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도 엉망인데 적립금도 부족.. 퇴직연금 어쩌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18.11.13 03:59

기업 책임지는 DB형 퇴직연금 연 수익률 1.59%...소규모 영세기업 근로자일수록 불안한 퇴직금

‘월급쟁이의 마지막 보루’라는 퇴직연금이 불안하다.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제도는 시행 10년이 지났지만 ‘근로자 노후보장’이란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60% 이상 차지하는 DB형(확정급여형)은 지난해 평균 수익률이 1.59%에 그쳤다. DB형은 기업이 책임지고 퇴직금을 운용했다가 근로자에게 약속한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근로자와 합의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기업이 채워넣어야 한다.

게다가 DB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사외 적립금 최소 기준조차 채우지 못해 근로자들의 노후가 불안하다는 우려가 높다. 정치권과 정부가 퇴직연금 도입 확산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적립금 부족 사태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적립금 안쌓아도 그만? 영세기업일수록 퇴직금 불안=지난해말 기준으로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사업장)은 총 35만곳. 2016년 32만곳에서 1년 새 약 3만곳이 늘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확한 통계가 잡힌 2016년 기준으로 전체 기업의 26.9%가량이 퇴직연금을 도입했다.

퇴직연금이 기존 퇴직금제도에 비해 근로자에게 유리한 이유는 퇴직금 재원이 기업 밖에 별도로 적립된다는 점이다.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거나 파산해도 근로자는 사외 적립금으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DB형은 퇴직금 운용으로 손실이 나도 기업이 책임지고 약속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더 안정적으로 평가돼 선호도가 높다. 지난해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은 DB형 110조9000억원, DC형(확정기여형) 42조3000억원이었다.

기업은 퇴직연금을 도입했든, 도입하지 않았든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데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용자는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기업으로서도 퇴직연금을 도입해 퇴직금 재원을 사전에 적립해 놓아야 후에 부담을 덜 수 있다. 아울러 퇴직연금을 도입하면 법인세를 낼 때 적립금의 일정 비율만큼 손비(비용)로 인정받아 절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최근 근로자 30명 이하 소규모 기업도 속속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지만 운용 책임이 기업에 있는 DB형의 사외 적립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데다 제재수단도 없어 문제로 지목된다.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회사가 매년 재정검증을 통해 적립금이 부족하면 해당 기업과 근로자에게 통보하는 것이 다다.

기업이 3년 안에 부족금을 어떻게 채울지 계획서를 만들어 퇴직연금사업자와 근로자단체(노동조합) 등에 알릴 의무가 있으나 이 역시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 퇴직연금을 담당하는 금융권 관계자는 “적립금이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의 상당수는 소규모 영세기업이기 때문에 적립금이 부족해도 근로자가 추가 적립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당장 운영자금이 부족한 기업은 퇴직 직원에게 나중에 현금으로 채워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잠자는 퇴직급여법=정부도 이같은 문제를 잘 알고 있지만 퇴직연금이 100% 의무화하지 않은 현 상황에선 선뜻 제재에 나서기 어렵다는 고민이 있다. 퇴직급여법에 따르면 2012년 7월 이후 설립된 기업은 퇴직연금을 의무도입해야 하지만 그 이전에 세워진 기업은 기존 퇴직금제도를 유지해도 되고 희망할 경우 퇴직연금으로 전환해도 된다. 퇴직연금 적립금 부족시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도 퇴직연금제도 확산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퇴직연금 의무도입 확대를 핵심으로 한 퇴직급여법 개정안을 2017년 전후로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퇴직금 지급 대상을 근속기간 1년 미만으로 확대하는 문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면서 적립금 부족 기업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도 덩달아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퇴직연금 의무화 도입을 우선순위로 두면서 적립금 부족 상황에 대한 추가 개선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기업 외부에 퇴직금을 별도로 운용해 ‘월급생활자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겠다는 퇴직연금 도입 취지마저 무색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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