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 폭행사건'은 왜 혐오논쟁이 됐나

머니투데이 김건휘 인턴기자 | 2018.11.16 14:23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 동작구의 한 주점에서 발생한 '이수역 폭행 사건'이 성 대결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성 측이 먼저 청와대 국민청원 측에 "여자가 머리 짧다고 폭행한 혐오 범죄"라고 주장한 데 이어 남성 측은 "게이냐고 말하며 먼저 시비를 걸었다"라며 맞서고 있다. 누리꾼들도 이 사건을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포털 사이트 등에서 '혐오 논쟁'을 벌이고 있다.

16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새벽 4시쯤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의 한 주점에서 A씨(21) 등 남성 3명과 B씨(23) 등 여성 2명이 서로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양측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목격자 조사와 CCTV 분석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해당 사건은 SNS 상에서 '여혐 범죄'로 알려지며 빠르게 확산됐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이수역 폭행 사건"이라는 글에서 청원자는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2명은 남자 5명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가해자의 신원을 밝히고 무자비하게 피해자를 폭행한 가해자에게 죄에 맞는 처벌을 부탁드린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여혐 범죄'라는 여론이 조성돼 해당 청원은 게시 하루만에 30만을 돌파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포털 사이트 댓글 캡처
하지만 15일 ‘이수역 폭행 사건 직전 대화 내용’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해당 영상에는 여성 일행 중 한 명이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거론하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현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에서 B씨 일행은 "저런 XX달고 밖에 못 다닌다, 너네 X 6.9㎝라 여자 못 만나봤지?" 등의 폭언을 했다.

이어 폭행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도 경찰 조사에서 "여성 2명이 먼저 소란을 피웠다"고 진술했다. 그러자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와 포털 사이트 댓글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은 망했다", "자해공갈단 여성들한테 속았다" 등 여성을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는 여성들이 성추행을 했다는 반박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항우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사건만 놓고 보면 젠더 문제가 아니라 단순 폭행일 수 있다"면서도 "이전보다 여성들의 '젠더감수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혐오 논쟁'의 배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하루 사이에 30만이라는 청원이 몰렸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가 젠더 문제의 공론장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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