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리더십 잃은 기관장, 방관하는 중기부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18.11.14 04:0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국정감사에서 무리한 관사이전과 보복인사 등으로 논란이 된 김흥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 이사장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던 중소벤처기업부가 3주가 다 되도록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청(중기부 전신) 출신인 김 이사장에 대해 중기부의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나온다.

중기부의 미온적 태도는 국감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지난달 26일 종합국감에서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김 이사장의 국무조정실 감사 진술내용을 아느냐는 질의에 “얼핏 들었다” “구체적인 사항은 잘 모르겠다”고 했고, 노조회유 문건에 대해선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퇴진을 검토해야 한다”는 질의가 나오고서야 “거취 결정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진행이 될 것으로 안다”고 겨우 한 발 내디뎠다.

소진공 이사장의 거취는 당사자가 직접 결정하지 않는 경우 이사회를 통해 진행되는 수순이다. 정원 12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김 이사장을 포함해 중기부 연관 인물이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온정주의가 작동하면 해임안이 상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김 이사장의 리더십은 상실된 상태다. 지난달 25일 소진공 노조가 91.4%의 찬성으로 김 이사장 퇴진운동에 돌입했고, 사흘 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관사이전을 반대했다가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발령받은 직원들이 제기한 구제신청에 대해 ‘부당전보’라고 결론 내렸다. 김 이사장이 감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이들에게 부당한 인사권을 휘둘렀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김 이사장에 대한 의혹은 국감에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관사이전 지시와 대전충청지역본부(대전본부) 이전이 연계돼 있다”는 진술과 “김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간부회의에서 ‘관사이전이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는 관련자 증언이 나왔다. “대전본부 이전을 몰랐다”던 그의 주장은 일찌감치 자신이 사인한 서류가 공개되면서 거짓으로 판명난 터다.


문제를 제기한 언론에 “개인 차원에서 대응했다”고 했지만 이후 기관 돈을 가져다 법률자문을 받은 것이 밝혀졌고, “명예훼손 성립이 어렵다”는 두 번의 법률자문 결과에도 소송을 강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만큼 위증과 거짓말이 드러났음에도 자리를 지킨 기관장에 대한 전례는 찾기 힘들다.

시계를 지난 3월로 돌려보자. 인사·경영개입 논란이 불거진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의 사임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자진사퇴 모양새를 띠었지만 현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 쫓겨났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중기부는 김 이사장에 대해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결정 전보문이 나오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강 전 대표 사례와 비교하면 의지에서 격차가 느껴진다. 강 전 대표가 중기부 출신 인사였다면 자리를 유지했을 것이란 가정이 그럴 듯하게 들리는 이유다. 중기부의 굼뜬 대응이 ‘적폐청산’을 근간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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