에 한진칼 주식을 사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증권은 현 경영진의 백기사 역할을 해주는 대신 주식 매입가를 보장해주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한 PEF 관계자는 "그런 방식의 투자는 하지 않고 있어 삼성증권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여러 PEF와 기관에 같은 제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IB 업계에서는 한진칼이 백기사를 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PEF 대표는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높아 백기사로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KCGI는 지난 15일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지난 19일에는 입장문을 내고 한진칼 경영권을 위협하기보다는 주요 주주로서 경영활동에 관한 '감시' 및 '견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장기적 회사 발전 및 가치 정상화에 따른 직원, 주주, 고객 이익을 제고하려고 한다"고 밝혀 이사 선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송치호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KCGI가 임기 만기가 도래한 3인의 이사 공석에 대해 신규 선임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송 연구원은 "행동주의 특성상 여론을 활용해 얼마나 주주들의 표를 이끌어 내는가에 따라 할 수 있는 일도 달라진다"며 "이사 해임이 가능한 주주총회 특별결의 가능 수준이 되면, 사실상 회사의 중대한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강성부펀드의 주요 보유목적을 실행하기 위한 조건이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이 많은 만큼, 서두르기보다는 우호적인 표를 확보해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KCGI가 보유한 한진칼의 보유지분은 9%, 조양호 회장과 친인척의 지분은 28.95%다. KCGI 1호 펀드의 출자약정액은 1600억원 정도인데 지금까지 한진칼 지분 인수에 1357억원을 써 추가 지분 인수 여력은 떨어진다.
하지만 KCGI가 다른 주주들을 규합할 경우 현 경영진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진칼의 주요주주는 국민연금 8.35%(8월3일 기준), 크레디트 스위스 5.03%(9월18일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 3.81%(9월7일 기준), 기타주주 44.86%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 6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등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국가기관이 조사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방안을 청취할 필요를 주장한 바 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