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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고기와 구별 힘든 콩고기 등 다양한 메뉴가 돋보인 학식━
지난달 31일 '채식 뷔페'가 마련돼 있는 동국대 교직원식당 '채식당'에 가봤다. '채식 뷔페가 다양해 봤자지'라는 의심도 잠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색색의 메뉴와 싱싱한 쌈 채소가 기자를 반겼다. '불교'라는 학교 특색에 걸맞게 사찰 음식과 채식 메뉴가 적절히 섞인 모습이었다. 이날의 메뉴는 △버섯 콩불고기 △야채 춘권 △애호박전·새송이전 △감자 경단 △김 장아찌 △쫄면 야채 무침 △얼갈이 된장 무침 △들깨 뭇국 △양상추 샐러드 △모둠 쌈 △배추김치 △흑임자죽 △수정과 등으로 구성됐다. 모두 짜거나 달지 않고 담백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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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당 관계자는 "불교 학교다 보니 사찰 음식 과정을 수료한 영양사가 식단을 짠다"며 "식단을 짤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건 먹는 사람의 '건강'"이라고 밝혔다. 현대인의 영양 과잉 섭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에 들어가는 소금이나 설탕의 양을 제한하는 등 간을 세게 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면서도 자칫 부족할 수 있는 단백질은 콩고기로, 지방과 열량은 전이나 튀김 요리로 섭취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식단을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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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최고" 채식주의 원하는 학생들, 일반인에게도 인기━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내고 주위를 둘러보니 대학 내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 이용객들의 비중이 높았다. 평소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정효진씨(58)는 "채식으로 구성된 식단이라 맛이 담백하고 먹을수록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며 "1만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동국대 학생은 7000원, 외부인은 9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으로 맘껏 가져다 먹을 수 있어 가성비도 뛰어나다"고 평했다. 정씨의 '영업'으로 이날 처음 이곳을 찾았다는 동생 정효숙씨(47)도 "오늘 식사가 굉장히 만족스러워 조만간 친구들을 데려올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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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대학선 '채식 식단' 쉽게 접할 수 있는데, 한국은?━
채식주의 문화가 자리잡은 해외에서는 채식 식단을 제공하는 학생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 거주하는 신모씨(27)는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대학 학생식당에 채식 식단이 적어도 한 가지 이상 마련돼 있다"며 "일반 식당에도 글루텐프리, 비건 등을 위한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채식주의자를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대학가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배려나 환경 조성이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올 초 서울대는 학생식당인 감골식당 채식 뷔페 메뉴를 완전 채식주의 식단인 '비건'식에서 달걀과 우유 등을 넣는 '락토-오보'식으로 변경했다. 학생들은 "비건은 아예 먹을 수 없는 식단으로 채식 뷔페 메뉴를 바꾼 것은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서울대는 메뉴 변경 일주일 만에 다시 비건식으로 채식 뷔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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