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원짜리 '무한리필' 동국대 학식의 정체(영상)

머니투데이 김소영 인턴기자, 이상봉 기자 | 2018.11.16 06:57

[학식유랑기]육(肉)고기 없는 '채식 뷔페' 동국대 '채식당'에 가봤다

편집자주 | 막 수능을 끝낸 수험생에겐 미래의 꿈이 담긴, 재학생에겐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졸업생에겐 추억이 깃든 '대학교 학생식당'을 찾아갑니다.

2017년 한국채식연합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 규모는 전체 인구의 약 2%로 100만명에서 1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에는 모든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비건'뿐만 아니라 '락토'(달걀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자) '오보'(유제품은 먹지 않지만 달걀은 먹는 채식주의자) 등 다양한 채식주의자가 포함된다. 이중 20대의 비율은 25%에 달한다.

동국대학교 '채식당' 내부.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채식 뷔페가 마련돼 있다./사진=이상봉 기자
그럼에도 대학 내 '채식할 권리'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 자신을 '락토-오보'(유제품과 달걀은 먹는 채식주의자)라고 밝힌 대학생 김모씨(24)는 "학생식당의 메뉴에는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 도시락을 챙겨 다닌다"며 "학교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이 마련되면 매일 도시락을 싸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 380여개 대학 중 채식 식당이 있는 곳은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삼육대학교, 서울대학교 단 세 곳뿐이다.



진짜 고기와 구별 힘든 콩고기 등 다양한 메뉴가 돋보인 학식



지난달 31일 '채식 뷔페'가 마련돼 있는 동국대 교직원식당 '채식당'에 가봤다. '채식 뷔페가 다양해 봤자지'라는 의심도 잠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색색의 메뉴와 싱싱한 쌈 채소가 기자를 반겼다. '불교'라는 학교 특색에 걸맞게 사찰 음식과 채식 메뉴가 적절히 섞인 모습이었다. 이날의 메뉴는 △버섯 콩불고기 △야채 춘권 △애호박전·새송이전 △감자 경단 △김 장아찌 △쫄면 야채 무침 △얼갈이 된장 무침 △들깨 뭇국 △양상추 샐러드 △모둠 쌈 △배추김치 △흑임자죽 △수정과 등으로 구성됐다. 모두 짜거나 달지 않고 담백한 맛이었다.

동국대학교 '채식당' 내부(위쪽)와 기자가 식판에 담아온 채식 메뉴들. 식당 내부는 깔끔했고 메뉴는 다양했다. '맛없으면 어쩌지'란 걱정이 무색하게 식판을 싹싹 비웠다./사진=이상봉 기자
흑임자죽은 다소 심심했지만 고소했고 김 장아찌에서는 감칠맛이 느껴졌다. 특히 눈길이 갔던 버섯 콩불고기의 식감은 고기를 씹는 것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식사 후 입가심을 위해 마련된 수정과는 적당히 달콤했다. 메뉴 구성이 알차고 맛의 균형이 좋았다.

'콩고기에서는 진짜 고기 맛이 날까?'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채식당 관계자는 "불교 학교다 보니 사찰 음식 과정을 수료한 영양사가 식단을 짠다"며 "식단을 짤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건 먹는 사람의 '건강'"이라고 밝혔다. 현대인의 영양 과잉 섭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에 들어가는 소금이나 설탕의 양을 제한하는 등 간을 세게 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면서도 자칫 부족할 수 있는 단백질은 콩고기로, 지방과 열량은 전이나 튀김 요리로 섭취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식단을 짠다.



"가성비 최고" 채식주의 원하는 학생들, 일반인에게도 인기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내고 주위를 둘러보니 대학 내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 이용객들의 비중이 높았다. 평소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정효진씨(58)는 "채식으로 구성된 식단이라 맛이 담백하고 먹을수록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며 "1만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동국대 학생은 7000원, 외부인은 9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으로 맘껏 가져다 먹을 수 있어 가성비도 뛰어나다"고 평했다. 정씨의 '영업'으로 이날 처음 이곳을 찾았다는 동생 정효숙씨(47)도 "오늘 식사가 굉장히 만족스러워 조만간 친구들을 데려올 계획"이라고 했다.

동국대학교 '채식당'의 이용객은 교직원, 스님, 일반인, 학생 등 매우 다양하다./사진=이상봉 기자
수업이 끝났는지 늦은 점심을 먹는 동국대 학생들도 꽤 눈에 띄었다. '페스코'(우유, 달걀, 생선까지 먹는 채식주의자)라고 본인을 소개한 재학생 공모씨(22)는 "평소 알찬 채식 식단을 챙겨 먹기 힘든데 학교에서 단돈 7000원에 채식 뷔페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채식당'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해외대학선 '채식 식단' 쉽게 접할 수 있는데, 한국은?



채식주의 문화가 자리잡은 해외에서는 채식 식단을 제공하는 학생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 거주하는 신모씨(27)는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대학 학생식당에 채식 식단이 적어도 한 가지 이상 마련돼 있다"며 "일반 식당에도 글루텐프리, 비건 등을 위한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채식주의자를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대학가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배려나 환경 조성이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올 초 서울대는 학생식당인 감골식당 채식 뷔페 메뉴를 완전 채식주의 식단인 '비건'식에서 달걀과 우유 등을 넣는 '락토-오보'식으로 변경했다. 학생들은 "비건은 아예 먹을 수 없는 식단으로 채식 뷔페 메뉴를 바꾼 것은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서울대는 메뉴 변경 일주일 만에 다시 비건식으로 채식 뷔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채식에 대한 배려와 이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채식당을 나서며 든 생각은 비채식주의자인 기자에게 채식은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지만 채식주의자들에겐 '생존 그 자체'라는 것이었다. '비건' 채식주의자인 대학생 이모씨(24)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것'"이라며 "학생식당에 채식 식단이 마련돼 있지 않고 주변에도 마땅한 식당이 없어 매번 '먹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이씨는 "채식을 하나의 '취향'과 '소신'으로 인정하지 않고 '유난'으로 바라보는 편견 탓에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들도 당당하고 편리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인식과 환경이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구축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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