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솔직하게 쓴 '자소서', 떨어졌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8.11.03 06:10

취준생들 심경 담아 쓴 자소서 후기, 서류 '광탈'…탈락 이유 들으려 했지만 연락도 안돼

편집자주 |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본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보이지 않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하고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매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고 다니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전달하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OOO 기업에 지원했다가, 지난달 30일 서류 탈락 소식을 접한 기자가 괴로워 하고 있다. 사실은 서류가 떨어진 다음 날, 괴로웠던 심경을 책상에 엎드려 표현해 봤다. 기사 메인에 쓸 사진이 마땅히 없어서였다./사진=남형도 기자 앞에 앉은 남궁민 기자

'띠링'. 저녁 시간, 발걸음을 붙잡은 문자 한 통. 낯선 번호로 뜬 미리보기 화면엔, 익숙한 기업명(名)이 있었다. (주)OOO였다. 세일 문자가 아녔다. 지원했던 기업이었다. 문자 내용에 가슴이 쿵쿵 울렸다. '신입사원 모집 서류전형 결과 발표', 자세한 사항은 사이트를 보라 했다. 심장이 쫄깃해졌다. 첨부된 링크를 누르니, 합격자 발표 아이콘이 보였다. '빨간 봉투에 흰 편지' 모양이었다. 누르는 순간, 이상한 와이파이가 잡혀 버벅거렸다. 신경이 예민해졌다. 부리나케 끄고, 다시 결과를 마주하러 갔다.

회사 선택을 하고, 지원했던 채용 공고를 눌렀다. 이름과 이메일도 적었다. 비밀번호를 썼더니, 잘못 입력했다고 나왔다. 긴장했구나 싶었다. 혹시 몰라 '대문자' 설정을 끄고, 비번을 또박또박 입력했다. 화면이 뜨는 순간 눈을 살짝 감았다. 위에서부터 천천히 글자를 봤다. 그렇다고 결과가 바뀌는 것도 아니건만. 첫 문장을 봤다. '채용에 응시해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 드립니다.' 왠지 불길했다. 벌써 감사라니, 이제 안 볼 것처럼. 다음 문장을 봤다. '최종 심사 결과, 귀하께서 누구 못지 않게 뛰어난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잠시 들어온 한 줄기 희망. 이어서 봤다. '하지만 아쉽게도…'. 끝났네, 직감이 왔다. 다음 내용은 힘날리 없는, 위로 멘트에 불과했다.

8년 만의 '취업 도전기(記)'는 그렇게 끝났다. 지난달 12일, '진짜 솔직한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썼었다. (☞'자소서', 진짜 솔직하게 써봤다 기사 참고, 10월13일자) 취업 준비생 5명을 인터뷰 해, '진짜 솔직하게 자소서를 쓴다면 뭘 쓰겠느냐' 물었었다. 이를 3000자에 녹여, 마음을 꾹꾹 담아 실제 지원했었다. 이를 기사로 썼다. 취준생 독자들 반응은 뜨거웠다. 아니, 많이 슬펐다. '이 기사는 사이다, 기업에서 좀 봤으면 싶다.(jjw2)', '제가 진짜 적고싶은 말이 여기 있네요..ㅎㅎ(altj)', '새벽에 기사보고 펑펑 울었다(rlag)' 등. '많이 힘들었구나', 취준생들이 지쳐 있었다는 게 느껴졌다. 조건 없는 공감과 위로가 절실했을 터였다. 누군가 품처럼 따스한. 현실이 차가울 지라도 말이다.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매일매일 무너지고, 그럼에도 매순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게 인생에선 가장 큰 도전이다. 그 마음을 담아 자소서를 써서 알린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는 취준생들이 많았다./사진=뉴스1

사실 붙을 거란 기대는 별로 없었다(떨어져 놓고 정신 승리 중). 아니, 붙어선 안됐었다. 기사를 위해, 절박한 취준생의 한 자리를 뺏을 순 없었다. 그래서 애초 자소서에 기사 목적이란 것을 밝혔다. 그럼에도 발표가 났나, 매일 조바심이 났다. 채용공고상 합격자 발표일은 '10월 말', 무척 애매했다. 차라리 정확한 날짜·시간을 명시해줬으면 좋았을 터였다. 10월25일부터는 신경이 계속 쓰였다. 취준생들 마음도 같았다. '오늘 발표 날까요?', '내일은 나겠죠?'하는 글이, 취업 카페에 매일 올라왔다.

