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일 오후 서울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광주시 협상단과 현대차 간의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 설립’ 협상에서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했다.
양측은 오후 2시부터 3시간 이상을 협상했지만 몇가지 쟁점에서 이견을 보이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 일정상 예산심의가 이달 말 종료되기 때문에 관련 예산을 확보하려면 빠른 합의가 필요하다.
우선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이 현대차 공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신차 투입 등 핵심 결정은 현대차가 할 수밖에 없지만 최대 주주는 광주시다. 공장 운영에서 이견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공장의 성패를 좌우할 생산물량 문제로 이어진다. 광주시는 합의안에 장기적인 최소 생산물량을 적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차에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임금 부문도 협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광주시는 기본급을 중심으로 한 3500만원+알파(α)를 적정임금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처음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할 때 받았던 조건보다 많이 높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지난 3월 노사민정 대타협 당시에는 5년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유예 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법적 문제 등으로 인해 최근 현대차에 제시한 협상안에선 이 부분이 빠졌다. 여기에 주요 경영 활동에 노조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처음 참여 의향서를 제출할 때와 지금은 조건이 너무나 달라진 상태"라며 "특히 노조 문제 등을 광주시에서 모두 해결해 줄 것으로 믿고 들어갔는데 해결된 것이 사실상 없고, 노조의 영향력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대차 공장이 아닌 만큼 현대차가 작업 지시 등을 직접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간접고용 문제와 함께 소송으로 번질 수 있다. 기아차의 경차를 생산하는 동희오토에서도 현재 동일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노동계의 반대도 부담이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에 적극 반대하며 총력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10일 확대운영위원회를 소집해 ‘광주형 일자리 투쟁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민주노총도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임금수준 하향을 골자로 하는 ‘광주형 나쁜 일자리’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주 노동계 내부에서도 세부항목에서 반대를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급 과잉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한 공장 설립에 참여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카셰어링(차량공유) 등 자동차 소비 개념이 바뀌는 상황에서 생산능력(캐파) 증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이 잘 이뤄진다 해도 현대차가 직접 투자를 할 지 여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광주 지역 내에서 합의가 끝나지 않은 이상 현대차와 협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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