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미국, 세계 최대산유국

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 2018.11.07 04:30
미국이 지난 8월 하루평균 1134.6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1973년 이래 45년 만에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지난 9월 러시아가 증산을 해 다시 2위로 내려앉았을 것으로 추정되긴 하지만 이는 하나의 사건 그 이상이다.

미국 달러에 의존하던 세계가 이젠 미국 석유에 보다 더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더 강력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존은 곧 종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것은 셰일오일 덕분이다. 미국은 최소 200년 이상 쓸 수 있는 셰일오일을 갖고 있다. 시추기술이 발전해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도 20달러 중반 아래로 내려갔다. 내년엔 생산과 수출이 더 늘어 미국의 원유 순수입이 제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의 미국산 석유 수입도 늘었다. 올 상반기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1410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많았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앞서 8월부터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지 않아 11월 한국의 대미 원유 수입은 사상 최대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해 인도, 일본, 대만 등에 원유를 팔아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덜 사가는 만큼 벌충하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산 석유에 목말라하던 미국 입장에서 중동의 중요성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이라크전처럼 중동에 개입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미국이 지난 8월 동맹국 터키에 제재를 하는 등 태도가 달라진 것도 이 지역에서 터키의 지정학적 위치가 예전만 못함을 드러낸다.

유가급등을 염려한 것이라며 8개국에 ‘6개월 한시 유예’란 조건을 달았지만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복원한 것 역시 셰일오일에 근거한다. 세계 4위 산유국 이란의 석유수출을 막아도 이를 상쇄할 카드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기축통화이자 석유결제 통화인 달러에다 석유까지 넉넉한 미국은 중국과 패권전쟁에서 입지가 더 탄탄해졌고 중국에 최고의 압박을 해왔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새 안보전략에서 중국을 경제침략국으로 규정한 데 이어 지난달 4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중국의 전방위적 경제침략 행위를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통화, 미국이 중국을 이란 원유수입 제재 면제국에 넣은 점 등을 들어 극적인 합의를 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미국의 중국 견제가 중간선거용 이벤트가 아니라 패권전쟁 차원의 정책기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미국-멕시코-캐나다가 체결한 협정(USMCA)엔 세 나라 중 한 나라가 ‘비시장경제’ 국가와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으려면 나머지 두 나라에 관련정보를 주고 나머지 두 나라가 USMCA를 재검토할 권리도 준다는 내용이 들어갔는데 중국을 겨냥한 이런 조치는 되돌릴 수 없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제조산업 육성정책인 ‘중국 제조 2025’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반도체업체 푸젠진화를 수출제한 리스트에 올린 것도 쉽사리 거둘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미중 무역분쟁의 충격에 점점 더 노출된다는 점이다. 지난달 한국 코스피지수와 중국 상하이지수의 그래프는 거의 겹쳤고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화도 심화한다.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둔화는 한국 GDP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미중의 다툼이 격화하면서 줄서기를 강요당할 수도 있고 그 결과에 따라 반사이익도 얻을 수 있지만 자칫 어느 한쪽으로부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보다 더한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

세계가 신냉전 국면으로 치닫는데 대처수단은 딱히 없는 게 우리의 처지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가 바뀐 판을 읽고 대비태세를 갖춰야 하는데 위기의식조차 없이 “내년에 좋아진다”고 주술만 걸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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