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경 폐지? 야구·축구는…" 국무조정실 나서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 2018.11.05 05:17

국무조정실, 경찰청에 의경 체육단 회의 통보… "의경 다 줄이는데, 형평성 어긋나"

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열린 의경 축구팀인 아산 무궁화 축구단 폐지 해체 반대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 최용수 FC서울 감독, 김병지, 최진철, 송종국 전 국가대표 등 축구인들과 아산무궁화 팬들이 축구단 해체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찰이 지난해부터 예고한 의무경찰(의경) 체육단 폐지 절차를 진행하자 스포츠계가 정부를 움직여 맞서고 있다. 국무조정실까지 나서 관계부처 의견을 조율하라고 하자 경찰은 난감한 표정이다. 2023년 의경 제도 폐지 방침에 따라 치안업무를 수행하는 현장 의경들도 줄이는 판국에 체육단만 유지하는 것이 되레 역차별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의경 체육단 정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관계 부처 회의를 열겠다는 계획을 경찰청에 이달 초 구두로 전했다. 경찰청은 이미 KBO(한국야구위원회), 프로축구연맹 등과 체육단 문제를 여러 차례 논의해왔지만 국무조정실 주재로 회의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가 정운찬 KBO 총재(전 국무총리)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 총재는 올 4월에도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과 함께 이철성 전 경찰청장을 찾아 경찰청 야구단 폐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회의 계획 역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말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국무총리실 출신 공직자 모임(국총회)' 만찬에서 정운찬 총재를 만난 후 잡힌 일정이다.

스포츠계에서는 경찰청에 의경 폐지 전까지만이라도 체육단 폐지를 유예해달라고 주장해왔다. 홍명보, 김병지, 송종국, 최진철 등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달 2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전원 의경으로 구성된 아산무궁화축구단 존속을 호소하기 위해 집회를 열기도 했다.

스포츠계는 일반 개인 종목 선수들과 달리 축구나 야구 같은 단체 경기 선수들은 팀 유지가 안되면 남은 복무 기간 동안 아예 선수생활을 할 수 없다는걸 문제점으로 꼽는다. 또 그동안 폐지 방침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축소 계획은 9월에서야 갑작스레 통보했다며 반발한다.


하지만 스포츠계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시각도 무시하기 어렵다. 문화·예술 등 다른 분야 의경들과 치안 관련 업무를 맡는 의경들도 단계 축소 혹은 폐지 절차를 밟고 있어서다.

근본적으로 군 입대와 동시에 경력이 단절되는 일반 국민과 달리 운동선수들만 리그를 뛰며 실력을 유지하는 것이 일종의 특혜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경찰은 현 상태로는 국무조정실 주재 회의가 열린다고 해도 계획을 바꾸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홍보대·악단·체육단 등 치안업무와 무관한 소부대에 근무하는 400여명은 우선 감축이나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축구·야구단만 인원을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 9월 의경 선발공문에서 올해부터는 스포츠 특기 경찰을 모집하지 않는다고 공지했기 때문에 절차상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 야구단은 올 9월 선수들이 제대해 20명만 남아있는 상태다. 이대로라면 내년 퓨처스리그(프로야구 2군리그) 96경기를 20명으로 치러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축구단인 아산 무궁화도 마찬가지다. 올해 선수 선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에는 선수가 14명밖에 남지 않는다. '클럽별 등록선수 수는 최소 20명'이라는 K리그 선수규정 제4조 제1항에 위배 돼 K리그2(프로축구 2부리그) 참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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