'후기'를 쓰기로 결심한 건, 독자들 요청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 후기로 꼭 남겨달라'고 했다. 자소서를 시원하게 던지고 마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끝맺음을 하는 게 '예의'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주)OOO 인사담당자가 실제 자소서를 보긴 봤는지 묻고 싶었다. 혹시 나이 때문에 필터링 된 건 아닐지. 만약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는지도. 그래서 서류 전형에서 떨어진 이유가 대체 뭔지 알고 싶었다.



그래도 지원자인데…전화도 받지 않았다



기자가 (주)OOO 기업에 서류를 넣었다가 광탈(빛의 속도로 떨어지는 것)한 화면(왼쪽). 회사의 발전계획 및 사업운영방향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생각을 오른쪽 짤로 표현해 봤다. 실미도의 명장면이다./사진=남형도 기자

탈락한 다음날인 31일, 스마트폰을 들었다. 일단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서류 발표 문자에 찍힌 번호가 생각났다. 통화를 눌렀더니 신호음만 길게 울렸다. 받지 않아 끊었다. 다시 걸었다.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집요하게). 그래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채용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또 다른 번호가 나와 있었다. 앞 세 자리는 같고, 뒤 네 자리만 다른 번호였다. 혹시 몰라 이 번호로도 전화를 걸었다. 긴 통화연결음만 이어졌다. 마찬가지였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결을 기다리다 잠이 들 뻔 했다(약간 과장).

안되겠다 싶어,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별로 안 좋은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주)OOO 대표 번호로 걸어보기로 했다. '누군가는 받겠지' 심정이었다. 역시 대표 번호는 달랐다. '고객과 함께하는 OOO 콜센터입니다.' 기계가 친절히 맞아줬다. 기타 문의는 3번이었다. 이를 누르니 역시 친절한 상담원이 받았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하고 물었다.

"OOO 지원자인데, 인사팀과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저희는 OOO 브랜드 연결을 도와드리는 통합 콜센터"라며 "그쪽은 확인되는 번호가 없다"고 했다. 그럼 어디로 해야 하느냐고 재차 묻자, "채용 사이트 번호로 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옳지 싶어 "거기로 이미 해봤는데 안 받는다"고 하자, 상담원은 "그래도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8시간 가까이 전화를 시도했지만, 고작 연결된 게 이런 대답 뿐이었다. 취준생이 지원 기업 인사 담당자와 통화 하는 게 이렇게나 힘들었다. 떨어진 취준생은 물론, 다음 전형에서 궁금한 취준생들도 난감할 터였다.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있는, 관계의 '수직구조'였다.



마지막 수단, '메일'을 보냈다



OOO 기업 서류에 떨어진 뒤, 왜 떨어졌는지 묻기 위해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3일이 지나도록 메일을 읽지도 않았다. 취업준비생들은 며칠씩 자소서를 공들여 쓰고, 떨어지면 그만이다. 이유를 들을 수조차 없어 보였다./사진=남형도 기자 메일

남은 방법은 딱 하나였다. 채용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메일로 보내는 것. 안 돌아가는 짱구를 열심히 굴렸다. 꼭 봐주십사 하는 마음으로, 메일을 썼다. 메일 제목은 '안녕하세요, OOO 지원자입니다.'라고 썼다. 기자라고 쓰면 메일도 안 볼까봐 그랬다. 본문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OOO 인사담당자님.
불철주야(不撤晝夜) 좋은 인재를 가리시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날씨가 쌀쌀해진 와중에, 눈이 뻑뻑하고 뒷목도 당기시리라 생각됩니다.
다 먹고 살자는 일인데, 아무쪼록 끼니는 잘 챙겨 드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는 이번에 (주)OOO 신입사원 모집에 지원했던 남형도라고 합니다.

서른 여섯 늦깎이라, 지원서를 쓰는 것조차 참 쉽잖았습니다.
그래도 봐주시리라 믿고 자기소개서 한 줄 한 줄에 간절한 마음 담았습니다.
3000자나 됐지만 그게 문제겠습니까. 꼬박 사흘을 투자해 완성했습니다.

