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국제공항의 텅 빈 현재 풍경을 전했다. 공항은 겉으로는 여느 공항과 똑같아 보이지만 내부에는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매주 시설물 점검을 위해 빈 공항열차가 공항을 빙빙 돌 뿐, 제대로 작동하는 시설이 없다. 현재 공항에는 최소한의 유지보수 인력만 머물고 있다.
BBC는 "독일은 정교하고 효율적인 엔지니어링으로 유명하지만 신공항은 얘기가 다르다"며 "개항이 계속 지연되면서 베를린 시민들 사이에선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새 국제공항이 독일의 엔지니어링 기량에 의문부호를 붙였다"며 "테이프 커팅식을 앞두고 매번 창피한 연기를 거듭했다"고 평가했다.
브란덴부르크 국제공항은 완공되면 독일 3위 규모의 공항이 될 예정이었다. 2006년 착공해 원래 2012년 완공이 목표였다. 2012년 6월 완공식을 앞두고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까지 참석을 확정했다. 하지만 완공식 3주 전 갑자기 일정이 취소됐다. 최종 점검에서 소화설비 등 부실시공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부실시공 내용을 들여다보면 황당한 것이 많다. 공항 내 4000개가 넘는 문에 숫자가 잘못 기입된 실수부터 90m가 넘는 소화설비 케이블이 잘못 설치되거나, 에스컬레이터가 당초 설계보다 짧은 문제까지 줄을 이었다. 당초 계획안보다 여객터미널 내 수속카운터 수를 적게 설치된 것도 드러났다.
이 때문에 공사비용은 당초 예상보다 3.5배나 증가한 73억유로(약 9조3770억원)가 됐다. 당초 독일 정부와 민간 사업자들이 예측한 공사비는 20억유로(약 2조5700억원)였다. 비용의 절반은 베를린시와 브란덴부르크주에서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은행 대출로 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완공이 2020년까지 미뤄지면서 매달 유지비로만 1000만유로(약 128억원)가 들어가는 실정이다. 올해 초에는 오랜기간 방치된 항공편 안내 모니터 750여개가 모두 망가져 추가로 50만유로(약 6억4200만원)를 들여 교체하기도 했다. 지난해 채무상환액은 1억4000만유로(약 1800억원)에 달했다. 독일 정부와 민간 사업자 등은 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분쟁 중이다.
독일 내 여론도 싸늘하다. 루프트한자 등 독일 항공사들은 신공항이 절대 완공될 수 없다며 처음부터 다시 지으라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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