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유력 김동연, '상고 신화’ 썼지만 주도권 못쥐어보고 퇴장

머니투데이 세종=양영권 기자 | 2018.11.09 09:08

혁신성장에서도 '장벽' 실감, 교체 굳어지자 靑상대 '작심발언'이어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7일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 결정의 위기'라는 자신의 발언을 놓고 장하성 정책실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데 대해 "여야가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경제가 나갈 길을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이날 해명했다. 2018.1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고 신화’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증세와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규제강화 등 경제정책 전반에서 주도권을 쥐어보지도 못하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보다 먼저 교체될 것으로 예상됨으로써, 사실상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김 부총리는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해 야간대학에 다니며 입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동시에 합격,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미국 국비 장학생에 선정돼 미시건대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업무추진력과 기획력이 뛰어나 역대 정권에서 두루 요직을 역임했다.

참여정부 때는 기획예산처에서 장기 국정 마스터플랜인 ‘국가비전 2030’ 작성의 실무를 총괄했으며, 이명박정부에선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에, 박근혜정부에선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에 기용됐다. 2014년 7월 국무조정실장을 그만 두고는 아주대총장으로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로 발탁됐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 전 기획산처 장관의 추천을 문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게 인사의 배경으로 돌았다.

경제부총리로서의 하루하루는 순탄하지 않았다. 급격한 증세와 복지 확대,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여당 정치인, 청와대 인사들에 휘둘리는 모양새를 연출하며 정책 주도권을 쥐지 못했던 것. 정권 출범 초기 정부여당의 증세 논의 때부터 ‘김동연 패싱’론이 일기 시작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표의 법인세 증세 주장을 청와대가 받아들이면서, 김동연 부총리는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는 자신의 발언을 거둬들여야 했다. 결국 기자실에 내려와 유감 표명을 했다.

최저임금 인상률 등 소득성장 정책을 놓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갈등이 깊었다. 문 대통령이 나서 경제 컨트롤타워는 김동연 부총리임을 확인해줬지만 실제로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장하성 실장이, 공정경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주도권을 가졌고, 김 부총리의 역할은 혁신성장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혁신성장마저도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 1년이 지나도록 혁신성장은 아직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공개 질책을 하기도 했다. 두달 만인 지난달 24일 김 부총리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방안'은 공유경제 확대 방안 등 굵직한 규제 개혁 과제에 있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정책능력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에서는 정권에 지분이 없는 관료로서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의 멘토 격인 변양균 전 장관 역시 이번 정부에서 딱히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김 부총리는 교체가 굳어진 뒤에는 청와대에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지난달 18일 국정감사에서는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동의하냐”는 질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지난 6일에는 올 연말 일자리 상황 개선을 전망한 장하성 실장의 경기 진단에 "정책실장이 아마 자기 희망을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지난 9일에는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라는 발언까지 했다.

이처럼 청와대와 김 부총리의 대립각이 형성되자 야권에서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나라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김 부총리의 지혜를 빌려달라"고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 부총리의 정치권 행보를 예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권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악화된 경제상황에 대한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고 했지만, 최저임금 속조조절론 등으로 ‘반청와대’ 이미지를 많이 구축했다”며 “야당 어느 곳으로 가든 개혁적 보수 이미지로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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