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살리겠단 코스닥벤처펀드에 뒤틀린 코스닥시장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18.10.30 16:59

코벤투자 공모주, 공모가 하회비중 두배 이상 높아…공모가 이상급등 영향 분석


"물에 젖은 땔감(상장기업)에 기름(코스닥벤처펀드)을 들이붓는다고 불이 잘 붙을리가 없지 않나."

한 벤처캐피탈사 임원은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정부가 지난 4월 내놓은 코스닥벤처펀드의 문제점을 이같이 비유했다. 코스닥벤처펀드에 각종 특혜를 부여했지만 투자 대상과 기간을 강제하면서 일시적인 자금쏠림이 나타나 오히려 시장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스닥벤처펀드로 인해 상장기업 공모가가 이상 급등했고, 메자닌(주식으로 전환할수 있는 채권)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일부 부실기업 생명을 연장하는데 자금이 흘러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에 신규 상장기업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이후 상장된 종목의 주가하락이 두드러 졌다.

올해 코스닥에 상장된(스팩 제외) 기업은 총 41개다. 코스닥벤처펀드가 공모에 참여한 27곳 중 현재가(10월25일 종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경우는 18곳(67%)이다. 반면, 코스닥벤처펀드 투자 이전에 상장된 14개 기업 중 현재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회사는 4곳(29%)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할 때 기업 가치보다 30% 이상 할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증시가 좋지 않다는 것을 감안해도 상장된 지 몇개월도 안된 종목의 공모가보다 주가가 낮은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상장과정에서 공모가가 과도하게 산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닥벤처펀드 이전 상장된 14개 기업 중 공모가 상단을 초과한 경우가 전체의 6곳(43%)이었다. 반면 코스닥벤처펀드 이후 상장된 27개 기업 중 공모가 상단을 초과한 경우는 20곳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특히 코스닥벤처펀드 투자가 이뤄진 이후 수요예측에서 12곳 연속 공모가 상단을 초과했다. 지난해 코스닥 공모기업 공모가 상단을 초과한 기업이 12% 정도였다는 것은 감안하면 코스닥벤처펀드의 시장 왜곡이 어느 수준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경준 한국연금투자 이사는 "의무투자를 정해놓은 상태에서 공모 투자대상이 제한적이다 보니 과잉경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공모가가 올라가면서 상장 이후 공모주 투자매력이 반감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투자자들이 상장된 주식을 사들여야 시장이 살아나는데 공모가가 왜곡되면서 증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코스닥벤처펀드는 투자금이 기업에 들어가게 할 목적으로 CB(전환사채) 등 메자닌에 일정 부분을 투자하도록 강제했다. 그런데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소화할 만한 물량이 없어 과당경쟁이 벌어지면서 메자닌 금리가 곤두박질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지난해 표면이자율 2~3%, 만기보장 수익률 4% 정도였던 CB금리는 올 들어 표면·만기보장 수익률 0%인 경우가 잦아졌다. 지난달 바이오기업 바이로메드가 코스닥벤처펀드를 대상으로 1000억원 어치의 CB를 조달했는데 금리가 0%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0%라는 것은 사실상 마이너스금리로 투자하는 것과 같다"며 "펀드 조건을 맞추다 보니 대규모 CB의 경우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발행된 CB 발행 규모는 3조396억원으로 지난해(3조3051억원) 수준에 육박했고 이 가운데 코스닥 업체 비중이 68%에 달한다.

일부 코스닥벤처펀드는 한계기업들의 CB물량도 사들이고 있다. 상장폐지를 결정한 수상레저 업체 우성아이비는 지난 8월 50억원 어치의 CB를 발행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스닥벤처펀드 도입에 따른 CB 수요가 시장 수급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일부 한계기업이 CB 수요 증가에 편승해 CB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CB 편입을 위한 투자자간 경쟁이 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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