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V4 스토리] ① ‘4년 전 캘리포니아’ 떠나는 켈리, 진상봉 그룹장의 추억

OSEN 제공 | 2018.11.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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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가 2018 한국시리즈에서 업셋 우승을 했다. 2010년 이후 8년 만에 거둔 네 번째 우승이다. SK왕조의 역사가 희미해지는 순간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아직은 KBO리그 최강은 아니다. 이번 우승은 새로운 왕조를 향한 첫걸음이다. 몇 회에 걸쳐 V4의 장정을 짚어본다. 


[OSEN=김태우 기자] 2014년 가을, 진상봉 SK 스카우트 그룹장(당시 운영팀장)은 한 에이전트의 집을 직접 찾아갔다. 캘리포니아의 자택까지 찾아갈 정도로 사정이 급했다. 당시 포스트시즌 진출 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SK는 외국인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로스 울프가 아들의 병 때문에 갑작스레 귀국을 택해서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찾으려던 SK는 한 선수의 잠재력에 주목한다. 메이저리그(MLB) 경력은 없었으나 KBO 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량이 있었다. 어린 나이라 더 발전할 가능성도 높았다. 무엇보다 한국에 오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촉박한 시간 탓에 영입에 이르지는 못했다. 진 그룹장은 “그때 데리고 왔으면 우리가 가을야구에 나갈 수도 있었다”며 자책했다. 벌써 4년 전 일을 회상하는 진 그룹장의 어투는 아쉽고 또 담담했다.


진 그룹장이 에이전트의 집까지 찾아가 영입에 사활을 걸었던 투수는 메릴 켈리(30)였다. 켈리는 이듬해 SK와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SK 외국인 투수 역사상 가장 성공한 선수가 된다. 켈리는 4년간 KBO 리그에서 뛰며 1군 119경기에서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올해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도 12⅓이닝을 던지며 1승 평균자책점 2.19로 활약하며 V4에 공헌했다.


그런 켈리는 올해를 끝으로 KBO 리그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 조건의 변수는 있지만, 마지막 기회인만큼 개인적으로는 놓칠 수 없는 순간이다. SK도 켈리의 이탈을 대비해 외국인 리스트를 정리하고 있다. 이 리스트를 정리 중인 진 그룹장 또한 켈리의 4년에 대해 “떠난다니 많이 아쉽다”라고 소회를 털어놓는다.


켈리는 다른 구단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선수였다. MLB 경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각 구단들은 성적과 숫자를 보고 1차 리스트를 만든다. MLB 경력이 없고 이제 막 트리플A에 올라온 켈리는 시야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는 선수였다. 진 그룹장도 “처음에 미국에 갔을 때는 우리 리스트에도 없는 선수였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우연히 켈리의 투구가 눈에 들어왔다. 켈리의 기량과 인성을 확신한 진 그룹장은 주위의 불안한 시선을 물리치고 켈리 영입에 올인한 끝에 결국 뜻을 이뤘다.


외국인 스카우트는 고된 일이다. 한 번 출장을 나가면 40~50일 집을 비우기 일쑤다. 진 그룹장은 “사실 출장을 나가는 게 힘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이 팀 전력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책임감은 무한하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자칫 잘못 실패라도 하면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맞기 마련이다. 성공해도 사실 외국인 담당자들의 활약상(?)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음지 중의 음지에서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눈썰미와 추진력이 중요하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진 그룹장이 가진 장점이다. 또 결정권자일수록 더 과감하게 선을 그어줘야 후배들이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두가 켈리에 대해 확신하지 못할 때, 진 그룹장은 후배들의 바람막이를 자처하며 총대를 멨다. 다만 진 그룹장은 “나보다는 실질적인 계약을 위해 움직이는 운영팀 직원들이 더 많은 고생을 한다. 현장에서 찍어도 계약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내가 운영팀장을 해봐서 그 사정을 잘 안다”고 연신 주위에 공을 돌렸다.



페르난데스, 세든, 밴와트, 켈리 등 영입을 진두지휘했던 진 그룹장도 “사실 실패한 선수들도 있다. 갑자기 아픈 선수도 있고, 적응을 하지 못했던 선수들도 있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외국인은 물론 신인 스카우트도 항상 성공할 수는 없다. 성공 사례는 물론, 실패 사례에서도 배워야 한다. 그 공부의 흔적을 후배들에게 남겨주는 것도 중요하다. 창단 때부터 외국인 선수 영입에 관여한 진 그룹장의 경험이 구단 내에서 큰 가치가 있는 이유다.


켈리 영입 후 육성 그룹으로 부서를 옮겨 잠시 외국인 영입 전선에서 떠나 있었던 진 그룹장이다. 그런데 지난해 스카우트 그룹장으로 부임하면서 다시 해외에 출장을 나갈 일이 많아졌다. 복귀 후 첫 작품은 제이미 로맥이었다. 대니 워스의 부상 퇴출로 인해 급히 출장을 나간 진 그룹장의 리스트에 로맥 또한 원래는 없었던 선수였다. 하지만 진 그룹장은 켈리 때처럼 로맥에 과감히 베팅을 한 끝에 영입에 성공했다.


진 그룹장은 “사실 우리가 염두에 둔 것은 중앙 내야수였다. 그런데 로맥이 눈에 들어왔다. 경기 전 훈련을 다 지켜봤는데 굉장히 진지했다. 헝그리 정신이 있었다. 또 당시까지만 해도 성적이 좋은 선수는 아니었는데 갈수록 나아지더라. KBO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량이 있었다. 또 하필 내가 간 날 잘 쳤다.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하면서 “현장의 의견을 당시 염경엽 단장이 잘 들어줬다. 그 덕에 로맥을 수월하게 영입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로맥 또한 SK의 한국시리즈 우승 공신이었다. 올해 141경기에서 타율 3할1푼6리, 43홈런, 107타점을 기록하며 내년 재계약이 확실시된다.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선수들은 물론, 이처럼 음지에서 초석을 만들기 위해 뛴 사람들의 땀 하나하나가 숨어있다. 진 그룹장은 “내년에 다시 미국에 나간다.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산체스도 올해 우리 기대만은 못했지만 내년에는 더 나아질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부상 없이 뛰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남겼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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