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왜 사냐, 죽어"… 예쁘지 않은 여성의 일상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김소영 인턴기자 | 2018.12.08 07:30

[#터뷰] '탈코르셋'으로 유명세 탄 뷰티크리에이터·유튜버 배리나씨 인터뷰

편집자주 | #배리나 #탈코르셋 #예쁘지_않아도_괜찮아.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지난달 20일, 뷰티크리에이터·유튜버 배리나씨가 머니투데이를 찾았다./사진=김소영 기자
"왜 사냐, 죽어라."
"어휴, 아침부터 마주쳐서 기분 더럽네."

뭐 하나 잘못한 것 없지만 매일 이 같은 폭언을 들으며 살아온 이들이 있다. 우리 사회에 늘 존재했지만, 마치 없는 것처럼 숨어 살아온 이들이다. 이들은 매일 같이 '왜 나는 다른 여자들처럼 예쁘지 않을까'라 자책하며 본인의 존재를 부정해왔다. 긴 역사 속 내내 말이다. 자연히 우리는 한 번도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적 없었다.

그리고 그가 나타났다. 뷰티 크리에이터·유튜버이자 '탈코르셋'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리나씨(21·본명 배은정)다. (☞ 기사 "내 얼굴 부정했었다"…거세지는 '탈코르셋 운동' 참고) 그는 탈코르셋 선언으로 유명해졌지만, 이후 '예쁘지 않은 여성'으로서 그동안 하루 하루 살아내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공유하며 공감을 사고 있다. '탈코르셋'이란 벗어나자는 뜻의 '탈'(脫)과 여성 억압의 상징 '코르셋'(corset·체형 보정 속옷)을 결합한 말로 '여성은 예뻐야 한다' '여성은 꾸며야 한다'는 여성 억압적 문화로부터의 해방을 부르짖는 운동이다.

그는 이 같은 일상의 고백을 통해 우리 사회에 외모지상주의가 얼마나 만연했는지, 사회가 규정한 '여성스럽고 예쁜' 모습에서 벗어난 이들에겐 얼마나 박하게 대했는지를 폭로했다. 그는 "나는 예쁘지 않다"면서도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이상적인 기준을 모두 충족하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라며 사회가 정한 외모적 잣대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고 외치고 있다.


☞예쁘지 않은 게 잘못인가요? 배리나씨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클릭!

최근에는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발간하며 작가로 거듭났다. 이제 그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14만명에 이른다. 매일 강연 요청도 쏟아진다. 페미니스트긴 하지만 페미니즘 전문가는 아니라는 배리나씨. 그럼에도 대중들이 그에게 큰 관심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대중의 폭발적 반응에 대해 "한 번도 나 같은 일반인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 새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공개한 이야기는 이러했다. 배씨가 10살 때 겪은 일이다. 한 남자아이가 따라오며 돌멩이를 던졌다. 남자 아이는 "못생겼어, 왜 사냐" "죽어"라고 외치며 그를 쫓아왔다. "그래서 어릴 적 나는 생각했어요. '왜 나는 이렇게 예쁘지 않을까. 살기 싫다'고. 10살 때 처음 죽으려고 해봤어요.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서 밑을 봤는데 너무 무서워서, 죽지는 못했지만."


매일이 지옥이었다. 반 학급 아이들이 그의 곁에 몰려들던 날은 일년 중 딱 하루. 신체검사 날이었다. 몸무게를 재는 그의 곁에 모든 남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제 몸무게가 몇 킬로인지 보려고 서로 싸우는 거죠. '너 봤냐?' '와 진짜 뚱뚱해' 하면서." 학년이 끝나 반을 재배치받는 날엔 너도나도 빨리 배치표를 받겠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소리쳤다. "와, 살았다. 내년엔 배은정이랑 같은 반 아니다."… 이런 괴롭힘에 곁에 있던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아 기자님. 저 친구가 한 명도 없었어서… 제 옆에 아무도 오려고 하지 않았으니까요"라며 웃어보였다.

지난달 20일, 뷰티크리에이터·유튜버 배리나씨가 머니투데이를 찾았다./사진=김소영 기자
학창시절 늘 혼자였던 그는, 자연히 '모든 사람이 날 싫어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의 삶은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점철됐다. "대학 생활, 졸업 후 회사 생활, 다 잘 하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날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점심시간에도 혼자 음악 듣고. 사람들이랑 말하려고 하지 않고 그랬죠." 회사 생활이 순탄할리 없었다. 회사 두 곳을 다녔지만 모두 한두달 만에 그만뒀다. 그리고 나선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내가 예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학창시절 모든 아이들이 저를 미워했던 게 자꾸만 떠올라 힘들었어요."

가족도 그의 상처입은 마음을 보듬어 주지 못했다. "엄마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어요. '살도 못 빼는 게' 하면서 저를 압박하고. '너가 예뻤으면 옷도 많이 사줄텐데'하며 저를 핀잔주고." 예쁘든 예쁘지 않든 그는 엄마의 딸이었지만, 딸이란 자격조차 박탈당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그는 점점 더 그의 방 안에 혼자 갇혔다. 유튜브를 보고, SNS를 구경하면서. 최근 3년간은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인생이 극한 상태로까지 치달으면 갑자기 용기가 난다고 했던가. 어느날, 말 그대로 갑자기 '유튜브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데 어쩌라고'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때마침 그는 화장과 분장에 큰 관심이 있어 분장사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게 대인기피증세를 보이던 그가, 지난 6월 갑자기 '뷰티유튜버'로 거듭난 경위다.
배씨는 지난 6월 게시한 '저는 예쁘지 않습니다'라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유명세를 얻었다.
사실 탈코르셋을 했다고 주변의 시선이 달라진 건 아니다. 여전히 배씨가 지나가면 하교중인 남고생들이 모여서 크게 소리치며 그를 조롱한다. "와, 진짜 못생겼다"거나 "빨리 너도 앞에 가서 보고 오라"는 소리가 그의 귓잔등을 스친다. 지하철에선 할머니들이 그를 향해 혀를 끌끌 찬다. "어쩌려고 그래. 여자가 좀 꾸미고 그래야지." 택시를 타면 기사가 그를 가르친다. "아가씨, 젊은 여자는 남자친구도 만나고 그러는 거예요. 살 좀 빼고요."

하지만 이제는 이런 말들이 그를 흔들어놓지 못한다. 이제 그는 '예쁘지 않아도 괜찮고, 나는 그 자체로 가치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그가 이렇게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점차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도 믿는다. 왜냐하면 그는 과거 누군가 한명이라도 그에게 이런 말을 해주길 기다렸으니까. "제가 어릴 때 누군가 이런 말을 제게, 단 한 명이라도 해줬더라면, 제 인생이 더 일찍 바뀌지 않았을까요. 이런 생각에 책임감을 느껴요." 그래서 그는 오늘도 강조한다.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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