지난 30일 오후 5시31분, 광화문 광장에서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보통은 읽씹했건만, 이번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귀사 합격자 발표였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채용 홈페이지를 보라더군요.
정신줄을 놓고 확인을 시작 했습니다.
스마트폰 좀비처럼 걸어가다, 모르는 여성과 부딪칠 뻔하기도 했습니다.

흔들리는 시내버스 안에서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최종심사 결과 저희는 귀하께서 누구 못지 않게 뛰어난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계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까지 보고 순간 붙은 줄 알고 심장이 쫄깃 했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인원만을', '양해' 등 키워드가 이어졌습니다. 청천벽력이었습니다.
순간 버스가 흔들렸는데, MSG 조금 보태서, 버스 뒤쪽에서 기사님 계신데까지 굴러갈 뻔 했습니다. 
봄철 나뭇잎처럼 자라났을 꿈들, 그리고 떨어진 낙엽처럼 떨어졌을 서류들. 바스라지는 낙엽처럼 바스라졌을 마음들. 환경미화원 체헐리즘 기사 때 안 썼던 사진을 재활용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진심으로 묻고 싶었습니다.
'누구 못지 않게 뛰어난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걸 확인'하시고도
절 가을 낙엽처럼 떨어뜨린 이유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이 표현이 적절한 게, 제 마음이 정말 그렇게 바스라졌습니다.

누구도 얘기해주지 않잖습니까.
떨어지고 나면 '난 형편 없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두 군데, 세 군데로 늘면 '진짜 형편 없구나' 생각하고,
몇 십군데로 늘면 '진짜 최악이구나' 여기게 됩니다. 

용기를 내, 채용 홈페이지 문의처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수화기를 잡은 손이 떨리면서도요.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다섯 번이 넘게 전화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표 번호로 전화 했습니다.
상냥한 콜센터 직원 분이 받으시더군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시길래,

지원자인데, 인사 담당자 분과 통화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채용 사이트에 나와 있는 번호로 하라고 하시더군요.
브랜드 연결이나 안내를 도와드리는 통합 콜센터라고 하면서요.
'이미 전화 걸었는데, 안 받는다'고 했더니,
도와 드릴 수 있는 게 없다더군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렇게 메일 드립니다. 
제가 왜 떨어졌는지,
뭐가 부족했는지,
다음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려주십시오. 

귀사가 남긴, 합격자 통보 마지막 문구를 기억합니다.
'더 좋은 인연으로 함께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라 적혀 있었습니다.
무려 굵은 글씨로 돼 있었습니다.
그 말이 진심일 거라 믿습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아니, 메일을 읽지도 않았다. 기사 마감일인 2일이 다 가도록, '읽지 않음'으로 표시돼 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광화문 망부석(아내가 멀리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가 죽어서 화석이 됐다는 전설의 돌)'이 됐다. 농담이다.



최후의 발악, '공식 답변'까지 요구했지만…




왜 떨어졌는지, 알고 싶은 마음을 이모티콘으로 표현해 봤다. '자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화면이다. 역시 기사 사진을 위해 만들어 봤다./사진=남형도 기자 카톡

포기했을까, 아니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OOO에 다니는 동기가 생각났다. 물어서 인사팀 번호를 알아낼 참이었다. 연락 안한 지 몇년째라 뻘쭘하고 미안했다. 그래도 눈 딱 감고 메신저를 보냈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정말 오랜만이네, 어떻게 지냈어?' 등 대화가 오간 뒤 본론을 얘기했다. 인사팀 번호를 알려달라고. 안타깝게도 '휴직' 중이었다. 미안하다며, 번호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기자 신분을 밝히고, 공식 답변을 요구하기로 했다. (주)OOO 홍보팀에 연락을 했다.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인사팀 답변을 듣고 싶다고 했다. 잠시 뒤 다시 연락이 왔다. 홍보팀 관계자는 "인사담당자가 공식적인 채용 설명회 외에 외부랑 접촉하거나 연락하는 경우가 없다"고 했다. 기사화하지 않을테니, 지원자 입장에서 탈락 사유를 얘기해달라고 재차 말했다. 하지만 안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럼 자소서에 대한 피드백만이라도 달라고 했다. 30여분 후 전화가 왔다. 관계자는 "(자사가) 대표성이 있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어 코멘트를 하는 게 조심스럽다"며 재차 거절했다. 답변을 하면 어느 회사인지 밝히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알 수 있다"며 고사했다.

