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뱅커보단 전문가…은행 인사 키워드 'BTS'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변휘 기자 | 2018.11.18 18:22

[금융권 인사 '큰판']<2>글로벌 전문 조용병·손태승, IT 출신 김정태…기획·재무·인사 해야 성공 "옛말"

편집자주 |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금융지주사 회장 1명, 은행장 6명이 임기 만료되면서 교체 여부에 따라 금융권에 대규모 인사가 예상된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임원만 140명 이상이 이동 대상이다. 올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인사가 어떤 특징을 보일지 살펴봤다.

은행권의 ‘얼굴’이 변하고 있다. 과거엔 기획·재무·인사분야를 두루 거친 ‘정통 뱅커’가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최근에는 디지털·글로벌·영업 등 특정 분야에서 성과와 노하우를 쌓은 ‘전문가’가 부상한다. 한국 대중음악을 세계무대로 이끈 방탄소년단(BTS)처럼 100여년 한국 은행사의 변화를 이끌 ‘BTS’(Banker To Specialist)라 부를 법하다.

전문가가 주목받으며 은행권 내 순혈주의가 옅어지고 외부영입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과거 은행권에선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임원이 정해진 코스를 벗어난 사례가 흔치 않았다. 본부 부서에선 기획·인사를 맡고 지점장이나 영업본부장을 통해 조직관리를 경험했다. 과거 CEO들을 재무통, 전략통, 영업통 등으로 분류한 이유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동우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다. 신한은행에서 기획조사부장과 종합기획부장을 지냈고 종로지점장을 거쳤다. 은행 임원에서 신한생명 대표이사를 거쳐 신한금융 회장까지 올랐다.

◇전문직이던 글로벌·디지털, CEO까지 배출=최근 은행권 인사에서는 ‘기획·재무·인사=에이스’라는 공식의 균열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은행에서 ‘전문직’처럼 여긴 디지털·글로벌 분야가 주목받으며 해당 분야의 임원은 물론 CEO까지 배출했다.

‘영업의 달인’으로 널리 알려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은행 전산부 출신이다. 최근 김 회장은 인천 청라에 있는 하나금융 통합데이터센터를 직접 소개하며 자신이 전산부 출신이고 직접 코딩을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하나금융이 지난달말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디지털에 집중하는 것도 김 회장의 이같은 경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글로벌 전문가다. 조 회장은 뉴욕지점장과 글로벌사업 담당 임원을 거친 ‘해외파’로 신한금융이 최근 글로벌 PEF(사모펀드)운용사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조 회장의 결단이란 후문이다. 손 행장은 행장 선임 직전까지 글로벌부문장을 맡았고 행장이 된 이후에도 글로벌사업은 직접 챙길 정도로 관련 분야에 애착이 강하다. 해외 IR(투자설명회)를 통역 없이 진행할 정도의 수준급 외국어 실력도 겸비했다.

영업전문가는 여전히 인기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허 인 KB국민은행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영업전문가다. 함 행장은 행장이 되기 전까지 중앙무대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로 영업에만 집중한 전문가였고 허 행장은 기업금융에 강점을 지닌 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국민은행의 영업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업도 기관·기업·개인마다 특화···非금융 출신 '외부영입' 확대=은행권에서 전문가가 주목받는 것은 은행 업무가 세분화한 영향이 크다. 지금은 영업도 개인·기업·기관 등 부문별로 전문가가 필요하고 글로벌도 지역별로 공략방법이 달라 지역전문가가 필요하다.

업무가 복잡해지면서 영업조직을 제외한 다른 부서에 대해선 순환보직도 필수로 여기지 않는 추세다. 예컨대 글로벌 담당자는 오랫동안 한 나라에서 근무하면서 지역전문가로 육성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글로벌뿐만 아니라 영업, 여신, 리스크, 자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수요가 높아지면서 외부 영입도 많아졌다. 은행들이 디지털 관련 전문가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건 이젠 보편적이 일이 됐다. 신한금융이 조영서 전 베인앤컴퍼니 금융부문 대표를 지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철기 금융연수원 교수를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영입한 게 대표적인 예다.

하나금융은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장 출신인 김정한 전무를 DT랩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했고 최근 DT랩을 하나금융융합기술원으로 확대 개편했다. 황원철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장(CDO·최고디지털책임자)는 휴렛팩커드(HP) 아시아·태평양지역 금융서비스 컨설턴트를 거쳐 KB투자증권, 동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국내 경쟁 금융회사에서도 일한 인물이다.

외부영입이 늘면서 고질적인 순혈주의도 서서히 옅어지는 모습이다. 바뀌지 않는 조직을 빠르게 바꾸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풀이된다. BNK금융그룹과 DGB금융그룹은 회장에 외부인사를 수혈하며 변화를 꾀한다.

올해 인사에서도 ‘전문가’와 ‘순혈주의 타파’는 주된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인사방향으로 ‘전문성’을 제시했다. 기회가 되면 능력 있는 전문가를 영입해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구상이다. 다만 금융권은 여전히 보수적이란 인식이 팽배해 실력 있
는 외부 전문가 영입이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기술분야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려 하지만 정작 능력 있는 외부인사들은 ‘위계질서가 강하고 의사결정이 느린 은행에선 운신의 폭이 좁다’며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변화를 위해 외부인을 영입하려는데 오히려 안정적이란 이유로 은행을 택하는 외부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3. 3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4. 4 갑자기 '쾅', 피 냄새 진동…"대리기사가 로드킬"
  5. 5 예약 환자만 1900명…"진료 안 해" 분당서울대 교수 4명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