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美中 무역분쟁 양자택일 상황에 놓인다면…" 미중 무역전문가들 충고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 2018.11.20 06:30

[길게보고 크게놀기]미중 무역분쟁 사이에 끼인 한국의 현명한 대처법은 뭘까

편집자주 |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미국 중간선거가 끝났지만, 미중 무역분쟁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 11월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개최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정상 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의 무역 관행 시정 요구에 대한 서면 답변서를 미국 측에 전달하는 등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양국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2일 ‘미 중간선거 결과 평가 및 미중 통상분쟁 전망’ 국제포럼을 개최 미국과 중국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미국측 전문가로는 다니엘 아이켄슨 케이토(CATO) 이사, 앤드류 폴크 트리비움 차이나 대표가 참석했다. 케이토는 미국 싱크탱크, 트리비움 차이나는 중국에 위치한 컨설팅업체다. 두 사람 모두 필드경험을 가지고 미중 무역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느껴졌다.

중국측 전문가들은 모두 학계인사였다. 타오 지강 홍콩대 교수와 위먀오제 북경대 국가개발연구원 부원장이 참석했는데, 모두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미중 무역분쟁 단기간 내 소강가능성 낮아
미국측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이 단기간 내 소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낮게 예측했다. 아이켄슨 이사는 “중간선거가 트럼프발 무역분쟁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공화당·민주당 모두 중국에 대한 공격적인 접근을 지지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전통적인 민주당 아젠다에 부합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중국 현지에서 미국 기업에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는 폴크 대표의 시각도 비슷했다. 폴크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분쟁의 촉매이지 원인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의 초점은 더 이상 무역적자가 아니라 지식재산권보호와 산업정책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폴크 대표가 한국 기업에 대해 던진 시사점도 귀를 솔깃하게 했다. 폴크 대표는 미중 무역분쟁이 한국에 단기적으로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이 미국을 제외한 수입국에 대한 관세를 낮추고 금융, 자동차 시장개방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이를 한국 기업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폴크 대표는 “중국이 글로벌 가치사슬 상단으로 이동하기 위한 노력을 끈질기게 할 것”이며 “점점 더 경쟁자가 되어갈 것”이라며 장기적인 영향은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반도체 구매금지 조치로 중국기업인 ZTE 주가가 폭락하자 중국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온 자성의 목소리가 반영하듯 중국이 IT 핵심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할 거라는 얘기다.

이에 반해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옹호하는 데 상당 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타오 홍콩대 교수는 “올해 상반기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42%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중국의 대미무역흑자 중 59%가 중국에 있는 다국적기업에 의해서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타오 교수는 중국의 대응전략은 내수시장 확대로 다국적 기업을 붙잡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도 중국을 미국만큼 큰 시장으로 보고 집중하고 싶다면 중국에 머물라(Stay in China)”고 조언했다. 또한 “지금이 중국 정부와 양호한 관계를 형성할 가장 좋은 시기”라고 덧붙였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드보복조치로 인한 앙금이 남아 있는 한국 기업에게 와 닿는 말은 아니었다.


두 번째 중국측 패널인 위 북경대 국가개발연구원 부원장도 중국 정부 논리를 뒷받침했다. 특히 위 부원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진행되더라도 중국이 시장 개방을 확대한다면 결국 미국의 손실이 중국보다 크다는 실증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장기간 축적된 중국에 대한 불만 VS 트럼프의 영향
전반적으로 미국측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이 무역불균형으로 인해 미국 사회에 장기간 축적돼 온 중국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측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이 미국 내의 정치, 경제적 문제로 인해 시작됐다고 봤으며 트럼프의 영향을 크게 평가했다.

이날 포럼의 마지막에 진행자가 던진 “한국에 하고 싶은 건의가 있으면 말해달라”는 요청에 대한 미중 전문가들의 답변도 서로 선명하게 달랐다.

아이켄슨 케이토(CATO) 이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헤지전략과 인도 투자 등 다각화를 추진하라고 권했다. 폴크 트리비움 차이나 대표는 제3국은 독립성을 유지하는 게 나을 거라며 “미중 가운데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에 절대 놓이지 말라”고 충고했다.

반면 중국측 전문가 의견은 달랐다. 타오 홍콩대 교수와 위 북경대 국가개발연구원 부원장 모두 중국 투자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중국측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국 정부 의견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시각도 다소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발전 단계에서 일본과 한국이 가격경쟁력에서 품질·브랜드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가치사슬 상단으로 이동한 행로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타오 교수의 발언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태평양 건너에 있는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서해 너머에 있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 사이에 끼어있다. 미중 교역 활성화로 인한 긍정적 영향도 크지만,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유탄을 맞기도 너무나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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