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본회의 파행시키고 해외방문 예산은 챙긴 국회

머니투데이 김평화 , 조준영 기자 | 2018.11.16 04:03

[the300]자문위 삭감 요구에도 24억원 의원단체 보조금 예산 그대로 통과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민생법안 추진 등으로 한창 바빠야 할 국회가 멈춰 섰다. 야당의 보이콧으로 법안을 처리해야할 본회의는 무산됐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잇속은 조용히 챙겼다.

의원들의 소모임 격인 의원단체 보조금 예산은 무리없이 통과했다. 24억원이 넘는 금액인데 대부분 의원들의 해외여행 비용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 직속 국회혁신 자문위원회(자문위)는 예산의 절반 이상을 삭감해야 한다고 했지만 국회 운영위원회는 들은 체도 안 했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이 소속된 국회 보조금 지원단체 11곳이 내년 예산으로 총 28억5731만원을 요청했다. 자문위는 보조금 지원단체 11곳의 지난해 실적보고서와 올해 사업계획서를 분석, ‘2019년도 법인보조금 조정사항’ 보고서를 운영위에 전달했다. 내년 예산안에서 58%를 삭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회 운영위원회는 삭감 의견을 무시한 채 총 24억여원 수준으로 내년 예산을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11개 단체는 △한국의회발전연구원 △국회스카우트연맹 △한국의정연구회 △아시아정당국제회의 의원연맹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 △아시아인권의원연맹 △국회국제보건의료포럼 △여성의정 △한일의원연맹 △민주화운동추진협의회 △국회의원태권도연맹 등이다.

자문위 분석결과 이 단체들이 법률·지침에 맞지 않게 보조금을 사용한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국회스카우트연맹은 세계잼버리대회 유치 명목으로 해외에 방문하며 7417만원을 썼다. 이 대회는 연맹이 전라북도와 함께 주도하는 사업이다. 자문위는 국회 활동 관련성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연맹 소속 의원들은 스카우트 총회가 열리는 아제르바이잔에 가면서 우즈베키스탄도 방문했다. 비용은 5450만원에 달했다. 이 역시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다른 단체들도 국회 업무와 관련없는 해외를 방문하는 데 많은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문위는 이 단체들의 내년 예산을 11억9916만원으로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당초 요청 예산에서 16억5812만원 삭감된 금액이다.

자문위는 5억2420만원을 요청한 한국여성의정 예산은 47% 삭감된 2억7750만원이 적절하다고 봤다. 2억589만원을 요청한 아시아인권의원연맹 예산은 92.3% 줄인 1575만원만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조정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운영위 예결소위는 이날 보조금 지원단체 예산을 심사했다. 그 결과 11개 단체에 총 24억여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자문위 검토 결과의 2배가 넘는 예산을 그대로 지원키로 한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단체들이 최근 몇년 간 돈을 쓴 내역을 자문위가 살펴봤다”며 “출장보고서도 쓰지 않고 사실상 끼리끼리 여행을 다닌 셈”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운영위 예산소위는 자문위 조정안을 무시하고 다 복구해 통과시켰다”며 “단체들은 어느 정도 삭감될 것을 감안하고 지난해 예산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청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는 의원 정족수 미달로 불발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보이콧’하면서다. 민생법안 90건 처리도 무산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민생활과 직결된 시급한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책무를 어기는 것”이라며 “국민들 보기 아주 부끄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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