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회사에서 '30분' 꿀잠을 잤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18.11.18 06:09

[잠 못 드는 사회-①]"낮잠 필요하죠, 근데 어떻게 자죠?"

편집자주 |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지난 16일 낮잠을 청하는 기자의 모습./사진=김소영 기자
"팀장, 저 잠 좀 자고 오겠습니다."


지난 12일, '낮잠'을 공식 선언했다. 직장인들이 졸음을 가장 심하게 느낀다는 오후 2시쯤이었다. 취재 명목이었지만 근무시간에 혼자 낮잠 자러 가는 상황이 되자 괜스레 눈치가 보였다. 멋쩍게 웃어 보이고 아래층 휴게실로 향했다. 모두 업무에 한창인 시간, 사무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휴게실에 들어가는 것 역시 민망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재빠르게 움직였다.

식곤증이 몰려올 법도 한데, 휴게실엔 아무도 없었다. 한 선배가 "휴게실이 있어도 점심시간 아니면 이용하기 좀 그렇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텅 빈 휴게실을 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건 선배뿐만이 아닌 듯했다.

휴게실 소파 한쪽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낮잠을 자려고 점심 식사 후 꼭 챙겨 먹던 커피도 건너뛰었다. 낮잠에 주어진 시간은 30분. 빨리 자야겠다고 마음먹었더니 오히려 잠이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체감상 10분 정도, 그냥 눈만 감고 있었다. 그러다 금세 단잠에 빠졌다.

'꿀잠'을 자고 다시 사무실 책상에 앉았다. "잘 잤냐"는 팀장의 물음에 조금 몽롱했지만 "그렇다"고 답했다. 5분쯤 지나니 정신이 말끔하게 돌아왔다. 잠을 깨고 나니 집중력이 훨씬 높아져 일에 속도가 붙었다.

낮잠은 이후에도 4일간 이어졌다. 피로감이 심한 날은 30분을 꽉 채워 잤고, 15분간의 짧은 낮잠을 청한 날도 있었다. 커피를 마신 직후 낮잠을 자는 '커피냅'(Coffee nap)도 시도했다. 커피냅은 카페인이 몸에서 흡수될 때까지 30분~1시간 정도 걸린다는 점을 이용한 수면법이다. 카페인이 든 음료를 마시고 낮잠을 자면, 잠에서 깰 때쯤 카페인이 몸속에서 효과를 내 피로도를 낮춰준다는 것이다. 결과는 실패. 가슴이 두근거려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들지 않았다.

잠깐의 낮잠은 일의 효율성을 높여줬다. 무작정 졸음을 참았던 평소와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졸음에 못 이겨 허비하던 시간이 크게 줄었다. 오후 시간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었던 커피도 생각나지 않았다. 30분간의 낮잠이 꼭 '보약' 같았다.

◇24시간이 모자란 직장인 "부족한 잠은 화장실 쪽잠으로 해결"
바쁜 일상에 쫓기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늘 잠이 부족하다. 최근 한 설문 조사에선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OECD 평균 수면 시간(8시간)보다 2시간이나 모자란다.

수면시간이 부족한 탓에 근무 중 졸음을 느끼는 직장인도 많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20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인 낮잠'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97.3%가 근무 시간에 졸음을 느낀 적 있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직장인은 2.2%에 불과했다.


졸음을 쫓는 방법에 대한 질문(복수응답)에는 '커피 등 각성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음료를 마신다'는 답변이 응답률 60.3%로 가장 높았다, '잠깐 휴식시간을 갖는다'(30.9%)가, '정신력으로 버틴다'(19.0%)', '몰래 쪽잠을 잔다'(15.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29)는 상사의 눈을 피해 쪽잠을 잔다. 김씨는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분들도 있지만 신입이라 낮잠은 꿈도 못 꾼다"면서 "보통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최대한 버티다가 너무 힘들면 화장실 가서 5~10분 정도 잠깐 졸다 온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 위해 밥 대신 잠을 선택하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씨(30)는 "주 2회 정도 점심시간에 밥을 포기하고 낮잠을 잔다"며 "배가 고파도 수면욕이 앞서 잠을 잔 뒤 김밥,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낮잠'에 대한 직장인의 욕구는 높다. 직장인 약 90%는 '시에스타'(Siesta·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시행되는 낮잠 풍습) 도입에도 찬성한다. 적당한 낮잠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집중력과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회사 내 잠을 청할 장소가 마땅치 않은 직장인들에게 낮잠은 '그림의 떡'.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9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가장 바라는 공간 1위는 '수면실'(49.6%)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박재정씨(34)는 "점심 먹고 졸릴 때마다 '10분만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며 "낮잠은 커녕 휴식을 취할 만한 장소도 없는 상황이라 수면실을 바라는 게 욕심인 것 같기도 하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자야 한다"…낮잠, 회사에서 어떻게 자야 할까
/사진=이미지투데이
낮잠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15~30분의 낮잠이 피로도를 낮춰 업무의 능률을 높여준다고 강조한다. 미국 수면학회와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연구 결과를 보면 20~30분 낮잠을 잘 경우 실제로 집중력과 업무 수행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분의 낮잠을 잔 경우 업무 수행 능력은 34%, 집중력은 54% 증가했다.

낮잠의 필요성만큼이나 '잘' 자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 장소가 없는 직장인은 주로 엎드려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습관은 척추 뼈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를 압박하는 원인이 돼 통증을 유발하는 등 척추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무실에서 낮잠을 잘 때는 쿠션 및 목베개 등을 활용해야 한다. 목베개를 착용하고 의자에 똑바로 기대 목을 지탱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엎드려 잘 때에는 베개 등을 활용해 허리가 굽는 폭을 최대한 넓혀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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