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제 쟁점②] 심사기구 설치 '軍 산하 vs 독립기구'

뉴스1 제공  | 2018.11.19 12:05

"軍주도 아르메니아 실패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대만-내무부, 스위스-민간복무청' 심사·관리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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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합리적인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도입방향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8.1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 도입과 관련해 복무기간과 함께 '심사기구 설치'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현재 국방부 산하에 '대체복무 심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복무제의 정착을 위해선 군으로부터 독립적인 대체복무 심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첨예한 논쟁이 예상된다.

◇아르메니아, 軍주도 대체복무제 안착 실패…"반면교사 삼아야"

현재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와 관련해선 이름도 생소한 아르메니아 사례가 유독 자주 거론된다. 복무기간 등에 있어 아르메니아가 최초에 설계했던 대체복무안(24개월인 현역의 1.75배인 42개월)과 우리 국방부가 검토하고 있는 대체복무안의 유사성 때문이다. 특히 대체복무에 있어 군 당국의 관여도가 높다는 점은 매우 흡사하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아르메니아의 '실패' 사례가 우리나라의 대체복무제 설계에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지난 2003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서 군 당국이 대체복무를 관리·감독을 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대체복무자들을 민간시설인 고아원이나 병원 등에 배치하면서도 Δ군복 착용 Δ군 형벌 적용 Δ대체복무자들의 군 소속 명시 등을 강제했다.

사실상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대체복무제를 만든 셈이다. 결국 아르메니아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대체복무제마저 거부하고 감옥행을 선택했고, 26~27개월가량 복역했다.

지난 2013년 10월 석방된 아르메니아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했고, 유럽인권재판소는 만장일치로 "아르메니아 정부가 아르메니아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피해자들에게 1만2000유로씩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당시 판결에서 "군 당국이 적극 관여하는 대체복무제는 진정한 대체복무제가 아니다"라며 군이 대체복무에 대한 통제 권한을 내려놓지 않으면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면 우리 국방부가 아르메니아 정부와 마찬가지로 대체복무제 관리·감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게 또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11.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대체복무 심사기구 어디에 설치가 쟁점…軍주도 vs 독립기구

이로 인해 시민사회 단체들과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대체복무 심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징집 또는 군복무와 직접 관련이 있는 국방부가 아닌 제3의 기관이 심사를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또 심사기구와 재심사 기구의 분리 필요성도 언급하고 있다.

반면 국방부는 심사기구를 국방부 산하에 두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내에선 병역거부자의 신분이 군인이 아닌 만큼 국방부나 병무청 등 군 산하 기구가 대체복무 심사와 관리·감독을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 외국과 같이 대체복무 심사기구를 군 당국과 분리해 국무총리 산하 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설치하거나 독립된 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체복무제를 시행 중인 대만은 내무부, 핀란드는 고용경제부 산하 민간복무센터, 스위스는 민간복무청이 대체복무 심사 및 관리감독을 담당한다. UN 자유권규약위원회도 지난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개인청원 사건에서 "대체복무는 군의 관할 밖에 있어야 하고 군의 지휘 아래 있어서는 안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병역거부자 판정기구의 독립성·공정성 확보에 실패할 경우 대체복무제도의 안착은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심사기구를 어디에 설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울러 사법부가 법률의 해석을 통해 양심적 병역 거부권과 이에 따른 대체복무를 법적 권리로 인정한 상황인 만큼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관련법 마련이 필수적이다.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 단계에서부터 최대한 위헌소지를 제거하지 않으면 또 다른 헌법소원은 물론 대규모 국가배상 소송 등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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