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질 일만 남았습니다"…IR 본격 나선 현대중공업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8.10.17 17:49

보수적인 IR 정책 탈피, 창사 이래 처음 여의도서 기술설명회…"친환경 시장, 최고 경쟁력" 자신


"정말 시장이 좋아지나요?" "예상 수주물량이 얼마나 되나요?" "중국과 기술력 격차가 확실한가요?" "지금 담아도(사도) 될까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메리츠종금증권 13층 강당에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30여명이 몰려들었다. 조선업계 1위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증권맨을 상대로 개최한 친환경 기술 세미나 현장에선 질문이 쏟아졌다.

수년간 수주 절벽으로 일손을 놓아야 할 정도로 망가졌던 조선업이 최근 재평가 받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을 잇따라 수주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9월 말 현재 104억달러(129척)를 수주했다. 수주가 급감했던 2016년 같은 기간(18억달러)보다 6배 늘어난 것이다.

◇"모든 것을 알려주마"…팔 걷은 현대중공업=보수적인 산업 특성에 최악의 실적 부진까지 겹쳐 그동안 시장과의 소통에 담을 쌓았던 현대중공업도 화답하고 나섰다. ‘조선업이 바닥인가’, ‘얼마나 더 좋아지나’를 묻는 기관 투자자가 늘자 이례적으로 자사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알리는 IR 행사를 마련했다.

20여 년간 증권사에서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 지난 7월 현대중공업 IR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성기종 상무가 기획했다. 성 상무는 "최근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장기간 침체됐던 조선업이 바닥을 치고 살아나는 상황인 만큼 시장에 회사의 경쟁력을 적극 알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이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을 한 적은 있지만, 선주가 아닌 증권맨을 상대로 기술세미나를 연 것은 처음이다. 다음 주에도 또 다른 주제의 기술세미나가 계획돼 있다. 8월에는 현대삼호중공업 전남 영암조선소, 지난달에는 현대미포조선 베트남 비나신 조선소 등에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현장을 공개하는 행사도 개최했다.


증권맨들은 만족한 반응을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3~4개월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주 주가가 평균 30~40% 뛰었지만 재미를 본 국내 기관은 많지 않다"며 "기업가치나 업황 전망이 어려워 투자비중을 늘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판단이 선다"고 말했다. 실제로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8월 현재 펀드매니저들이 투자 종목을 선정하는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조선주 편입 비중은 0.98%에 불과하다.


◇2020년 판 커지는 조선업…독보적 기술력, 부활 밑거름=현대중공업 경영 지표가 당장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해는 수천억원대 영업적자가 불가피하다. 일감이 없는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으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원자재(후판) 가격 인상으로 손실이 발생하는 등 3000억원에 달하는 일회성비용(직원위로금·공사손실충당금)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확실히 달라진다. 올 들어 따 놓은 일감이 넉넉한데다 대형 프로젝트 발주도 넘쳐난다. 특히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배출가스 규제를 앞두고 LNG선 등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선박 시장이 커진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까지 평균 26척 수준이던 LNG선 발주물량은 올해 61척으로 늘었다. 2027년까지 매년 44~69척이 발주될 전망이다.

장광필 현대중공업 기술연구소 상무는 "환경 규제를 앞두고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분야인 만큼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중국과의 격차가 확실히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가 추정하는 현대중공업의 실적 전망도 밝다. 올해는 1500억원 이상 영업손실이 불가피하지만 내년에 3000억원에 달하는 흑자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에는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목표주가도 잇따라 상향 조정됐다. 양형모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체들이 글로벌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며 "업황의 대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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