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디자인의 뿌리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윤주현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 2018.11.02 04:00
얼마 전, 디자인경영 선도 기업들과 함께 한국디자인 발전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케이디자인‘K-DESIGN’이란 무엇이며, 이를 찾는 것이 의미 있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갔다. 케이팝(K-Pop), 케이푸드(K-Food), 케이뷰티(K-beauty), 케이무비(K-movie)까지 바야흐로 K 열풍이 불고 있음은 확실하다. 과거 많은 기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경험을 토로하며 한국 국적임을 숨기는 전략을 펼칠 때, 스위스제(Swiss made), 독일산(made in Germany)이 마치 프리미엄 로고처럼 사용되는 것을 보면 부러움을 넘어 질투심을 느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파급력을 바탕으로 방탄소년단(BTS)과 L사의 의류관리기 등 한국의 문화와 제품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우리가 무심했던, 어쩌면 과소평가했던 한국적인 멋과 맛, 끼(재능)와 꼴(외형적인 표출), 깡(끈기)과 꾼(전문성)은 기대보다 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디자인도 그렇다. 지금의 BTS를 만든 일등 공신인 뮤직비디오, YG의 앨범재킷, 무대·의상 등 한류에 디자인이 큰 몫을 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한국 디자인에 대해 높이 평가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케이디자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회나 세미나 등으로 해외를 방문할 때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인·디자이너는 무엇·누구인가?”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백남준(비디오아티스트), 앙드레김(패션디자이너), 안상수(시각디자이너), 김현(시각디자이너) 등이 있지만 아쉬운 것은 지금 해외에서 인정하는 한국 디자인 명성에 비해 디자이너의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세계적 상품과 디자이너가 실과 바늘처럼 함께 붙어 팬덤을 형성하고 그 국가를 대표하는 디자인·디자이너가 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디자이너의 이름이 아닌 제품과 조직의 이름을 걸고 디자인을 해왔다.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 디자이너와 그의 작품은 K-DESIGN 붐을 형성할 것이고, 나아가 국가브랜드가 그리고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지금의 K-pop 한류를 불러온 것도 기본은 사람이었듯 디자인계도 더 장기적인 호흡으로 우리의 전통과 정신을 잘 이해하고 융합할 수 있는 스타 디자이너를 키울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 차세대 디자인 리더 사업의 부활이 필요한 이유이다.


K-DESIGN의 궁극적 지향점은 한국 디자인의 뿌리를 찾고 현재의 트렌드와 접목해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창조하고 세계적인 것으로 확산시키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정체성을 이야기하며 이를 사회적으로 담론화해야 한다.

오는 4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K-DESIGN DNA: 디자인 혁신을 주도하다’라는 주제로 2018 디자인코리아(Design Korea)가 개최된다. 미국의 CES가 도박을 멈추게 했고, 스페인의 MWC가 시에스타를 잊게 했다면, 이번 행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앨 것이며 동시에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디자인 산업의 트렌드를 공유하고, 유명 연사들의 열정과 경험을 배우고 느끼며,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 등을 통해 재미까지 선사하는 이번 행사에, 한국 디자인에 애정과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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