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클릭만 하면…" 음란물 홍수에 휩쓸린 10대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18.10.21 06:01

[요즘 10대들의 성(性)-③]유튜브서 보고, 채팅앱서 만나…성인식 심각한 왜곡 우려

편집자주 |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음란물'이 청소년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보다 '더 많이', '더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10대들의 성 의식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분별한 음란물 노출로 인해 청소년 성범죄가 증가하는 등 사회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하며 성인용 동영상이나 사진 등과 같은 음란물을 접한 청소년이 느는 추세다. 실제로 초등학생 때부터 음란물을 접하는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이하 청소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청소년 1만56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성인용 영상물을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41.5%. 이 가운데 초등학교 5~6학년생의 음란물 시청 비중은 16.1%로 2년 전(7.5%)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포털서 검색하면 5초 만에 '야한 사진'이…유튜브 영상 접근도 쉬워

청소년들이 음란물 등 유해 콘텐츠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포털 사이트다. 보통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어를 입력하고 결과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초 안팎. 음란물 또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 입력과 클릭만으로 10초 남짓한 짧은 시간에 찾아볼 수 있다.


구글에서 음란물을 지칭하는 단어를 검색했다. 성인인증을 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관련된 사진이 검색됐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결과는 제외되었습니다'는 안내 문구가 있었지만, 결과창엔 나체 혹은 속옷을 입은 여성의 모습이 가득했다./사진=구글 캡처

20일 머니투데이가 한 대형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성행위를 뜻하는 단어를 입력한 결과 사진, 블로그, 동영상 등 여러 유해 콘텐츠가 검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입력하고 검색 결과를 보는 데는 불과 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결과는 제외됐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성인인증을 하라는 메시지가 뜨긴 했다. 하지만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성행위 장면을 묘사한 이미지, 나체사진 등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는 수면제, 마취제와 같은 '강간 약물' 판매한다는 광고가 검색 결과에 포함되기도 했다.

성인인증이 불필요한 것은 물론 로그인하지 않아도 누구나 포털사이트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다 보니 포털사이트는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접하는 주된 경로로 지목된다. 여가부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성인용 영상물을 접하는 경로 1위에 '인터넷 포털사이트'(27.6%)가 꼽혔다.

그 뒤는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19.1%)가 잇는다. 특히 유튜브는 이용자가 급격히 늘며 음란물 유통 창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엔 야한 소설을 동영상 형식으로 제작한 신종 음란물 '썰동'(썰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며 논란된 바 있다.

현재 유튜브는 만 13세 이상 이용자에게만 계정 등록을 허용하고 있다. 성인 콘텐츠를 시청하려면 성인인증도 해야 한다. 그러나 생년월일, 전화번호로 간단하게 인증받을 수 있어 부모님 등 성인의 이름으로 가입과 영상 시청이 가능하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한 댄스팀 직캠. 댓글에 있는 '0:30'을 누르면 위 사진처럼 마치 속옷이 보이는 듯한 장면으로 넘어간다./사진=유튜브 캡처
청소년에게 해로운 유튜브 영상 중 일부는 성인 콘텐츠로 분류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선정적인 안무와 의상으로 유명세를 탔던 A댄스팀의 직캠(직접 찍은 영상)이 대표적이다. 속옷을 연상케 하는 무대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이 댄스팀의 직캠 영상 조회 수는 무려 2000만회 이상. 영상 밑엔 여성 댄서의 특정 부위를 언급하는 댓글이 가득하다. '0:41', '1:50' 등 댓글에 시간을 적어 노출이 심한 장면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 같은 유튜브 음란물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규제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유튜브는 미국 구글의 동영상 업체로 서버가 해외에 있어 정부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유튜브 콘텐츠 심의를 진행하지만 국내 기업이 아니라 행정처분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체불명 해시태그로 SNS서 음란물 공유…DM으로 연락 후 만나기도


음란물은 SNS에도 가득하다. SNS는 청소년들이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음란물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크다. 인기 SNS 중 하나인 '텀블러'에는 이미 각종 음란물이 범람하고 있다. 2014년부터 지난 7월까지 방심위가 시정 요구한 국내외 인터넷 포털·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불법·유해정보를 분석한 결과 성매매·음란 정보 중 67%(11만8539건)는 텀블러를 통해 유통됐다.

국내 월 이용자 수 1000만명을 넘어선 인스타그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인인증 없이 해시태그(#) 검색만으로 수천 건의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측은 음란물을 차단하기 위해 해시태그 필터링에 나서고 있지만 사용자들은 이를 피하고자 아랍어 해시태그까지 만들어 음란물을 공유하고 있다.

SNS 음란물 문제는 단순히 시청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실제 만남으로도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특정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속옷만 입거나 가슴, 엉덩이 등 신체 부위를 찍어 올리며 공개적으로 성관계 상대를 찾는 이들이 나타난다. 현재 18세라고 밝힌 인스타그램 이용자 A씨는 "원하는 포즈나 부위를 말해주면 찍어서 사진을 올린다"며 "언제든 DM(다이렉트 메시지)만 보내면 나와 만날 수 있다. 어제도 오빠 한 명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SNS나 채팅앱 등을 통해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으려는 이들이 늘며 청소년이 성매매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응답자 중 59.2%가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처음 성매매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이용한 성매매 방식 또한 스마트폰 채팅앱(67%)이었다.

◇그릇된 성 인식, '청소년 성범죄'로 이어진다

음란물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며 10대들의 성 인식에 심각한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릇된 성 인식은 청소년 성범죄의 발단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진아 동신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아동·청소년이 음란물에 빈번하고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이른 나이에 노출되면 음란물에서 제시되는 성적 행동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성에 대한 허용성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성적 충동 내지는 성적 행위의 추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돼가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청소년 몰카 범죄를 보면 그렇다. 지난 16일 경남 통영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수업 중 교사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고 이를 SNS에 유포해 퇴학처분을 받았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를 어겨 입건된 19세 미만 피의자는 817명. 2011년(87명)에 비해 9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13세 미만의 성폭력 범죄도 크게 증가했다. 서울에서 발생한 '촉법소년'(10~13세)의 성폭력 범죄 건수는 △2015년 46건 △2016년 50건 △2017년 80건으로 2년 새 73.9%나 늘었다.

최 교수는 "아동과 청소년은 성에 대한 책임이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숙고하기 이전인 상태"라며 "인터넷 음란물의 정보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분별력 있는 시각을 갖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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