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암살 뒤 "보스에 보고해"… 보스=왕세자?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8.11.13 11:01

NYT, 관계자 인용해 당시 상황 담긴 파일내용 공개
말한 사람은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개인경호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FPBBNews=뉴스1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왕세자의 최측근이 카슈끄지 살해 후 "일이 마무리됐다고 보스에게 보고하라"고 말한 녹음파일이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이날 카슈끄지 암살 녹음파일 내용을 알고 있는 3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카슈끄지 피살 직후 누군가에게 전화로 이같이 말한 건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레브로 파악됐다. 그는 빈 살만 왕세자의 개인 경호를 맡고 있는 최측근이다.

NYT는 이를 근거로 "녹음파일에서 드러난 내용으로 카슈끄지의 사망에 왕세자가 관여돼 있다는 사실이 점점 굳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진 않았지만,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당신의 보스"라는 표현이 왕세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브루스 오 리델 전 CIA요원도 "전화통화 내용은 강력한 증거로 보인다"면서 "사건 해결의 스모킹건(결정적 단서)에 가깝다"고 말했다.

무트레브의 음성 내용이 보도되자 이날 사우디 정부는 성명을 내고 "터키 수사당국으로부터 녹음파일을 받아서 들었지만 '당신의 보스에게 말해라' 같은 내용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달 터키를 방문했던 해스펠 CIA 국장은 '당신의 보스'라고 말한 녹음 내용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이에 대해 터키 측이 여러 버전의 녹음파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에 관여돼 있다는 정황증거가 계속 나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백악관 참모진 일부는 더이상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을 요구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일부 사우디 고위인사 제재에 나서고 사우디를 압박해 예멘 내전 휴전을 촉구하는 정도로 만족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6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거센 국내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CIA가 이번주 중 하원에 카슈끄지 관련 브리핑을 할 예정인 가운데 NYT는 민주당이 사우디 제재 강도를 더 높이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10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카슈끄지 피살 관련 녹음파일을 사우디,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에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을 들었다고 인정했고,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녹음파일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는 등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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