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 국채 팔기…미국에 얼마나 위협될까?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8.10.17 15:25

中, 美 국채보유 3개월 연속 줄어…시장서 中의 '국채 무기화' 우려 커져
갑작스레 대거 매각 시 시장 혼란…연준 흡수가능, 위협 안 돼 의견 우세

중국이 미국 국채를 내다 팔고 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이 14개월 사이 최저를 기록했다. 미 재무부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국제자본유출입(TIC)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중국이 가진 미국 국채는 1조1650억달러(약 1313조원)로 한 달 전에 비해 60억달러 감소했다. 올해 6월부터 3개월 연속 줄어든 수치로, 지난해 6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한 이후 중국이 꾸준히 미 국채를 팔아치우면서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기 위해 매각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이 미 국채를 대거 매각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국채 금리가 치솟는 등 미국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시몬스 제프리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 "무역전쟁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국의 미국 국채에 대한 흥미가 줄었다"며 중국이 앞으로 계속해서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넘치는 달러, 미 국채로 보관

세계 최대 제조업 기지이자 수출주도형 경제를 가진 중국은 무역을 통해 매년 수천억 달러를 번다.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만 2700달러에 달했다. 중국 기업은 수출을 통해 번 달러를 바로 위안화로 바꾼다. 임금이나 대출금 상환 등 경영 활동을 달러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무역흑자가 늘어날수록 위안화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무역흑자로 말미암은 달러와 위안의 수급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 달러 유동성을 대거 흡수한다. 인민은행 곳간에 쌓인 달러는 주로 미국 국채 매입에 사용되는데 달러로 살 수 있는 가장 안전하면서도 수익률 높은 자산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면 다시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돼 중국 제품 수입량이 증가하는 선순환도 일어난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에서 번 돈을 다시 미국에 빌려줘 이자까지 챙기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단점으로는 통화 유동성이 늘면서 물가상승률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인데, 중국은 엄격한 국가 주도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보조금 지급과 가격 통제로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美 국채 팔면, 中 더 손해

중국이 미 국채 매입을 중단하고 오히려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하면 미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미국의 재정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실제로 미 국채를 모두 내다 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중국 경제가 근본부터 흔들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최악에는 제조업 기반이 붕괴하고, 무역 흑자국에서 적자국으로 바뀔 수도 있다.

반면 미국은 큰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 대신 다른 나라에 미 국채를 팔거나,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중국이 판 국채를 흡수하는 방법도 있다. 연준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차례에 걸쳐 미 국채나 주택저장증권(MBS) 등을 대거 사들 전력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연준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2조5000억달러에 육박한다. 중국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국이 한 번에 모든 미 국채를 매각해도 연준이 달러를 찍어내 모두 사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1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위안화 방어 위해 팔았나

일각에서는 중국이 위안화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화보유액을 소진한 게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이 줄어든 이유라고 분석한다. CNBC는 "채권시장은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지 계속 주시해왔다"면서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감소가 의미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일은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발생했다"면서 중국이 무역전쟁의 수단으로 국채를 파는 것이 아니라 환율 안정을 위한 조치였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에 이어 미 국채를 둘째로 많이 가진 일본도 8월 국채 보유액이 1조300억달러(약 1158조원)로 60억달러 감소했다. 투자회사 BMO캐피털마켓의 존 힐 투자전략가는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감소량이 놀랄 정도는 아니다"면서 "신흥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위안화지지 노력 등 금융시장 흐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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