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들을 먼저 보낸건 국무조정실장(장관)으로 일할 때다. 본인의 골수를 이식해주던 날도 주위에 알리지 않고 휴가를 냈다. 끝내 생때같은 아들을 잃고 발인한 날엔 오후에 출근해 회의를 주재하면서 원전 대책을 지시했다.
김 부총리는 상을 마치고 조문객들의 집으로 두 장 짜리 답례 편지를 보냈다. 지금 돌이켜 보면 ‘혜화역 3번출구’의 초안 격이다. 김 부총리의 이름도 알지 못했던 기자의 아내는 편지를 읽고 한참동안 울었다.
온화한 표정과 화법만으로 김 부총리를 아는 이들은 그를 부드러운 사람이라 한다. 하지만 김 부총리와 가까이서 일했던 이들은 김 부총리를 무서운 사람이라 평한다. 업무에 있어서는 예외가 없고 신상필벌도 확실하다. 고집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결과론이 돼 버렸지만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2인3각’은 처음부터 불안했다. 인간 김동연의 성향을 무시하고 그냥 스토리가 있는 충청 출신의 관료를 발탁한 반대급부다. 그렇게 싹튼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됐고 김 부총리도 실정의 멍에를 썼다.
결국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상황이 된 김 부총리의 향후 행보는 정해진게 없다. 자유한국당은 지체없이 러브콜을 보낸다. 인물난에 허덕이는 한국당에게 김 부총리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신중한 인물이다. 당장 말을 갈아타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임기 막판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한 그의 발언들은 분명 행정보다 정치의 영역이었다. “국회서 만나자”는 말은 듣기에 따라서는 출사표다. 정말 국회서 김 부총리를 만날 수 있을까. 그의 스토리와 강단과 전문성을 청와대가 아닌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과연 주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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