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쪼개기 불법증축, 벌금냈으니 건들지 말라고?

머니투데이 김남희 인턴 기자 | 2018.11.17 11:32

[the300][커지는 주거격차]②안전격차…벌금보다 임대수익이 커, 세입자 안전 뒷전

편집자주 | ‘주거격차(House Divide)’가 커지고 있다. 2009년 6597개였던 고시원은 2017년 1만1892개로 급증했다. 경제적 양극화와 천정부지의 집값은 저소득계층을 고시원과 같은 취약지구로 내몰았다. 부동산 현장에선 방쪼개기와 같은 불법 증축이 성행했다. 건물주는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식이고, 세입자 안전은 외면당했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도 정보를 몰라 기회를 놓치는 취약계층도 많았다. 머니투데이 더300이 ‘소득격차, 안전격차, 정보격차’라는 키워드로 ‘주거격차’ 현실을 짚어봤다.

경남 김해시 서상동 원룸에서 불이나 경남소방본부 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경남소방본부 제공)2018.10.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 동작구에 사는 대학생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얼마 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의 고시원이 불법 증축된 건물로 밝혀졌다. A씨는 본인이 사는 빌라에는 문제가 없는지 대법원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그런데 ‘압류’라는 글자가 찍힌 등본이 나왔다. 놀란 A씨가 구청에 문의해보니, 건축주가 방쪼개기를 한 건물로 임대사업을 하다 벌금을 압류 당했다고 한다. 황당한 점은 공무원이 “2015년에 적발된 뒤 4년째 벌금을 꼬박꼬박 냈고, 이번만 벌금을 안 내서 압류한 것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한 것이다.


불법 증축 건물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방쪼개기 단속·조치 내역’에 따르면 ′2013년~2016년' 방쪼개기 단속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단속에 따른 원상복구율, 즉 시정률은 50%대에 불과했다.


불법 증축 건물의 시정률이 절반밖에 안되는 이유는 벌금으로 내는 '이행강제금' 보다 방쪼개기로 버는 '임대수익'이 더 많기 때문이다. 불법 증축이 적발되면 지자체는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다. 시정기간 내에 복구하지 않은 건축주에 대해선 건축법 제80조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강제금보다 임대 수익이 높아 복구 명령을 무시하는 집주인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동작구청의 방쪼개기 단속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건물과 주변 시세를 조회해 보니 이행강제금은 2년간 최대 1000만원, 임대수익은 4800만원이었다. 벌금보다 임대수익이 4.8배 많았다.
/자료=이원욱의원실
현재는 단속 기관이 불법 증축 현장을 적발해도 시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불법이라도 사유재산에 해당해 강제 철거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법률상 지자체가 이행강제금을 받아 건물을 원상복구할 의무는 없다"며 "단속해서 고발을 하거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데 대한 반발도 심하다"고 말했다.



건축주가 이행강제금을 불법건축물 사용료처럼 납부하는 동안 지자체도 벌금으로 수익을 얻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44억3800여만원에 달했다.


불법 증축된 건물들이 방치되는 동안 세입자들은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기존 공간을 쪼개면 실제 면적과 신고 면적이 달라진다. 이런 방에는 소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환기시설과 소방시설이 축소되면 화재 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불법 증축된 원룸·고시원에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이 받게 된다. 실제로 A씨가 사는 빌라에 소화기나 스프링쿨러 등 소화시설은 전무하다.


지난 9월 국회에 불법 증축을 막기 위한 건축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행강제금 부과횟수 제한을 없애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고발 등의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행강제금을 걷어 원상복구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집주인은 임대료로, 지자체는 벌금으로 돈 버는 구조'에서 세입자 안전은 외면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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