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지만 찾아다니는 현대판 지관 “백두산 어디든 못갈쏘냐”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8.10.26 04:00

[피플]김복철 지질자원연구원장 “장군봉에 ‘단군기지’ 설치…‘마그마 방’ 들여다볼 것”

김복철 원장/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으레 입사하면 전국 팔도를 유랑하며 산과 땅을 보는 일을 숙명처럼 안게 된다. 옛 지관(地官)의 후예랄까. 다른 점이라면 풍수지리상 지축의 흔들림(지진), 펄펄 끊는 마그마, 땅꺼짐(싱크홀)이 나타나는 흉지(凶地)가 이들에겐 ‘명당(明堂) 중의 명당’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자연)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의 얘기다. 지자연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노장에 속한다. 올해 100돌을 맞았다. 엄밀히 말하면 1918년 지질조사소가 기원이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1948년 9월 13일 중앙지질광물연구소로 창립돼 올해로 기원 100년, 창립 70주년이다.

“비록 일제 강점기인 1918년에 출범했다는 아픈 역사를 가졌지만 한반도에서 근대적 지질학 개념을 도입해 지질 조사를 실시했고,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인 지질도도 발간하는 등 과학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역사를 써왔습니다.” 지난달 지자연의 새로운 수장을 맡은 김복철 원장의 말이다.

김 원장은 지질학 1세대다. 1979년 비인기학과 ‘톱3’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을 만한 연세대 지질학과를 선택, 학사·석사·박사를 논스톱으로 달렸다.

“교회 친구 아버지가 과학 관련 기자재 회사를 하셨어요. 반년은 한국, 반년은 세계를 누비며 첨단 기자재를 들여와 판매하셨죠. 그런데 어느 날 제게 “복철아, 자원을 해라”고 말씀하셨어요.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별로 없어 이 분야를 전공하는 게 당장은 밥벌이하기 힘들어 보일 수 있지만 네가 사회에 나갈 땐 국내외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돼 있을 거라고 하셨죠. 그래서 공대로 진학하려다 지구과학계열로 바꿨습니다. 지구를 대상으로 연구를 한다는 게 매우 액티브(active·활동적)해 보이기도 했고…” 김 원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복철 원장/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김 원장에겐 지난 100년을 마무리하고, 미래 100년의 기반을 단단하게 다지는 숙제가 주어졌다. 어깨가 가볍지 않다. 그러나 발걸음마저 무거운 건 아니다. 요즈음 남북 화해 분위기를 보면서 ‘단걸음에 백두산까지 못 갈쏘냐’라며 이제껏 해보지 않은 연구에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다.

“백두산을 수직으로 자른 단면도를 본다고 할 때 우리 연구진은 9km 아래에 호롱병 모양의 ‘마그마 방’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그 방 주변으로 시추공을 뚫어 정밀 센서를 설치할 겁니다. 그러면 마그마 유동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죠. 아직 해본 적 없는 연구지만 이 연구를 하기 위해 수년간 준비해 왔습니다. 남북 화해 무드로 이 연구를 실제로 진행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 원장에 따르면 국제공동대륙지각시추사업(ICDP)을 통해 이 연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자연은 ICDP에 백두산 화산 마그마 조사연구인 ‘엄마(UMMA·Ultra-deep Monitoring on Magma Activity) 프로젝트’를 제안한 상태다.

김 원장은 이 연구 수행을 위해 지구과학연구기지인 ‘단군기지(가칭)’를 백두산 장군봉 부근에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장군봉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았던 곳이다. “지금까지 백두산 화산·지진·광물자원 연구는 중국과 일본 등 외국학자들이 주도해 왔다면, 앞으로는 이곳을 거점으로 남북 연구자가 손을 맞잡아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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