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동연의 정치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 2018.11.14 04:35

[the300]

보통 다른 언론사에 실린 글은 언급하지 않는 법이지만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혜화역 3번출구’는 예외다. 병마에 아들을 잃은 심정을 담아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의 가족에 위로를 전했는데 그야말로 명문이다.

그가 아들을 먼저 보낸건 국무조정실장(장관)으로 일할 때다. 본인의 골수를 이식해주던 날도 주위에 알리지 않고 휴가를 냈다. 끝내 생때같은 아들을 잃고 발인한 날엔 오후에 출근해 회의를 주재하면서 원전 대책을 지시했다.

김 부총리는 상을 마치고 조문객들의 집으로 두 장 짜리 답례 편지를 보냈다. 지금 돌이켜 보면 ‘혜화역 3번출구’의 초안 격이다. 김 부총리의 이름도 알지 못했던 기자의 아내는 편지를 읽고 한참동안 울었다.

온화한 표정과 화법만으로 김 부총리를 아는 이들은 그를 부드러운 사람이라 한다. 하지만 김 부총리와 가까이서 일했던 이들은 김 부총리를 무서운 사람이라 평한다. 업무에 있어서는 예외가 없고 신상필벌도 확실하다. 고집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결과론이 돼 버렸지만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2인3각’은 처음부터 불안했다. 인간 김동연의 성향을 무시하고 그냥 스토리가 있는 충청 출신의 관료를 발탁한 반대급부다. 그렇게 싹튼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됐고 김 부총리도 실정의 멍에를 썼다.

결국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상황이 된 김 부총리의 향후 행보는 정해진게 없다. 자유한국당은 지체없이 러브콜을 보낸다. 인물난에 허덕이는 한국당에게 김 부총리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신중한 인물이다. 당장 말을 갈아타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임기 막판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한 그의 발언들은 분명 행정보다 정치의 영역이었다. “국회서 만나자”는 말은 듣기에 따라서는 출사표다. 정말 국회서 김 부총리를 만날 수 있을까. 그의 스토리와 강단과 전문성을 청와대가 아닌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과연 주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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