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살에 이미 아콰피나라는 이름을 스스로 지었던 그는 2012년, ‘My Vag’이라는 제목의 랩을 유튜브에 공개하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주구장창 자신의 성기를 자랑하는 남성 래퍼 미키 아발론의 ‘My Dick’에 대한 답가로 만들어진 이 랩은,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성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Vag’라는 단어가 53번이나 등장하는 이 랩 때문에 아콰피나는 당시 일하고 있던 회사에서 잘려야 했지만, 뮤직비디오는 3백 만번 이상 재생되며 인터넷상에 급속도로 퍼졌다. 자그마한 체구의 아시안 여성이 뮤직비디오에서 무표정으로 랩을 하며 아무렇지 않게 성기를 언급한다는 점에서 ‘My Vag’는 페미니즘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후로도 아콰피나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마거릿 조와 함께 아시안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비웃고(‘GREEN TEA’), 여성의 성기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에 관한 이야기를 스웨그 담긴 랩으로 옮겨오는 등(‘Queef’) 자신의 정체성에 바탕을 두면서도 유머만큼은 놓치지 않는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주요 캐릭터가 모두 여성인 ‘오션스 8’, 그리고 오로지 아시안 배우들로만 구성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그가 웃음을 담당하는 역할로 캐스팅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얼마 전 아콰피나는 ‘Saturday Night Live’(이하 ‘SNL’)의 호스트가 되었다. 아시안 여성이 호스트로 출연한 것은 루시 리우 이후 약 18년 만의 일이었다. 아콰피나는 어린 시절의 자신이 같은 동양인 여성인 루시 리우를 ‘SNL’에서 보며 새로운 꿈을 품을 수 있었다고, 그것이 현실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자신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고 벅찬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의 아콰피나 역시 그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있을 것이다. 아주 천천히, 아주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세상은 바뀌고 있다. 그 달라지는 풍경 속에 아콰피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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