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KCGI(일명 강성부펀드)가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한진칼 경영권을 위협하기보다는 주요 주주로서 경영활동에 관한 '감시' 및 '견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후 나온 반응이어서 주목된다.
한진이 '앞으로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간략한 입장 표명을 했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첫 재판이 오는 26일 열리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부가 항공사업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벌금형 이상도 경영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추진하면서 이 재판의 결과가 경영권 박탈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CGI의 지분 매집까지 발생하면서 한진그룹 내부는 당혹해하고 있다.
KCGI는 "일부 외국계 투기 자본이 요구하는 비합리적 배당정책, 인건비 감소를 위한 인력구조조정 및 급격한 주가부양을 통한 단기 이익실현을 지양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회사 발전 및 가치 정상화에 따른 직원, 주주, 고객의 이익을 제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KCGI 1호 펀드의 향후 활동 계획에 관해선 조만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CGI는 지난 15일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의 지분 9%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KCGI 1호 펀드는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목표로 하는 국내 독립계 사모펀드 운용사다. 한진칼에 투자한 KCGI 1호 펀드의 만기는 최장 14년이다.
한진칼은 내년 3월 17일 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특히 이사회 구성원 7명중 3명의 임기가 이 때 만료돼 새로운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KCGI가 '감시'와 '견제'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소액주주들을 모아 이사진 교체를 시도하거나, 대한항공·진에어 등 핵심 계열사의 경영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남부지법은 이달 26일 조양호 회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지난달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이 조 회장을 기소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조세 관련법 위반, 약사법 위반 등 혐의도 받고 있고, 밀수·탈세 혐의에 대해서도 아내·자녀들과 함께 관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
현행 항공사업법 체계에서는 조 회장이 3년 이상 실형을 선고받지 않으면 경영권 유지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면 경영권을 잃게 될 수 있다. 이미 기소장에 배임·횡령 혐의가 적시됐기 때문에 이 혐의가 확정되면 임원 자격에 제한을 받게 되고, 특히 벌금형만 받아도 2년간 임원 자격이 제한된다. 조 회장에 대한 최종 판결 시기와 재판 결과가 국토부의 내년 상반기 개정법 시행 시기와 맞물릴 수 있는 상황이다.
개정 법안에는 항공 관련법뿐 아니라 형법,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관세법 위반자도 임원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이 담겼다. 배임·횡령,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거래, 조세포탈, 밀수출·입, 관세포탈 등 혐의가 확정돼도 항공사 임원 자격을 박탈당한다.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17.84%)을 비롯한 총수일가가 28.95%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국민연금(8.35%) 크레디트스위스(5.03%) 한국투자신탁운용(3.81%) 등이 주요 주주다. 세계 1, 2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1.02%)과 뱅가드(1.27%), 미래에셋자산운용(0.52%), 노르웨이 국부펀드(0.27%) 등도 지분을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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