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잠이 안 온다고? 한가해서 그래"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8.11.18 06:11

[잠 못 드는 사회-③]수면장애 환자들, '편견'과 싸우느라 이중고(苦)…불면증도 명백한 병(病), 조기 치료 필요

편집자주 |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주부 김경숙씨(51·가명)는 잠을 제대로 못 잔 지 만 1년이 됐다. 몸은 피곤해도 자려고 누우면 말똥말똥. 겨우 잠에 들어도 중간에 한 번씩 깨곤 했다. 커피 마셔도 푹 자던 시절이 있었건만, '숙면'이 어느새 소원이 됐다. 김씨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남편의 한 마디. 잠 못 드는 그에게 "몸이 편해서 그래, 한가하니까 잠이 안 오지, 나가서 일해봐라, 난 피곤해 죽겠는데" 등 말을 내뱉었다. 김씨는 "어차피 내 몫인 것도 알고 기대도 안했지만 정말 상처가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수면장애 환자들이 이들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두 번 울고 있다. 잠 못 자서 죽을만큼 괴로운데 이를 공감하긴 커녕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이들의 시선 때문. 이 때문에 혼자서 괴로움을 감내하다 '우울증'으로 악화되는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수면장애도 명백한 질병이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며,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불면증 진단 환자수는 2012년 40만4657명에서 2016년 54만293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4년새 34.2%가 늘어날 만큼 현대인들 고질병이 됐다. 남성은 70대가 4만4859명으로 가장 많고, 여성은 50대가 7만7629명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불면증만 수면장애인 것도 아니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수면장애는 크게 4가지다. 가장 흔한 경우가 '만성 수면 부족'이다. 늦게까지 깨 있으면서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경우다. 그 다음으론 '수면의 질이 낮아진 경우'인데, 깊은 잠에 못 들고 자주 깨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그리고 '불면증'이 있고, 마지막으로 밤에 잠들기 어려운 대신 늦게 일어나는 '일주기리듬 수면장애' 등이 있다.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이들의 밤은 괴롭다. 환자들은 '잠이 보약'이란 옛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며 고통을 호소한다.

직장인 박모씨(39)는 벌써 3년째 불면증을 앓고 있다. 새벽 4~5시 전까지 잠을 못 잤다. 운동을 하고, 허브티를 마시고, 반신욕을 하는 등 갖가지 노력을 다 했지만 눕기면 하면 각성이 됐다. '잠을 자야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더 잠을 못 잤다. 박씨는 결국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게 됐다. 스트레스 등이 원인인 것 같다는 이야길 듣고 수면제를 처방 받았다. 하지만 지금도 수면제 반알 이상은 먹어야 잠을 이룰 때가 많다. 박씨는 "잠을 잘 못 자는 사람만 그 고통을 안다"며 "하루 맘 편히 푹 자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사회 편견'이다.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수면장애를 대수롭지 않은 걸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기 때문.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주부 임모씨(45)는 새벽 2~3시마다 한 번씩 꼭 깬다. 소변을 보러 일어날 때도 있고, 이유 없이 깰 때도 많다. 한 번 깨면 잠을 잘 못 이루다가 날이 밝아 지칠 때가 되서야 겨우 선잠을 잤다. 아침에 못 일어나는 그에게 남편은 "아직까지 자고 있느냐"며 핀잔을 줬다. 괴로움을 호소하면 "잠을 잘 잘 때도 있고 못 잘 때도 있지 뭐가 그렇게 심각하냐"고 했다. 임씨는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 운 적도 많다"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 윤모씨(28)는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면증이 생겼다. 하지만 이를 아버지에게 털어놨더니 "하루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봐라, 잠이 안 오겠느냐"는 말만 들었다. 윤씨는 "몸이 엄청 피곤해도 잠이 안 오는 건데, 나태함이 원인인 것처럼 말해 정말 속상했다"며 "잠 못 자는 것보다 이런 말들이 더 상처가 된다"고 했다.

이 같은 인식 탓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이들도 있다. 수면장애를 '잠 잘 못 자는 것' 정도로 여기다,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해지는 것. 직장인 오윤영씨(35)는 "2년 전쯤 불면증이 시작됐다. 처음엔 그냥 좀 생각이 많아서 잠을 못 자는 것이려니 했는데, 나중엔 잠자는 시간이 완전히 불규칙해져 낮에 정상적인 일과가 불가능 할 정도가 됐다"며 "뒤늦게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면증이 단순히 잠 못 자는 생활병 정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우울증 등 다른 질환으로 이어지거나 악화되기 쉽다는 것. 이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홍범 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은 저서 '불면증, 당신도 치료될 수 있다'에서 "불면증이 꼭 스트레스에서 시작되는 건 아니고, 수면질환이나 생리적, 유전적, 환경적 원인일 수 있다"며 "원인을 잘 살펴야 치료 받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객관적인 수면다원검사로 정확히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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