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상징 변천사…조선 '머리' VS 지금 '명품'

머니투데이 황희정 기자 | 2018.11.18 17:33

최근 유행하는 서 '폴링스타 챌린지' 통해 본 '부의 상징사'…조선시대 '가체', 지금은 '개인 취향'으로 권력이동

'위챗'에 올라온 '폴링스타 챌린지' 인증샷. 발은 차에 걸려 있고 바닥에는 명품 핸드백, 구두, 지갑 등이 널려 있다 /사진 출처=위챗 캡처

누군가 고급 차에서 내리다 넘어진 듯 바닥에 엎드려 있다. 한쪽 발은 차에 걸려 있고 넘어진 곳 주변에 명품백 등 사치품이 널려 있다.

최근 중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유행하는 '폴링 스타 챌린지'(Falling Stars Challenge) 속 모습이다. 마치 발을 헛디뎌 넘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인증샷이다.

어느 시대든 부자들은 자신들의 재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다. 한국도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현재는 '명품'이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조선 시대에는 여성의 헤어 스타일이 부를 드러내는 상징이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조선 시대 머리 모양은 물론 장식, 재료, 도구 등도 신분, 규범, 계층, 결혼 여부 등에 따라 구분됐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헤어스타일은 부를 쥔 대감댁 마님의 차지였다.

신윤복의 '풍속산수화' 중 일부. 얹은머리를 한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제공=국립중앙박물관

조선 초기 얹은머리는 머리카락을 모아 정수리에 쪽을 지고 가체를 해 부풀리거나 옆으로 늘어뜨렸다. 귀부인의 경우 온갖 머리 장신구로 치장하고 화려하게 꾸미기도 했으나 소박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었다.

조선 중기에 이르러 여성의 헤어스타일은 클수록 아름답다고 생각, 성종 대에는 얹은머리의 높이가 1척(약 30㎝)에 달했다. 조선 중기 경제적 풍요와 문화 번영은 헤어스타일의 확대와 과장으로 표현됐다. 얹은머리가 최신 유행으로 떠오르면서 가체의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도 급등했다.


조선 후기 학자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는 13세 부잣집 며느리가 높고 무거운 가체를 이기지 못해 갑자기 일어서다가 체에 눌려 목뼈가 부러진 사건이 기록됐을 정도로 부를 과시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폴링스타 챌린지'의 변형된 모습. 한 소방관이 바닥에 늘어진 소방기구 위로 넘어지고 있다. /사진 출처=위챗 캡처

얹은머리의 사치가 나날이 심해지면서 정조 12년(1788년) ‘가체신금절목'이라는 가체금지령이 반포됐다. 가체를 금지하고 쪽머리를 권장했지만 유행은 계속됐으며 순조 대에 이르러서야 얹은머리가 쇠퇴하기 시작했다.

조선 후기 기혼녀의 '쪽머리'가 비로소 정착된 것이다. 무거운 체를 벗고 후두부에 작은 쪽을 지어 비녀로 고정하면서 자연스럽고 실용적인 양식으로 바뀌었다.

최근 유행하는 '폴링 스타 챌린지'도 부의 인증을 넘어서는 모습이다. 수술복을 입고 엎어진 의사 옆에 흩어진 수술 도구들, 운동복은 착용한 채 넘어진 여성 주위에 놓인 운동 도구들, 방화복을 입고 엎드려 있는 소방관 옆에 널린 소방도구들 등 일반인이 명품이나 돈이 아닌 개인적 성취 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부자를 조롱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많은 이가 참가하면서 생활밀착형 소재로 바뀌고 있다.

부의 상징이 시대별로 달라지는 것은 재력뿐만 아니라 권력의 이동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 문화평론가는 "높은 가체에서 실용적인 쪽머리로, 비싼 명품에서 개인의 성취를 드러내는 소재로 변화한 것은 권력이 특정 계층에서 일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3. 3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4. 4 갑자기 '쾅', 피 냄새 진동…"대리기사가 로드킬"
  5. 5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