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알짜자산 저평가…한진칼 보유투자자 행동주의 손 들어줄 이유 많다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김명룡 기자 | 2018.11.16 11:29

"와이키키호텔 등 알짜자산 장부가로 반영해 기업가치 훼손…"주주가치 상승 위한 지배구조 개선에 동참할 가능성 크다" 분석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5대 과제 해결을 위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진그룹이 행동주의펀드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은 가운데 이 승부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 등 다른 주주들이 펀드의 편에 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진그룹 오너가의 지분승계가 완료되기 전이라 고의적인 알짜자산의 저평가가 심각한데다 '짠물배당' 등으로 주주가치 훼손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16일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A씨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한진칼은 비상장 알짜기업을 많이 보유한 회사로 그동안 저평가가 심각했다"며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설 경우 많은 주주들이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행동주의펀드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국내 PEF(사모펀드) 운용사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는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주식 9%(532만2666주)를 보유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9%까지 늘린 데 대해 시장의 관심도 컸다.

한진칼 2대주주에 오른 KCGI는 지분보유 목적에 경영 참여를 공식선언했다. 신한금융투자, LK투자파트너스 출신인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상승을 목적으로 한 투자에 주로 나서는 사모펀드 운용사다.

KCGI는 한진칼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라고 판단해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 알짜자산을 두루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는 칼호텔네트워크, 자동레저, 한진관광, 와이키키리조트호텔 등이 있다.

A씨는 "한진칼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하와이 와이키키호텔 등 알짜자산을 현재 거의 다 장부가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런 알짜자산을 시가로 재평가할 경우 기업가치는 단숨에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한진그룹의 자산 저평가 기조에는 지배구조 승계 문제가 얽혀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직 조양호 회장 자녀들에 대한 지분승계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또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그룹 오너가의 비합리적인 경영행태도 KCGI의 투자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A씨는 "조양호 회장은 주요 계열사 대표로 참여하면서 막대한 연봉을 받고 있는데 반해 배당은 소홀했다"며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가치에 비해 받고 있는 연봉이 비상식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강 대표가 한진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할 것인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사회 참여, 감사선임, 배당확대, 자산재평가 등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큰 그림에서 주주가치를 높이는 대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8.35%), 크레디트스위스(5.03%), 한국투자신탁운용(3.81%) 등 주요 주주들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2대주주인 KCGI가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선 다른 주주들의 동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투척' 논란 등 그동안 한진그룹 오너가가 보여준 행태가 다른 주주들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이 경영권 관련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공시를 해야 하는데, 사회 분위기와 여론을 감안하면 조양호 회장 일가에 의결권을 주고 싶더라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주주들의 가장 큰 목적은 기업가치 상승을 통한 투자수익 확보이기 때문에 배당확대, 자산재평가 등 주주가치 상승과 관련한 요구에 대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 발발 소식에 영향을 받아 개장 직후부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명동에 '음료 컵' 쓰레기가 수북이…"외국인들 사진 찍길래" 한 시민이 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