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억울하면 공매도 치세요'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18.10.22 16:13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 개인 투자자들의 화를 돋궜다. 개인 투자자에게도 적극적으로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고 한 게 화근이다.

최 위원장 발언은 공매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개인 투자자와 너무도 다르다는 걸 보여줬다. 가장 극단적인 부분은 개인은 공매도를 죄악으로 보는 반면 최 위원장은 일반적인 파생거래의 하나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흔들리니 개인들이 공매도를 좋아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건 성숙한 나라답지 않은 행동이다. 이런 나라를 믿고 투자할 외국 자본은 없다. 최 위원장 인식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아무리 그래도 개인의 공매도 참여 문턱을 낮춰주겠다고 한 건 개인 투자자의 불만과 한참 동떨어진 주장이다. '공매도=나쁜 놈'이라는 등식이 성립된 마당에 '억울하면 너도 나쁜 놈 되던가'라는 식이다.

최 위원장이나 금융위 공무원들은 웃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억울하면…'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게 아니다. 멀쩡한 기업에 악성 루머가 횡행하고 어김없이 공매도 거래량이 단기간에 증가하는 걸 우연이라고 보는 개인들은 없다. 하락장이 공매도 투자자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인 걸 부정하기 어렵다. 상승장에 하루라도 빨리 올라타 수익을 노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상승장이거나 기업 가치가 올라갈 때 악성 루머와 공매도 증가는 누가 봐도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매도와 악연의 전형이 돼버린 셀트리온의 경우 2012년 중국 임상에 실패했다는 루머가 돌아 주가가 떨어졌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공매도 세력의 소행으로 보고 전쟁을 선포했다. 처음엔 무상증자를 단행했다. 주식을 공짜로 받으려면 공매도에게 빌려준 주식을 받아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자사주도 사들였다. 사법 당국에 수사도 의뢰했다. 주식병합도 선언했다. 이 역시 빌려준 주식을 다시 받기 위해서다. 1년간 주식 수를 50% 늘렸다가 반으로 줄였다.

그래도 셀트리온 공매도는 꿈쩍하지 않았고 오늘날 셀트리온 공매도 잔액이 시가총액의 10%에 이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셀트리온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악성루머와 공매도 관계를 규명하고 처벌할 의지가 없는 금융·사법 당국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와중에 운동장이 기울어지도록 불법·편법을 동원한 쪽의 무게를 바로 잡지 않고 건너편에 개인을 태워 평형추를 잡겠다니 투자자들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불법적인 주가조작으로 공매도에서 수익을 창출한 곳을 찾아 일벌백계하면 이런 공매도 대책은 따로 없어도 된다. 의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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