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재홍 원광대학교 치과대학교 조교수가 2015년 발표한 ‘치주질환의 생활습관 관련 합병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치주질환과 다른 질환의 상관관계는 발기부전이 1.53배로 가장 높았다. 치주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들이 발기부전을 진단받을 가능성이 정상인보다 53% 높다는 의미다.
여성의 경우 골다공증(1.21배)이 가장 높았지만 남성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이어서는 협심증(1.18배) 류마티스 관절염(1.17배) 당뇨(1.16배) 비만(1.10배) 순이었다. 이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인 100만명을 대상으로 코호트 조사를 실시해 얻은 결과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많다. 지난 8월 스페인 그라나다대학교 치과대학 치주과 전문의 아마다 마르틴 교수 연구팀은 만성 치주염을 앓는 남성은 발기부전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2.17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외에 뇌경색, 고혈압 등 다양한 생활습관병(성인병)과 췌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치주질환, 세균이 문제…전신건강도 위협=치주질환이 이같이 전신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근본원인은 구강 내 세균이다.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세균으로는 P.진지발리스(P. gingivalis) T.포시시아(T. forsythia) T.덴티콜라(T. denticola) 3가지가 꼽힌다. 이 세균들은 음식물 찌꺼기와 함께 치아 표면에 붙어 얇고 끈적한 막처럼 형성된 치태가 되는데 이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입속 칼슘, 인 등의 무기질과 만나 치석이 된다. 치태와 치석은 생물막(biofilm)으로 치아에 붙어 지속적으로 잇몸을 공격해 치주질환을 일으킨다.
문제는 이 세균들이 치주질환만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혈관을 타고 침투한 세균들은 몸 안을 돌면서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일으키기도 하고 동맥경화가 수년간 지속돼 심근경색 등의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이재홍 조교수는 “구강 내 세균이 엉뚱하게 전신질환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P.진지발리스가 심근경색 환자의 심장에서 발견되거나 췌장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등의 연구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헬싱키대학교 연구팀은 지난해 T.덴티콜라 세균이 일부 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췌장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또 암세포를 강화해 암 연관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치주질환자 연 12% 증가…예방·관리 시급=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2명이 치주질환을 앓는다. 최근 5년간(2012~2016년) 치주질환자는 연평균 12%씩 꾸준히 증가해 2016년 1107만명을 기록했다. 치주질환자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건강보험에서 지급된 국내 치과외래 진료비용은 4조2641억원으로 이중 근관치료(신경치료) 비용만 294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관치료란 치주질환 등으로 치수가 손상됐을 때 그 조직을 제거하고 특수한 재료를 넣어 통증 없이 자연치아 상태로 기능하도록 하는 시술을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더욱 주기적인 치주질환 예방관리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중석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는 “치주질환이 40~50대에 많은 데다 전신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치주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며 “치주질환이 있으면 심혈관계 질환이나 호흡기질환과 같은 각종 전신질환의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치주질환 예방법은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통해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단순히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도 2013년부터 연 1회 건강보험이 적용돼 1만3000원에 치석 제거가 가능하다. 보험 적용이 안되면 환자부담금액은 5만원 수준이다. 이재홍 조교수는 “치과에 자주 올 필요는 없지만 일반인도 최소 1년에 한 번은 스케일링을 받으며 잇몸관리를 해줄 필요가 있어 정부도 연 1회 건강보험 적용을 해주는 것”이라며 “치주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연 2~4회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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