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여행사?…'셀프예산' 국민혈세 '펑펑'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 2018.11.16 04:05

[the300]유희성 해외출장, 눈속임 예산 등 보조금 실태 천태만상


#아시아인권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7월 북한자유이주민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총회가 열리는 과테말라를 방문하면서 1억2975만원을 썼다. 이왕 나간 김에 멕시코도 방문했다. 멕시코 메리다에서 2박3일 '휴가'를 보냈다. 2018년엔 조지아에서 총회가 열렸다. 이번에도 의원들은 일정에 터키를 넣었다. 예산은 1억2577만원에 달했다.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국제 의원총회를 개최할 회원국을 섭외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세계여행을 즐겼다. 그러면서 6300만원을 썼다. 당초 몽골에서 열릴 예정이던 총회에 참가한다며 받은 예산이다. 총회는 무산됐지만 다른 곳을 찾겠다며 러시아와 인도네시아를 다녀왔다. 이 연맹은 지난해 스리랑카와 몰디브, 알래스카,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를 탐방하며 보조금 1억3600만원을 썼다.

국회는 11개 의원 단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내년 예산으로 24억여원이 편성됐다. 의원들의 국회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단체들은 국민 혈세를 펑펑 쓴다. 해외여행을 기획하는 여행사 수준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보조금을 지급하는 국회 사무처도 손을 못 댄다. 막강한 권력을 쥔 의원들의 단체이기 때문이다. 감사도 소용없다. 국회의장 직속 국회혁신 자문위원회(자문위)가 이 단체들의 예산세부내역을 점검해 약 60%를 삭감해야 한다고 했지만 주장에 그쳤다. 최종 결정권을 쥔 국회 운영위원회는 들은 체도 안 했다.

정부 예산안 심의를 앞둔 국회는 파행을 겪고 있다. 하지만 자신과 동료 의원들이 사용할 예산은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이다. 1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입수한 자문위 '국회 보조금 지원 단체, 2017년 실적보고서 및 2018년 사업계획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 보조금 지원단체 11곳의 예산이 목적과 달리 사용되는 것으로 지적받았다.

해당 단체들은 △한국의회발전연구회 △국회스카우트연맹 △한국의정연구회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의원연맹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 △아시아인권의원연맹 △국회국제보건의료포럼 △한국여성의정 △한일의원연맹 △민주화운동추진협의회 △국회의원 태권도연맹 등이다.

◇걸핏하면 '해외출장', 국회활동 관련성 소명하라 = 대부분 단체에서 외유성 출장이 의심되는 예산내역들이 지적받았다.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이 넘는 예산을 사업목적과 다르게 또는 제대로 된 소명 없이 '펑펑' 썼다.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의원연맹의 경우 2017년 국회활동과의 관련성이 소명되지 않은 해외방문 일정이 가득했다. AFPF(아시아 정당인-언론인 포럼) 등에 참석한다며 약 2억원을 썼다. 올해 사업계획서에도 비슷한 해외 일정이 들어갔다.


국회국제보건의료포럼은 2018년 기존 1회였던 의원외교 활동을 국외 2회, 국내 1회 등 3회로 늘리며 2740만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3회로 늘려야 하는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장소도 '아시아태평양지역국가'로만 명시했다. 방문목적, 수행일정 등도 없는 반쪽짜리 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돈을 썼으면 어떻게 쓴건지 밝혀야죠=수십억원에 달하는 국민세금을 지원받아 운영되지만 회계처리가 제대로 안된 기관이 수두룩했다. 한국여성의정의 경우 공인회계사의 결산검사서 첨부의무를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사업계획서에도 각 사업의 세부내역을 명시하지 않았다. 자문위는 이런 계획서라면 대폭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적시했다.

예산을 중복 산정해 눈속임하는 경우도 드러났다. 한국의회발전연구회의 경우 2017년 '의정연구' 발간에 △편집위 회의비(800만원) △편집위 식대(200만원) △편집위 지원비(120만원)을 산정했지만 사실상 동일한 목적의 예산이라는 지적이다.

국회로부터 받은 보조금으로 다시 별도 위탁기관을 설치하는 '재하청'기관도 있었다. 한국의정연구회는 2017년 지방의회연구소라는 이름의 별도 기관을 설치해 관련 사업을 위탁했다. 강사료(1200만원), 연구소·처장 직무수행비 (745만원) 등 연구회는 인건비 편성 허용단체가 아님에도 인건비성 경비를 지출했다.

◇열리지도 않은 회의에 참여한다? 황당한 예산지출=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이 제출한 2018년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19차 아시아태평양환경개발의원회의(APPCED) 국제회의 참여에 1억1578만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자문위 평가서에 따르면 17년과 18년 모두 총회는 개최돼지 않았고 전용된 예산은 승인절차를 받았는지, 어디에 사용됐는지 소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한국의회발전연구회는 지적사항을 '깡그리' 무시하고 2018년 사업계획서를 전년도와 동일하게 제출하기도 했다. 자문위 평가서에 따르면 연구회는 일부사업들의 국회활동 관련성 소명, 부족한 예산사용 근거 등을 2017년에 지적했지만 올해 사업영역 및 내용, 예산액수까지 동일하게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삭감을 예상하고 아예 증액된 예산안을 제출하는 꼼수도 지적된다. 자문위 핵심관계자는 "2019년 예산안을 받기 전 지침규정위반 사항에 대해 미리 고지했다"며 "단체들이 그걸 보고 10~15% 증액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최종 삭감이 되더라도 전년도 예산에 준하는 금액을 확보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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