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백화점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2806명 연구결과 발표와 현장노동자 증언대회'에선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생생한 사례가 발표됐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총 2806명의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근무환경과 건강실태를 조사했다.
김 교수는 "백화점·면세점의 경우 근무자들이 고객용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2806명의 근로자 중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2173명으로 전체의 78%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처럼 화장실을 제 때 가지 못해 방광염을 겪는 근무자의 비율은 20%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조사 대상 2806명 중 1185명의 근무자들은 ‘화장실에 가야하는 상황이 생길까봐 목이 마른데도 물을 안 마신다’고 응답했다. 백화점, 면세점은 건물 특성상 건조하고, 판매 근무자들은 소비자들에게 말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럼에도 충분한 물을 섭취하지 못해 근무자들의 성대결절과 안구건조증 비율은 각각 5.2%, 38.4%로 나타났다.
또 여성 근무자의 경우 화장실을 가지 못해 ‘6개월 간 생리대를 제때 교체하지 못한 경험’의 비율이 40%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약 17%의 여성 근무자들이 피부질환과 염증을 겪었다고 답했다.
‘근무 장소에 직원용 의자가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있어도 앉을 수 없다’는 비율은 66%였다. 이로 인해 하지정맥류, 족저근막염의 질병을 겪는 비율이 각각 15.3%, 7.9%로 조사됐다.
휴게실 사용 여부에 대한 설문에선 1630명(58.1%)이 지난 한 달 동안 휴게실을 이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휴게실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휴게실의 의자 수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65.7%로 가장 많았다.
이 의원은 "앉을 권리, 휴식할 권리, 화장실 이용 같은 최소한의 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 노동 현장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백화점·면세점 판매원들의 최소한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