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도 땅값 따라 달라지나" vs "주민친화적 치안서비스"

뉴스1 제공  | 2018.11.13 12:00

자치경찰 도입시 '학교·가정폭력' 장기관리 기대감
관건은 지자체 재정편차…"지역격차 넓힐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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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서울지방경찰청 로고 © News1 신웅수 기자
문재인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국가경찰 4만여명을 지방직 자치경찰로 이관해 '지역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자치경찰제'의 전망에 대해서는 기대감과 우려가 엇갈린다.

정부는 자치경찰제의 도입으로 지역맞춤형 치안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성·가정·학교폭력 등 생활밀착범죄를 집중관리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정부의 '장밋빛 미래'를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무엇보다 자치경찰제가 '지역격차'를 높이는 또 다른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직장인 김모씨(27·여)는 "아직 지역별 재정자립도 편차가 큰 상황에서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부자 동네는 더 안전하고 가난한 동네는 슬럼화되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고 전했다.

◇"가정·학교폭력 단순처리 그치지 않고 장기관리"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13일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공개했다. 이후 국민 의견을 듣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자치경찰제의 설계도를 완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자치경찰제의 핵심은 하나의 경찰을 둘로 나눠 Δ국가 경찰위원회가 관리하는 '경찰청'과 Δ시·도 경찰위원회가 관리하는 '자치경찰본부'로 이원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경찰청에 소속된 국가경찰 11만7617명 중 36%인 4만3000명은 2022년까지 자치경찰로 이관된다. 자치경찰은 앞으로 '생활안전?여청?교통?지역경비' 등 주민밀착 민생치안활동과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교통사고·음주운전·공무수행 방해' 등 수사를 전담한다.

자치경찰은 정보·보안·외사 및 전국단위 수사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지역 범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치분권위원회 제공). © News1


자치분권위는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중앙위주의 일제단속이나 획일적 치안활동을 탈피해 지역별 특성과 주민요구를 반영한 '주민친화적' 치안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동안 단순 사건처리에 그쳤던 성?가정?학교폭력 등 '생활밀착범죄'는 경찰의 꾸준한 '관리'를 받게 된다. 예컨대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경찰은 가해자를 입건해 검찰에 넘기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학교·자치단체와 협력해 장기적으로 관리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 상습 정체구간, 단골 음주운전 구간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관리하는 '맞춤형 교통단속'도 가능해진다. 자치경찰은 주민참여를 활성화해 의견을 반영한 뒤 순찰 및 단속구간을 결정할 방침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씨(42)는 "학교폭력이나 가정폭력은 한번의 처벌로 해결되지 않는 범죄라 피해자들은 전전긍긍하기 마련"이라며 "자치경찰이 이런 문제를 꾸준히 관리해준다면 더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역 재정편차가 관건…"부자 동네만 안전해지나" 우려도

하지만 우려도 만만찮다. 시·도마다 천차만별인 지방재정 문제가 채 해소되기도 전에 자치경찰제도가 시행된다면 치안서비스도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 따라 급이 나뉠 것이고, 결국 '지역 격차'만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정부도 이 점을 고려해 서울, 제주, 세종 등 시범운영 지역에 국비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장기적으론 자치경찰교부세를 거둬 치안 서비스 제공에 쓰기로 했다. 결국 자치경찰제는 지자체 예산으로 가동된다.

재정자립도가 좋은 지역의 치안은 더 좋아지고, 형편이 좋지 못한 지역의 치안은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의 관건은 '시민안전이 향상되는지, 범죄예방 효과가 더 커지는지'에 있다"며 "자치경찰제가 오히려 '지역별 편차'를 넓히게 된다면 그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또 정부가 지방직 소방공무원 4만5000명을 국가직으로 전환한 점을 예로 들면서 "지자체 재정에 따라 처우가 다른 지방직 소방관 문제가 여전한데, 경찰도 분권화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치경찰의 시행으로) 시민이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받게 될 것인지, 혹은 새로운 지역 격차나 지방세력의 유착을 목도하게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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