그럼 지원자가 탈락하면, 설명조차 못 듣는걸까. 홍보팀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연락하면 추가 설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대표 번호로 연락해 인사담당자를 연결해달라고 하면 안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미 다 해봤지만, 연락조차 안됐던 방법을 얘기하고 있었다.



'진짜 솔직한 자소서', 다른 대기업 인사담당자에 보여주니…





별 수 없이 다른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자소서를 보여주기로 했다. 다들 민감해해서 취재조차 쉽잖았다. 확실한 익명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가까스로 몇몇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답변을 받아냈다.

황당하다는 인사담당자도, 참신해서 궁금했다는 이도 있었다. A 인사담당자는 "이건 뭐 자기 맘대로 막 가겠다는 것 아니냐(웃음)"며 "진짜 솔직하긴 한데, 솔직한 걸 넘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이어 "새롭고 재밌긴 한데, 이렇게 쓰면 대부분 기업에선 100%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B 인사담당자는 "자소서는 HR(인사)전문업체서 문제를 출제하고, 그 의도에 맞게 답한 사람을 위주로 선발한다"며 "(진짜 솔직한 자소서 경우는) 출제자 의도에 맞는 답변이 충실히 담기지 않아 뽑히기 어려워 보인다"고 답했다.

반면 C 인사담당자는 "건방져 보이기도 하고, 일부러 삐딱한 친구인가 싶기도 하고, 대체 뭔 생각으로 이런 걸 썼을까 궁금하긴 하다"며 "실제 이런 지원자가 있다면 면접서 보고 싶어서 일단 뽑았을 것 같다"고 했다.



인사담당자·전문가가 말한, '자소서 쓰는 이유'




면접 연습을 하는 취준생들./사진=뉴스1

기업 입장에서 자소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도 함께 들었다.

D 인사담당자는 "자소서 1번(지원 동기와 노력)2번(하고 싶은 일과 차별화 경험)은 직무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잘할 수 있는 걸 선택했는지 알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회사만 보고 판단했다가, 막상 들어온 뒤 생각했던 직무 환경과 달라 퇴사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3번 자소서(학업 외 몰입 경험) 항목도 "거창한 계획을 해서 엄청난 성과를 창출했던 내용을 바라는 건 아니"라며 "직업 선택을 위해 조금이라도 계속 움직여 나간 흔적들을 발견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함께 오래 근무할', '일 잘하는' 인재를 뽑는 게 채용 목표라 했다. 직무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왜 잘할 수 있는지 작성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또 자소서는 '글쓰기 실력'이 아닌, '사실'에 대해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 인사담당자는 "취업에 앞서 본인이 잘할 수 있고,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직업을 알아봤음 좋겠다"며 "기업들도 얼마만큼 취업이 힘든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허투로 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호종 한국취업코칭센터 대표컨설턴트는 자소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말은 듣고 흘려 지나가지만, 문자는 정확히 남는다. 서류 이후 진행되는 전형에서 팩트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꿔 생각하면 자기를 반영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며 "대학 1학년 때부터, 나중에 사회에 나와 어떻게 살 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기소개서, 인적성검사, 실무면접, 임원면접까지, 바늘구멍을 뚫은 인재들은 왜 점점 비슷해져가는 것일까. 과연 채용 프로세스가 창의적인 인재를 뽑는데 적합한 것일까, 아니면 창의적인척 하는 인재를 뽑는데 적합한 것일까. 생각해볼만한 일이다./사진=뉴스1

에필로그(epilogue). 하지만 그렇게 험난한 과정을 거쳐, 뽑힌 소위 인재(人材)들은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왜 뽑혔는지 잘 모르겠다고. 막상 들어와 보면 그렇게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이들은 정작 없다고. 설령 그랬다 한들, 그렇지 않게 만드는 게 조직이라고. 무조건 틀에 맞게 욱여 넣고 또 욱여 넣어 다니다가, 죽어도 안 맞으면 떠날 뿐이라고.

그 이야길 듣고, 문득 이 노래 구절이 생각났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고(故) 신해철- 민물 장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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