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자살 위장 여인의 시신서 진짜 범인을 찾았다

머니투데이 황희정 기자 | 2018.10.20 08:49

[따끈따끈 새책] '100년 전 살인사건'…검안을 통해 본 조선의 일상사

1904년 5월 어느 날 경북 문경 군수는 한 양반가의 며느리가 이웃에 사는 상놈에게 겁간당할 뻔했다며 그를 처벌해달라는 소장을 받았다. 이로부터 보름 뒤 이 며느리는 상놈의 집에서 목을 매달아 죽은 채로 발견됐다. 며느리의 남편은 수치심에 자살한 것이라며 원통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검시 결과 며느리의 몸에서 타살의 흔적이 발견됐고 추궁한 끝에 아내의 불륜을 알고 화가 난 남편이 살해했음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조선시대 살인사건 보고서 '검안'에 기록된 내용이다. 조선시대에는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조사관이 현장에 출동해 시신을 검시하고 관련자들을 취조한 뒤 상부에 보고했다. 이 신간은 검안을 통해 100여년 전 조선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수사과정을 소개한다.

저자는 20여년 전 규장각 서고에 보관된 검안을 읽으면서 조선 사회의 범죄와 이에 따른 처벌을 중심으로 법치와 덕치, 정치와 윤리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민한 결과를 담아냈다.

이 책에는 사람을 죽이고도 여우를 때려잡았다는 양반, 아이를 납치해 간을 빼먹은 나병 환자, 사위를 살해한 딸을 제 손으로 목 졸라 죽인 친정엄마 등 검안에 실린 불륜과 폭력, 살인 같은 사회적 일탈 행위 15건이 실렸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 시대 살인사건은 주로 강도나 절도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여성이 범죄의 주요 대상이 됐다.


조선시대에도 살인사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법의학 증거가 실마리를 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검시는 시체를 해부하는 게 아니라 외상과 색을 주로 살펴봄으로써 사인을 밝혀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또 검안의 역사적 가치에 주목해 당시 풍습과 문화상을 곁들여 소개했다. 책에 따르면 검안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인 검시 보고서 '시장'은 시체 상태를 매우 상세히 묘사, 당대 검시방법이나 법의학적 지식은 물론 의복 등 민중의 생활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또 검안에 실린 취조기록 '공초'는 아전들이 모든 진술을 구어체 그대로 기록해 사료적 가치가 높다.

◇100년 전 살인사건=김 호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400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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