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카메라 해킹, 여성 5000명 은밀한 사생활 털렸다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 2018.11.01 12:00

IP카메라 침투해 집안 엿본 男피의자 10명 검거…반려동물 사이트 회원 정보 털어

자료제공=경찰청
일명 '가정용 CCTV'로 불리는 IP카메라(Internet Protocol camera, 유·무선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하는 카메라)를 불법 조작해 여성들의 사생활을 엿본 피의자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피해자만 약 5000명이다.

이들은 IP카메라 접속 정보가 포함된 사이트를 해킹하거나 중국산 해킹프로그램을 입수해 카메라에 침투했고 각도 조절·줌 기능으로 성관계 등을 훔쳐보고 영상을 저장하기까지 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사이버성폭력수사팀)는 IP카메라에 무단접속해 사생활을 엿보거나 불법촬영한 피의자 10명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으로 검거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10명은 2014년 6월부터 올 10월까지 4912대의 IP카메라에 3만9706회 무단 접속해 피해 여성들의 사생활을 엿본 혐의다.

피의자들은 IP카메라의 줌이나 각도 조절 기능들을 조작해 여성들의 나체, 성관계 장면 등을 엿봤다. 녹화한 2만7328개 동영상 파일은 컴퓨터 등에 저장했다. 저장 규모는 1.4TB(테라바이트)인데 이는 영화 700~800편 정도의 분량이다.

IP카메라에 침투한 유형은 두가지다. 피의자 중 1명인 웹제작 프리랜서 황모씨(45)는 올 9월 해킹프로그램으로 국내 한 반려동물 사이트를 해킹해 1만5854명의 회원정보를 입수했다. 이 사이트는 반려동물 감시용으로 중국산 IP카메라를 판매하고 반려동물의 중계 영상을 회원끼리 공유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황씨는 회원 정보 중 1만2215개의 IP카메라 접속정보를 추출한 후 각 카메라에 무단 접속해 은밀한 사생활을 훔쳐보고 영상물을 저장했다. 경찰이 황씨의 무단 접속을 확인한 사례는 264대다. 피해자 대부분은 반려동물을 키우며 혼자 사는 여성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2년부터 해당 반려동물 사이트 회원으로 활동하던 중 우연히 내 IP 카메라가 누군가로부터 해킹된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계기로 2014년부터 같은 수법으로 타인의 IP 카메라에 침입했다"고 진술했다.

2014년부터 회원 한두 명의 카메라에만 무단 접속했던 황씨는 올 9월 이 사이트를 해킹해 회원들의 IP 카메라 접속정보를 통째로 빼냈다. 경찰청 관계자는 "죄질이 나빠 황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증거가 모두 확보됐다'는 이유로 기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의자 9명은 인터넷 검색으로 해킹프로그램이나 IP 카메라 정보들을 입수했다. 이들은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의지대로 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피의자들로부터 압수한 영상물을 전량 폐기 조치하고 인터넷으로 유포했는지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회원정보가 유출된 반려동물사이트 운영업체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 신고 없이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로 입건했다. 개인정보 보호조치 의무 등 관리소홀 여부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 유출 등 피해를 입은 이용자에게는 이 사실이 통지가 됐다.

다만 5000명에 가까운 피해자들은 사생활 유출 사실을 모를 가능성이 높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로 특정해 조사한 분은 6명뿐이고 나머지 피해자들에겐 어떤 방법으로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할지 그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IP카메라 사용자들이 보안에 신경 쓸 것을 당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IP카메라 사용자들은 제품 구입 당시 설정된 기본 계정이나 초기 비밀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피하고 안전한 비밀번호로 재설정한 후 수시로 변경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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