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폭언·폭행·성희롱, IT업계 '천태만상'…"수많은 양진호 존재"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 2018.11.13 15:46

[the300]이철희 민주당 의원 'IT노동자 갑질피해 보고 간담회'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뉴스1

#한 IT기업에서 21살부터 디자이너로 일한 김현우 씨는 숙식을 강요당하며 한 달에 한 두번 귀가했으나, 그가 손에 쥔 건 한달에 15만원에 불과했다. 지분을 주겠다는 달콤한 말이 이어졌으나 서류 등 증거를 남기지 않은 말 뿐인 약속에 그쳤다.

#양도수 씨는 농협정보시스템에서 2년6개월간 8770시간을 일했다. 담당 경찰에게 "사람이 어떻게 일년에 4000시간을 넘게 일하나 당신말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과로다. 연간 4000시간이 넘는 과로로 얻은 병 때문에 우측폐의 절반을 잘라내기도 했다. 사법적 절차를 거쳐 근무시간의 75%를 인정받았으나, 문제제기로 인해 부당해고를 당했다.

장시간 노동, 폭언과 폭행, 성추행.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IT업계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직장 내 갑질 피해자들은 사장 또는 직장상사가 과도하게 긴 노동을 강요하고 임금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산업발달의 최첨단에 서있는 IT업계에서도 후진적인 직장문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폭행사태'로 본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 간담회에 참석해 "IT업계에는 수많은 양진호 회장이 존재하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를 방지할 수 있도록 증언자의 말을 경청하고 대안을 찾아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실과 IT노동조합은 최근 '2018 IT 노동자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보고에 따르면 IT노동자들은 △심각한 장시간 노동 △파견 및 하도급 관행 △허울 뿐인 프리랜서의 노동 실태 △직장 내 괴롬힘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 외국계 기업 등에서 발생한 각종 직장 '갑질'과 폭행에 대한 16가지 사례가 보고됐다.

양도수 씨는 "2013년 농협정보시스템이라는 IT회사에서 2년6개월 동안 8770시간 근무하고, 연간 4000시간 이상의 살인적 야근 생활을 했다"며 "폐에 염증이 생겨 호흡기 내과에 입원해 치료했으나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 항생제가 듣지 않아 우측 폐의 절반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양 씨는 "사법적인 절차를 통해 근무시간의 75%를 사법부로부터 인정 받았고, 과로에 의한 면역력 저하로 산업재해로 인정 받았다"며 "현재는 소송 중에 두 차례 반복 해고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농협정보시스템을 상대로 해고 무효확인 소송 중"이라고 밝혔다.

김현우 디자이너는 '열정 페이'로 불리는 IT업계의 빈번한 노동 착취 사례를 폭로했다. 그는 "21살부터 2년반 동안 근무하며 용돈으로 15만원을 받은 것이 고작"이라며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자고 편의점 음식을 먹으며 숙식 생활을 강요당하며 집에는 한 달에 한 두번 가는게 고작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업 포기를 강요당하고 지분을 줄테니 회사 주인으로 책임감을 가지라고 말하지만 서류 없는 말 뿐인 약속이었다"고 덧붙였다.

안종철 오라클 한국지사 노조위원장은 실적을 맞추기 위한 불법적인 밀어내기 매출, 일상화된 권고사직과 욕설, 차별적인 매출어 분배를 통한 해고 압박 등의 실태를 보고했다. 에스티유니타스에 근무했던 고(故) 장민순씨가 장시간 노동과 과중한 업무로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보고됐다. 이 밖에도 노예 계약이나 다름 없는 프리랜서 계약, 대기업 계열사의 일방적 권고사직, 외국계 기업의 군기잡기 목적의 공개적 폭언 등도 언급됐다.

정찬일 IT노조 위원장은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의 갑질은 특별한 회사의 괴상한 사장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며 "대기업을 중심 고객으로 하는 시스템통합(SI) 산업에서는 하청 구조가 공고하고, 갑질이 횡행하고 있다. IT 노동자들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야근으로 감내하고 있고, 갑들은 인격모독을 일삼았다"고 했다.

장재원 민주노총 변호사는 "양진호 회장이 지위를 이용해 노동자들에게 가한 행위는 단순한 직장 내 괴롭힘을 넘어 근로기준법 위반, 특수상해, 특수폭행 등 다양한 범죄에 해당한다"며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이 IT업계 내부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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