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연내 서울행', 그 의미와 실익에 주목하는 靑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18.10.26 15:40

[the300]약속의 이행과 계승, 북미협상의 지렛대, 역사적 이벤트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에 입장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09.20.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점으로 '내년 초'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올해 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북미 간 협상과 별개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청와대가 그려온 프로세스는 연내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의 가닥을 잡고,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성사시키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내년 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까지 성사가 된다면 북핵 협상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는 일종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 계획의 전제 조건인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김 위원장을 새해 1월1일 이후에 다시 만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조차 "회담을 서두르지말라"는 기조다.

일단 우리 정부는 남북 간 약속을 흔들림없이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미뤄져도 평양공동선언 당시 양 정상이 공감한 김 위원장의 연내 방한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약속의 이행과 그에 따른 계승을 북핵 협상의 동력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북미 간 대화가 교착상태일 때,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라는 빅 이벤트가 오히려 협상판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실제 올들어 진행된 협상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협상을 이끌어가는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지난 5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의 무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후 북미 간 대화가 양측의 견해 차이로 중단됐었지만,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협상판을 다시 세팅하기도 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서울을 온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깜짝 야경투어에 나섰던 것처럼, 서울 시내를 방문해 핵포기에 따른 경제개발 의사를 솔직하게 육성으로 전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평양 시민들을 직접 만나고 연설도 했던 것을, 김 위원장이 서울 시민들 앞에서 재현할 수도 있다.


서울을 방문한다는 것은, 이처럼 지난 4월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지역으로 넘어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남북 관계의 발전에 있어 역사적인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이런 이벤트를 한 차례 연기해 버린다면, 재성사까지 많은 난관과 수고를 거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의 이번 결정에도 북측 참모들이 모두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핵 협상에 있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다음주쯤 북측과 고위급 회담을 할 지 여부가 우선 관건이다. 이 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 북미 간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경우 북미 정상회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으로 이어지는 초기 구상이 탄력받을 수 있다.

북미 간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경우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이후 북미 정상회담으로 순서를 바꿔 추진하는 방식이 우선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행이 갖는 상징성과 의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판문점선언에 역시 명시됐던 '연내 종전선언'을 어떻게 정리할 지 여부가 숙제가 될 수 있다.

'선(先) 북미 정상회담-후(後) 김 위원장의 답방'이라는 기존 순서를 유지한 채, 내년으로 일련의 이벤트를 미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북측이 종전선언이나 제재해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성과를 못 낼 경우 김 위원장의 방남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실제 지난 9월 평양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 측 인사들에게 "내가 아직 서울에서 환영받을 만큼 일을 많이 못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빈손으로는 서울에 가지 않겠다는 의미다. 평양공동선언 당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시점과 관련해 양 정상은 '올해 내'라고 공감했지만, 선언문에 명시된 것은 '가까운 시일 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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