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기감축 조약' 탈퇴 선언, 中·러 동시 견제라지만…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18.10.21 15:00

러시아와 31년 전 맺은 INF 탈퇴 언급… 군비경쟁 '신냉전' 우려 커져

지난해 11월 베트남에서 열린 APEC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 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왼쪽 하단)의 모습.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맺은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파기하겠다고 밝혔다. INF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군비를 확충 중인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네바다주 엘코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모스크바(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면서 INF 파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22~23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INF 파기를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주 내에 조약 파기에 공식 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INF는 1987년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조약으로, 사거리가 500~5500㎞인 핵탄두 장착용 중·단거리 지상발사 미사일의 생산 및 보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양국이 3년 간 미사일 2692기를 폐기하는 등 INF는 냉전 시대 군비 경쟁을 종식시킨 조약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미국은 러시아가 이 조약을 위반했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지난 2014년에는 2008년 실시한 순항미사일 실험이 INF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올해 2월에는 러시아의 순항미사일 실전 배치가 조약 위반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조약 파기를 고심했지만 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군비 경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상황은 이달 초 나토가 러시아의 INF 위반을 공식인정하며 급박하게 바뀌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당시 "러시아가 국제조약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INF를 위반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케이 허치슨 나토 주재 미국 대사도 "러시아가 이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미국과 동맹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러시아에 상응하는 (무기)능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INF 폐기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중국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협정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해당 무기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NF 당사국이 아닌 중국은 탄도 및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다. 로이터는 중국이 '반접근·지역거부'라는 전략의 일환으로 재래식 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 대 러시아·중국의 신냉전 구도가 가속화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NYT는 "INF가 이미 반쪽자리 조약이 됐다"면서 "조약 탈퇴가 미·중·러 세 열강의 신냉전 구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과학자 연맹의 한스 크리스텐센 원자력정보사업 대표는 "계약이 파기되면 미사일 경쟁이 각지에서 시작될 것"이라면서 "각국이 무기를 배치하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또 무기를 배치하는 새로운 군비경쟁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18일 새로운 초음속 미사일의 배치 준비가 됐다고 밝힌 것을 핵무기 군비경쟁의 재시작 신호라고 지적했다. 푸틴이 말한 미사일은 INF에서 금지할 가능성이 높은 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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